세계 환경의 날 특집   Ⅲ.통합물관리 시대, 유역물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유역 통합물관리의 본질은 참여와 협의의 거버넌스”


유역 내 구성원끼리 유역의 물 문제 찾고 유역의 물관리 기능 개선해 나가야
해결 어려운 유역문제 발생시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의 개입 범위 고민해야

 Part 03. [전문가토론] 유역물관리의 미래 발전 방향

한국환경한림원은 지난 4월 18일 서울 삼성동 소재 오크우드호텔 5층 회의실에서‘통합물관리 시대, 유역물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2회 환경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장덕진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는 오현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선임연구위원,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 회장(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전경수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3명이 패널로 참석해 통합물관리를 위한 유역물관리의 추진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건설적인 유역관리 미래상 논의 기대”

■ 장덕진 교수(좌장) 오현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전경수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세 전문가를 지정토론자로 모시고 오늘 토론을 진행하게 됐다. 발언시간은 10분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유역물관리의 미래 발전상에 대한 열띤 논의를 부탁드리며, 오늘의 이 자리가 미래 우리나라 통합물관리의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실질적인 유역물관리 방안 마련 시급”

■ 오현제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물 관련 3법이 제정된 후 환경부는 통합물관리의 안착을 위해 15개 핵심전략과 45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구·구미 취수원 이전과 같은 지역의 물 갈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건 맞지만, 녹조, 수리권, 물·에너지 연계 등 유역물관리를 위한 수자원의 관리, 규제, 계획, 개발 시스템의 재정비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다.

물관리 일원화로 정부는 연간 4천억 원씩, 30년간 약 12조 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유역의 통합물관리체계 정착, 물순환의 건강성 회복, 가뭄·홍수 등 물 재해 예방 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오는 6월 구성되는데, ‘R&R’ 즉, 역할(role)과 책임(responsibility)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외국의 물관리위원회 구성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물관리위원회는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수량과 수질 규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이해당사자 조정 등과 같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동시에 지역주민이 정한 규율을 따르면서 위원회로서 책임을 다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책임이라는 것은 용수공급의 책임, 홍수와 가뭄 극복의 책임, 수질관리체계 및 유역관리의 책임, 지역사회 서비스 공급의 책임, 친수활동의 책임 등이다.

 “새로운 통합기능 가지면서 유역단위의 물관리 보장할 수 있는
 ‘분산형 물관리시스템’ 도입 필요… 운영은 물관리위원회가 담당”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원칙·기준 필요”

통합물관리의 안착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사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먼저, 통합물관리의 본질은 ‘유역관리 거버넌스’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수질보호, 물공급 할당, 수자원 보전, 규제와 허가, 유역계획, 가뭄관리, 홍수대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앞서 물관리위원회의 구성원칙, 의사결정 방법, 물 갈등 해소를 위한 의견조율방식(ex. 다수결 투표방식) 등의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또한 통합물관리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새로운 체계가 합리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물관리는 수량과 수질, 수생태 등 분야별로 각기 다른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통합기능을 가지면서 유역 단위의 물관리를 보장할 수 있는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향후 국가와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사무국이 이 시스템의 운영관리를 담당함으로써 실질적인 기능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완전한 의미의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조직과 기능의 통합이 요구된다. 여전히 농업용수와 하천관리 주체가 다르다는 것은 관련 정보의 수집·활용, 기본계획의 수립·실행·관리 등에서 책임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칫 물관리 서비스를 제한시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소통의 노력이 절실하다.

“‘통합’에 대한 개념 정립과 공유 필요”

■ 이창희 회장  ‘통합’에 대한 용어 정리가 요구된다. 많은 전문가들께서 ‘통합’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실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른 경우가 많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학계가 나서서 물관리 ‘통합’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놓으면 향후 정부가 통합물관리를 추진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통합의 수준 또한 통합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합물관리의 차원에서 공간적 통합을 논할 때 하구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공간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과정(process)의 통합을 논할 때 정책이나 계획, 프로그램 사업 등 어느 분야에서 어느 수준까지 통합이 적절한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처럼 개념의 정립이 선행된다면 당장 복잡하고 모호해 보이는 물관리 통합을 위한 청사진을 보다 체계적이고 분명하게 도출해낼 수 있다.

