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조정권고안 내려‘원점회귀’용도변경 불가피·국민부담 가중 우려…친환경적 대안 시급<워터저널 2월호에 게재>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총 사업비 3조3천666억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정부가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추진해온 새만금사업에 대한 용도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7일 환경단체가 2001년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간척사업의 정부조치 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사실상 정부 패소 결정을 내렸다.

▲‘새만금사업’이란 전북 부안과 군산을 잇는 길이 33㎞의 방조제를 막아 토지 8천500만평을 조성하고 10억톤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991년에 착공된 대형 국책사업이지만 갯벌파괴·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표류되고 있다. 항공에서 찍은 2004년의 새만금 모습.

재판부는 이날 “환경단체와 정부가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민·관공동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두어 새만금 사업의 용도를 먼저 측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정권고안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일본의 경우를 볼 때 새만금 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결코 시기적으로 때를 놓쳤다고 볼 수 없다”면서“위원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는 방조제를 막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 새만금사업을 원점으로 돌렸다.

재판부는 권고안 배경과 관련해서도, “새만금은 제2의 시화호가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후손에게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 환경단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농림부가 오는 2월 2일까지 재판부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민·관합동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새만금 공사는 잠정적으로 중단된다. 농림부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오는 2월 4일 선고공판을 열어 판결로 1심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1991년 착공, 2003년 6월 4호 방조제 물막이 완공…2.7km 구간만 남아

■ 새만금 간척사업
새만금은 ‘새로운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줄인 말이다. 33㎞의 방조제로 전북 부안군 대항리에서 신시도, 비응도까지를 연결, 농지(2만8천300㏊)와 담수호(1만1천800㏊)를 개발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방조제 건설에 1조9천418억원, 새만금 내부개발에 1조3천1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2004년까지 방조제 건설에만 1조7천403억원이 들어갔다.

새만금사업이 구상된 때는 5공 시절인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남지역을 푸대접한다”는 지역여론이 비등하자 정부와 여당은 전북 지역에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전북출신인 황인성 당시 농림수산부장관이 1987년 5월 새만금사업의 모태인 ‘서해안 간척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당시는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 시기였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농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이 사업을 강력히 반대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나는 하구역 갯벌. 새만금 갯벌 가운데에서도 이곳 갯벌에서는 백합이 가장 많이 생산되던 곳이다.


노태우 후보는 1987년 12월 10일 전주 유세에서 “서해안 지도를 바꿀 새만금 방조제 축조사업을 임기 내에 완성해 전북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 11월 새만금사업은 착공됐다. 그러나 간척지의 용도를 둘러싸고 정부는 농지확보를, 전북도는 공장용지와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복합단지’개발을 주장해 마찰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19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이 터지자 환경단체들이 “새만금호도 결국 시화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환경논쟁이 본격화됐다. 기공식 이후 7년여만인 1998년 12월 말 1호 방조제 공사가 준공됐다. 그러나 1999년 들어 갯벌 파괴와 수질악화 문제를 내세운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결국 당시 유종근 전북지사는 1999년 1월 새만금사업의 환경문제 등을 진단하기 위한 ‘민·관합동조사단’구성을 제의했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1999년 5월부터 2000년 6월까지 1년여간 총 30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에서 공동조사를 실시, 2001년 5월 친환경적 순차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즉, 동진강 수역을 먼저 개발하고 수질기준 확보 방안을 마련한 후 오염이 심한 만경강 수역을 개발한다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1년까지 하수처리장 확충 등 환경기초시설 조성에 1조4천568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고, 사업 주체인 농업기반공사는 4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에 들어가는 등 공사를 본격적으로 재개, 2003년 6월 12일 군산과 신시도를 잇는 4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다.

