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Ⅰ. ‘물산업진흥기본계획’ 공청회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산업발전에 큰 도움될 것”


물산업은 대기업이 이끌고 중소기업이 뒤따라야 하나 역량 갖춘 대기업 부재
엔지니어 능력 부족 심각…한인 물산업 컨퍼런스 개최해 언어 장벽 등 극복

Part 02.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안)에 대한 전문가토론

 
한국물환경학회는 지난 4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연구 정책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좌장인 염익태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배재호 인하대 교수, 최성욱 연세대 교수, 김두일 단국대 교수, 최인종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 회장(㈜미드니 사장), 황호재 부강테크 연구소장, 심유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등 패널 6명이 참석해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안)에 대해 심층 토론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토 론 자
•염익태 성균관대 교수·한국물환경학회 명예회장(좌장)
•배재호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
•최성욱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 이사
•최인종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KWCC) 회장·㈜미드니 사장
•황호재 부강테크㈜ 연구소장
•심유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 염 익 태
성균관대 건설공학부 교수(좌장)
한국물환경학회 명예회장
“물산업 종사자들의 기대·희망 느껴져”

■ 염익태 교수(좌장)  물산업 종사자 분들의 기대와 열의, 희망이 느껴진다. 이 자리는 아시다시피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최종 보고하고 산학연 전문가 및 물 기업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특히 정책 공청회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패널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볼 생각이다.     

“엔지니어링 통한 부가가치 창출 필요”

■ 배재호 교수  물산업 진흥 계획이 잘 수행되어 수출 10조 원을 달성하고 일자리가 3만 개 이상 창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물산업 진흥은 무엇보다 시장이 확대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의 취약 부분인 자산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조속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현재 상하수도 분야를 보면 자산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보수, 정비 등에 관한 계획조차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 배 재 호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
상하수도학회 회장
또한 엔지니어도 육성해야 한다. 물 관련 제품의 부가가치는 엔지니어링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데, 그런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엔지니어링사가 있냐고 물으면 모두 없다고 답한다. 특히 해외에서는 일에 관해 잘 모른다며 한국 엔지니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그간 우리나라에 엔지니어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시장 발판이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사업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엔지니어링사가 우수 기술과 좋은 설계를 가지고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이상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링사가 산업을 수주할 때 실력 외에 다른 것들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할 지라도 좋은 엔지니어링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 

“결정 시 유연성 갖춘 협의체 구성”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좋은 엔지니어링사가 있어야 하며, 우수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재를 엔지니어링 업계로 유도할 만한 제도가 없다. 실제로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엔지니어링 분야로 가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엔지니어링사가 부활해야 물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므로 엔지니어 대우 문제 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사실 환경산업이 제품 만들 듯이 일정한 틀로 찍어내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는 결정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경직되어 있는 탓에 하나의 표준 답안을 가지고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수자원 분야 특성상 이런 경향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어떤 사안을 논의할 때 유연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협의체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표준 답안 하나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산업의 핵심은 상수도와 하수도이다. 환경부의 조직 개편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물산업 진흥을 포함해 상하수도는 같은 쪽으로 가야한다. 그래야 하나의 국 안에서 물산업을 총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수도, 하수도, 물산업 진흥이 하나의 틀 안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 최 성 욱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선진국·개도국 수출 가능 기술 파악”

■ 최성욱 교수  물은 공공성이 너무 강한 영역이기 때문에 그간 산업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이번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물산업이 개발될 여지가 드러난 것 같아 기쁘다. 물산업의 근간이 되는 양질의 수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근원은 하천과 댐인데, 우리는 하천을 가로막아 수자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댐보다는 하천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천 복원 기술, 생태하천 조성 및 관리 기술이 강조되어야 한다.

통일 대비 관련 물기술의 수요 예측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통일을 전제로 할 때 물산업은 그야말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분야별 성장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기술 연구에 보다 높은 비중을 둬야 한다. 또한 수출 가능 기술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 기술 수요와 개발도상국 기술 수요를 구분해 고부가가치 물 상품을 개발하고, 나라별 여건에 맞는 기술을 수출해야 한다.

아울러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이 말 그대로 기본계획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물산업 관련 기술 항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국내 물산업이 32조 원 규모인데, 공공 부문이 85%, 민간 부문이 15%를 차지한다. 이때 어떤 사업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보여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수자원 개발 기술을 보면 댐·저수지 설계에 관한 기술, 제방 설계에 관한 기술, 하천 개수 또는 자연형 하천 설계에 관한 기술 등이 있다. 이들은 다 산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분류가 들어가면 산업 구조를 파악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 김 두 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대한상하수도학회 이사
“대기업 대신 물산업 전문 기업 육성”

■ 김두일 교수  좋은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해외로 수출되면 참 좋겠지만 우리 물산업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열심히 했지만 물꼬가 트이지 않다 보니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물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물산업 발전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물산업은 대기업이 큰 선단을 이끌고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해도 그것이 활용되려면 교육기간이 필요하고 기업을 키워줄 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부재하다. 기업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도 정부에서 교육을 시켜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특정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우수 기술은 정부가 과감하게 허용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을 키워 해외진출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해외에 나가려고 해도 품질, 언어 등의 이유로 진출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그런 중소기업을 이끌 수 있는 대기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선단을 이끌만한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대기업은 선발식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주종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물산업 전문 기업 중에서 다른 기업을 이끌만한 능력을 가진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

