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H, 위기 아닌 기회로”

   
▲ 김상헌 KIST 유럽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1일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가 발효됨에 따라 화학물질 관리방식이 대폭 변화돼 국내 관련 산업의 변혁이 예상된다.

이 제도에는 생산자와 유통자가 화학물질 관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원칙이 적용됐다. 따라서 REACH 하에서 산업계 스스로 화학물질의 생산·유통·사용·최종처리 과정에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노출평가와 위해성 저감대책을 수립해 화학물질안전성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세계 6위 화학물질 생산국가인 우리나라는 REACH의 도입으로 밖으로는 새로운 환경무역장벽을 넘어야 하고, 안으로는 화학물질관리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1년 앞으로 다가온 REACH의 사전등록 시한을 앞두고 우리 기업이 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대상 업체는 자신이 제조, 혹은 수출하는 물질이 등록대상인지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REACH는 유해물질 사용금지에 관한 지침(RoHS)과 같이 한정된 물질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또 완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체에서는 해당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종류 및 함량을 파악하여 등록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실제 기업체에서는 관련정보의 부족 등에 따라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REACH 등록시 제출해야 하는 기술서류와 화학물질 안전성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REACH 법령에서 비용 절감 대안으로 제시된 자료 공유를 통한 공동등록과 시험대체 방법을 활용한 화학물질별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부족한 자료 중 실험이 불가피한 경우 OECD 규정에 따라 우수실험실 운영기준(GLP) 실험실에서 유해성 자료를 생산해야 한다. 현재 국내 GLP 시험기관의 시험 가능 항목은 17개로 REACH 요구 시험항목 60여개의 약 30%만 시험 가능하며, 또한 REACH 수요의 일부만이 시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REACH 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수출기업의 공급망내 상·하위 사용자와 등록업무를 수행할 수입자, 혹은 유일 대리인, 유럽내 하위사용자들 그리고 REACH 이행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객관적 입장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언어문제와 기업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유럽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른 비유럽국가들에 비해 국가도움센터 운영과 REACH 이행 기술지침서 개발 참여 등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기업의 체계적인 준비가 결실을 거둬 무역장벽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서는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로 REACH가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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