환경단체, 갯벌파괴·수질오염 이유로 사업중지 소송

새만금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시민·환경단체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간척사업 지역 내 주민과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3천539명은 2001년 8월 ‘공유수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고, 각종 집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새만금사업의 환경 위해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새만금 갯벌 살리기를 촉구하며 2003년 3월 28일부터 2개월여에 걸쳐 실시한 3보1배(3步1拜) 대장정은 새만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시민단체는 “2003년 6월 ‘공유수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본안 선고 전까지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유역의 수질악화, 갯벌파괴 등 환경적인 피해를 들어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라고 2003년 7월 15일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04년 1월 29일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재개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특별7부는 환경단체와 새만금 지역 주민들이 주장하는 손해는 입증하기 어렵고 차후 금전보상이 가능한 반면 방조제 공사중지로 인해 방조제가 유실되고 막대한 보강공사 비용이 소요되는 등 국책사업 유보에 따른 공공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방조제 공사’는 “본안에서 문제되는 농림부의 ‘새만금간척 종합개발사업 시행인가 처분’과 ‘공유수면 매립 면허처분’의 일부인 ‘사실행위’일 뿐 ‘처분 자체’라고 볼 수 없어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고법은 밝혔다. 즉, 건물 신축공사 허가를 받아 집을 짓는 사람이 이웃의 환경권을 침해할 경우 법원은 ‘건축공사’라는 사실행위가 아닌, 관할 구청의 ‘공사 허가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인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법 재판부가 공사재개 결정을 내리면서 “본안 승소 가능성은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혀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한 판단과 본안에 대한 판단이 별개임을 시사했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17일 2001년 환경단체가 낸 ‘새만금 간척사업의 정부조치 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사실상 정부 패소 결정을 내려, 새만금사업은 다시 표류하게 됐다.

“원고·피고 서로 논의 필요”

■ 조정권고안 배경
법원의 이번 조정권고안은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가 불확실하고 담수호 수질관리가 어려우며, 새만금 간척지의 농지사용 경제성이 불확실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새만금 개발안은 경제성이 불확실한 데도 과거 대통령 후보들은 전북 지역에 대한 선심성 공약으로 이용해왔고, 농림부는 대형 국책사업의 주도권을 타 부처에 넘기지 않으려고 경제성이 불투명한 ‘농지이용’ 입장을 고수한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전라북도 역시 그간 540홀 골프장 조성 계획, 2천만평 복합레저 기업도시 유치 등 농지이용과는 무관한 계획을 발표했으면서도 농림부 입장을 지지한 것은 “일단 환경단체의 반대를 막고보자”는 식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을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와함께 정부가 제시한 수질관리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수질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면 새만금사업 자체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는 대목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환경부는 “동진수역과 달리 만경수역은 수질기준 달성이 어렵고, 유역이 좁고 오염이 심한 구역은 하절기에 조류경보 발생 가능성이 높아 해수유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환경부의 의견 역시 이번 권고안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방조제 완공시 인근 해역 수질악화로 서해 연안 생태계에 발생하는 피해나 담수호 조성 후 토사가 퇴적되는 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비책이 없으며, 하루 300mm 이상 집중호우시 침수피해 대책이 없는 현실도 권고안의 배경이 됐다.

재판부가 양측의 합의 도출을 위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새만금사업 특별조치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특별조치법에는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 △수질관리를 위한 오염원 차단 특별규정 △예산확보 규정 △새만금 사업 모니터링 기구 규정 △정책결정 과정의 중대한 잘못이나 허위보고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 규정 등을 담도록 재판부가 요구했다. 이 법을 토대로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범위를 검토하고 결정할 민·관공동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두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이러한 권고는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어온 새만금사업을 환경단체와 농림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전라북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차근차근 논의하는 것이 ‘제2의 시화호’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사중단시 방조제 토사유실 심각

■ 재정 손실 막대
서울행정법원이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새만금사업의 용도와 개발범위를 먼저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정부와 환경단체, 지자체간에 용도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나 그 결과와 별개로 국민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총 33㎞ 구간(4개구간) 가운데 2.7㎞ 구간(2개구간)을 제외하고 모두 완료된 상태다. 현재는 이미 완공된 방조제의 유실을 막기 위한 보강공사와 함께 2개의 배수갑문 중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신시배수갑문에 대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배수갑문공사가 끝나면 방조제 안의 물을 다 빼내고 오는 11월부터 마지막 남은 2.7㎞ 구간에 대해 추가로 진전공사를 진행, 내년 3∼4월쯤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의 사실상 원점 재검토 조정권고안으로 사업 중단이 장기화되면 토사 유실 등으로 이미 만들어 놓은 방조제의 훼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5월부터 2001년 5월까지 민관 합동조사를 위해 새만금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동안 갯벌 유실에 따른 성토 비용 증가 등으로 796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수 유통구간이 좁아지면서 과거에 초속 1m 정도이던 해수 유통속도가 지금은 5m로 빨라져 사업 중단에 따른 토사 유실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새만금은 지난 2000년 8월 초대형 태풍인 ‘프라피룬’이 강타했을 때 26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고, 방조제 공사 집행중지 결정이 내려진 2003년 7월에도 보강공사 중단으로 며칠 동안 하루 3억원씩의 피해를 본 바 있다.