“한인 엔지니어 이용해 해외 진출”

어느 순간부터 해외 ENG사와 국내 ENG사가 단절되어 있다. 완전히 별도의 회사처럼 되어버려 국내 엔지니어가 해외로 나가 일하는 것도, 해외 엔지니어가 국내로 들어와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한 방안 중 하나가 한인 엔지니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면 언어의 장벽 등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부는 과감하게 네트워크 활성화 측면에서 정기적인 해외 컨퍼런스를 주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 등에서 정기적으로 한인 물산업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어 교류할 수 있다. 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한인 컨퍼런스가 열릴 때마다 지원도 많이 받고 있으며, 국회의원들도 참석하는 등 주목도가 높다. 물산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며, 이런 작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예산을 할당해 해외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해외 엔지니어에게도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대신 우리도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최 인 종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KWCC) 회장
㈜미드니 사장
“절대 권위 가진 물기술 검인증 확보”

■ 최인종 회장  환경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규제기관이자 수요기관이다. 이에 따라 학계는 규제기관인 수요기관의 공급 차원에서 연구를 하게 되고, 기업도 당연히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수요 제품과 기술을 공급해야 된다. 이 구조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면 큰일난다. 그런데 산업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물산업은 규제가 사업을 만드는 산업이다. 규제가 시장을 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는 새로운 미래기술로 투자되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물건을 공급해야 되기 때문에 현재 물과 관련된 R&D의 대부분이 범용기술에 관한 것이다. 기관은 단시간 내 가시적인 R&D 성과를 원하지만 선도기술과 미래기술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R&D 초점이 선도기술과 미래기술이 아닌 범용기술에 맞춰져 있다보니 수출에도 애를 먹고 있다.

또한 물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검인증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먹는물 수질기준만 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간다. 이는 굉장히 후진국적인 접근법으로, 우리나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규제를 찾아내 R&D 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면 그 기술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 굉장히 간단한 문제이다.      

물기술 인증이 절대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국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절대 권위를 물기술 인증에 부여하면 그 물기술 인증 제도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물기업도 물기술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고, 공기업 수준도 국제 사회서 통용되는 수준으로 당연히 올라가게 될 것이다. 즉, 국제시장에서 권위를 가진 검인증을 국내 기업이 따라가다 보면 해외 시장은 분명 열릴 것이다.  

▲ 황 호 재
부강테크㈜ 연구소장
“수익성 있는 시장 발굴로 인재 유인”

■ 황호재 박사  지금까지의 공공사업은 관 주도의 수주산업 형태를 취해왔는데, 점차 수요가 줄고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결국 산업도 함께 축소되고 있다. 수주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꿀 때가 온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민간투자사업,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등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관 주도의 수주·발주산업에서 민간 주도의 산업으로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이 발굴되고 난 다음에 중요한 부분이 바로 거대 자본이다. 자본이 투자되려면 사업의 수익성과 경제성, 사업성, 안전성이 높아야 한다. 내가 벌어들일 떡이 커야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런데 관 주도의 발주사업 형태는 공공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수익이 적다면 산업은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인력도 마찬가지이다. 물산업에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하는데, 자부심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다. 환경을 개선하고 수질을 보전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맞지만 무엇보다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많이 주는 사업에 젊은 인재가 모여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물산업 진흥은 수익성 있는 시장 발굴과 자본 투자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 심 유 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민간 부문 시장 조사 통해 강점 파악”

■ 심유섭 사무국장  현재 필요하다고 말 나오는 부분이 민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 대한 조사이다. 해외수출에 대한 부분은 해외 건설업체에서 조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해외수출과 수익에 대한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에 어느 기술 품목을 수출했는지 파악하면 거기에 맞춰 해외진출 전략을 짤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후 민간 부문 시장 조사를 통해 강점을 가져야 한다.

최근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유상원조하고 있는 사업에는 조건부 차관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기술을 사용하도록 합의되어 있는데, 최대 기술 사용비율이 40%이다. 형식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술이 40%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게 맞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와 수원국의 기술 외에 국제 조달할 기술에 대해서도 협의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정책 연계형 R&D 연구 추진해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G7국가에서 10년 동안 제조와 납품을 했느냐와 같이 까다로운 기준을 정해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JICA가 요구하는 수준의 실적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기술을 통한 경험을 쌓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술, 시장, 산업을 다 같이 하기 위한 인프라로써 대구광역시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과연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을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으며, 어떤 R&D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하수도 부문에서 에너지가 50% 이상 절감되는 기술을 장기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니 에너지 절약 기술을 R&D 해야 한다와 같이 R&D 연구가 상수도 정책, 하수도 정책, 물환경 정책, 수자원 정책과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워터저널』 2019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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