“유역위 내 갈등조정기구 마련 고려를”

한편 유역관리를 추진하는 데 있어 단시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분하고 이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환경부가 당장 일원화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4대강 보 개방이나 낙동강 상·하류 갈등 등과 같은 현안문제에 집중하려 하는 건 이해되나, 한편으로 국가와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구성 초기부터 이러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매몰되지는 않을까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시작부터 위원회의 유용성에 대한 회의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상 우려되는 점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역할과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역할 관계이다. 예를 들어 낙동강 유역 내 물문제 해결을 위해 낙동강유역관리위원회가, 타 유역과의 관계가 있을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이론적으로는 중요하나, 유역단위의 문제인데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개입해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지, 또 이 경우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유역관리위원회 내에 특정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별도의 협의 및 갈등 조정기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의 팔당특별대책지역 갈등 조정을 위한 수질보전정책협의회나 한 때 시범적으로 운영됐던 금강 하구 해수유통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갈등 조정을 위한 금강하구해역정책협의회 등과 같은 형태가 그 예이다.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현안문제 해결에만 매몰될까 우려…
 단기 및 중장기 해결과제 구분해 전략 차별화해야”

“물 관련 법제·계획의 통합·정비 필요”

아울러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수준으로 환경부의 역량을 모을 수 있는 통합물관리 T/F(테스크포스) 팀의 구성과 활동이 필요하다. 일원화 이후 통합작업이 너무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부의 물관리 통합로드맵을 수립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통합물관리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존의 물 관련 법제와 계획을 통합 또는 정비해야 한다. 현재 산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법제와 계획의 통합과 정비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역관리체제의 도입을 위한 기반 정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역관리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유역의 범위와 경계 문제를 보더라도 환경부의 4대강 수계 구분과 홍수통제소의 구분이 서로 상이하다. 구체적인 후속작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유역의 정의, 통합, 재조정, 연계표 등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예로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의 경우 단위유역 차원의 목표수질을 설정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유역관리체제에 근거하고 있지만, 기존의 수질측정망, 퇴적물측정망, 생물측정망, 유량·수위측정망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수질오염총량관리측정망에 의해 자료를 공급받고 있다. 이는 제도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의 자료가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으나 통합적 관점에서 과연 효율이 있는지 따져봤을 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워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해당사자 간 대등 관계 보장”

■ 전경수 회장  글로벌 워터 파트너십(GWP)에 따르면 통합물관리(IWRM)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물 관련 이해당사자 간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물과 토지, 관련 자원의 통합적 개발과 관리를 촉진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한 유네스코에서는 ‘이해당사자 간 대등한 관계를 보장하면서 유역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방식으로 홍수조절, 물 이용, 환경보호를 조화롭게 이루어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통합물관리를 정의하고 있다.

양 기관의 정의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통합물관리의 의미는 이해당사자 간의 형평성 보장이다. 다만 GWP는 물과 토지, 자원의 통합관리를 강조하고 있고 유네스코는 물관리 기능의 통합관리와 유역관리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통과된 「물관리기본법」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해당사자 간 대등한 관계는 법 제14조에, 유역 전체를 통합적인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은 제13조에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물관리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이러한 원칙을 과연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도 반영해 수립할 수 있는지, 또 통합물관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인 ‘유역의 통합물관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을 구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유역의 통합물관리는 △토지와 물의 통합관리(국토부)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 △상류와 하류의 통합관리(행안부) △하천과 유역의 통합관리 △홍수와 가뭄의 통합관리 △담수역과 해수역의 통합관리(해수부)를 의미한다.

“유역 구성원이 직접 유역 문제 도출”

유역관리에서 중요한 일은 유역의 물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으로, 유역의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유역의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는 유역 거버넌스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버넌스’라 하면 흔히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의미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와 협의의 거버넌스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유역 통합물관리의 절차는 △문제 인지단계(recognizing and identifying) △해결방안 구상단계(conceptualizing) △조정 및 상세계획 단계(coordinating and detail planning) △실행, 모니터링 및 평가 단계(implementing, monitoring and evaluating) 등 4단계로 구성된다. 이 과정을 반복해나가는 것이 곧 통합물관리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문제 인지단계는 유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거나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슈와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와 해당지역을 선정한다.

이를테면 지하수위 저하나 하천 건천화, 물부족으로 인한 물 이용 갈등,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 도시홍수 등과 같은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문제를 식별했으면 문제에 관한 정보를 이해당사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구현할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

“유역관리의 핵심은 유역 내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유역의 문제를 도출해 해결하는 것…
참여와 협의의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해야”

해결방안 구상 단계에서 자료 수집, 현장 방문, 이해당사자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단 토지이용이나 지역개발, 방재, 농지개발, 환경보존 등 물 관련 제반 부문 계획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결방안을 구상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개략적인 계획안을 마련할 때에는 시간과 예산 등 제약조건을 고려해 문제해결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며, 인구증가나 도시화, 기후변화 등 미래에 관한 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조정 및 상세계획 단계에서는 조정 메커니즘을 수립해야 한다. 조정 메커니즘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위한 체제를 마련하는 일이며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적시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조정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평하게 이뤄져야 하며,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우면 계획을 재검토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 모니터링 및 평가 단계에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평가하는 체계로 물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워터저널』 2019년 6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