더구나 해수 유통이 이뤄지는 구간에 임시로 설치해 놓은 바닥 보호공이 쓸려 나가고 보호공 밑의 갯벌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농림부 측은 “공사 중단으로 해수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구간에 임시로 설치해 놓은 바닥 보호공이 쓸려나가고 보호공 밑의 갯벌까지 빠져나가면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방조제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구상안’놓고 공방전 치열

■ 용도변경 논란
재판부가 제시한대로 용도측정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가 설립되고 용도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원고(환경단체측)와 피고(농림부), 정부와 지자체(전북도)간에 치열한 논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측은 지난해 말 해수 유통과 갯벌보호를 전제로 내부 간척지 일부에 1천200만평 규모의 첨단산업 물류단지를 조성하자는 ‘부분개발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매립지를 복합산업단지, 생산물류단지로 활용을, 농림부는 우량 농지와 담수호를 조성한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따른 공방전이 치열하다.

‘새만금지구 신구상도민회의’는 1월 20일 “해수유통을 전제로한 미완공 방조제 구간 2.7㎞를 교량으로 연결해 군산 쪽 1천200만평을 산업단지로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오창환 전북대 교수 등이 주도하는 도민회의는 ‘빠르고 더 잘사는 전북, 부분매립·해수유통의 새만금지구 신구상으로’라는 홍보전단을 곳곳에 배포하며 ‘신구상안’을 제안하고 있다. 신구상안은 새만금 개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소모적 논쟁을 벗어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도민회의는 “해수 유통과 함께 군산 쪽에 레저산업단지를 조성하면, 전북도가 복합단지로 개발하려는 계획보다 20년 정도 앞당겨 새만금사업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경 스님(오른쪽)과 문규현 신부가 새만금 갯벌 살리기를 촉구하며 2003년 3월 28일부터 2개월여에 걸쳐 실시한 3보1배는 새만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전북도는 “도민회의 쪽의 신구상안을 1년여 전부터 전문가를 통해 검토했으나, 비전문가에 의해 구성된 습작에 불과할 뿐 현실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전북도는 또 “도민회의 주장은 추가경비 2조6천억원이 들어가고, 토지면적이 애초 계획의 14%로 줄며, 담수호가 없어져 산업단지에 필요한 공업용수 확보가 불가능한데다 농경지 침수피해가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새만금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의 본질은 1억2천만평 규모의 우량 농지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방조제 완공 후 간척지 조성과정에서 용지의 일부 변경은 가능하지만 부분 개발안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도 “현재 방조제 끝 물막이 공구는 담수호 유지를 전제로 설계돼 3년 이상 방치하면 빠른 유속 등으로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기술적으로도 교량건설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완공총연대’도 “환경단체 등이 (해수 유통을 전제로) 주장하는 신구상안은 허구에 찬 것으로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권고안을 거부하고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라”고 주장한 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만약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용도변경을 결정하게 되면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공유수면매립면허를 다른 기관에 넘기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 용지의 50% 이상이 농지로 조성된다면 농림부가 계속 사업을 맡게 되지만 용지의 50% 이상이 산업단지로 개발되면 면허 양수·양도 과정을 통해 산업자원부가 주무부처가 되는 식이다.

또 주무부처가 변경되게 되면 농림부는 사업비로 지난해 말까지 투입된 1조7천483억원 중 국고(8천583억원)를 제외한 농지관리기금 8천900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농지관리기금은 한계농지 등을 형질변경해 건축용도 등으로 개발할 경우 개발업자에게 대체 농지 조성비용을 부과해 조성한 특별기금으로 사업의 주목적이 바뀐다면 당연히 환수 조치될 수밖에 없다.

전북 정치권 일각 헌법소원 검토

■ 각계 반응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조정권고가 있은 뒤 환경단체들은 환영 논평을 낸 반면, 복합레저관광도시 개발을 추진해온 전북도청과 지역 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져있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긴급 성명을 통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법원이 수용한 것”이라며 “정부와 시민단체가 벌였던 갈등과 반목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의미 있고 적절한 판단”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김진태 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재판부가 면밀한 검토 끝에 내린 권고를 존중한다”며 “더이상 이 사업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하지말고, 전북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전북도는 권고를 수용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공정률 94%에서 중단된 일본 이사야만 간척사업이나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새만금사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정한 방조제 및 내부개발지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우호적인 조정안을 기대했던 전라북도와 지역 상공인들은 “새만금사업이 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꼴”이라며 당혹해 하고 있다. 전주상공회의소 송기태 회장(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협의회 회장)은 “14년간 4대 정권에서 추진해온 일을 또 다시 중단하느냐”며 “새만금을 둘러싼 논쟁은 신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전북도내 시민단체인 ‘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본부’(회장 송기태)도 “이제와서 14년간 끌어온 사업의 용도를 재검토하라는 법원 결정은 무책임한 처사로 조정권고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새만금 사업이 다시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전북 출신 정치권 일각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채수찬 의원(51·열린우리당 전주 덕진)은 지난 1월 20일 ‘새만금완공총연대’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재판이 거듭되면서 이 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지역 출신 의원 간담회에서 제기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법원이 행정부가 진행해온 국책사업 중단을 권고하면서 특별법 제정 필요성까지 제기한 것은 사법권의 지나친 행사로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침해할 요소를 지녔다”며 “정부 대응을 지켜보고 전문가 자문을 받은 뒤 헌법소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새만금완공총연대도 “사법부가 법률제정이나 협의체 구성까지 권고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종결까지 겹겹 난관 예상

■ 전 망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져도 새만금사업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11월까지 토사유실을 막기 위한 보강공사는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림부 서병훈 농촌정잭국장은 “법원도 진전공사만 중단하라는 취지이지 보강공사까지 그만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배수갑문 공사도 진전공사가 아니라 방조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보강공사기 때문에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초 완공목표로 추진된 새만금사업의 물막이 공사는 최소 1∼2년 정도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져 대통령이나 국회 산하에 민·관합동위원회가 구성돼 새만금사업의 용도를 확정짓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새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9년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2001년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데에도 2년 이상 걸렸고, 민·관공동의견 도출에도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농림부나 환경단체가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1심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을 거쳐 항소를 제기할 경우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몇년이 더 지체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새만금사업의 운명은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국회나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민·관합동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동안 농림부는 갯벌을 막은 뒤 매립지를 우량농지나 담수호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갯벌보전을 전제로 한 생태공원 조성을 주장해왔다. 농림부안이 받아들여진다면 2.7㎞ 구간도 방조제로 막아지겠지만 환경단체안이 받아들여진다면 2.7㎞ 구간에는 방조제 대신에 현수교 등이 세워져 생태공원의 상징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전라북도에서는 매립지를 복합산업단지, 생산물류단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환경단체, 농림부, 지역주민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만만치 않다.

서울행정법원이 이번에 조정권고안을 냄으로써 4년간 끌어온 치열한 법정공방이 일단 조정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새만금사업의 최종 결론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들이 첩첩산중인 셈이다.

결국 지금 단계에서 새만금사업은 강행이냐 중단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질질 시간만 끌 것이 아니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 새만금사업 일지 ■
1986∼87년 사업 타당성 기본조사 실시
1987. 5. 12 황인성 농림수산부장관, 서해안 간척사업 추진계획 발표
12. 10 민정당 노태우 후보, 새만금 사업 공약 발표
12. 11 농림수산부, 사업추진계획 발표
1991. 8. 13 사업시행계획 확정고시
10. 10 1조3천억원 사업비 확정
10. 22 공유수면 매립면허 고시
11. 28 새만금 간척사업 착공
9. 14 사업비 2차 변경, 1조8천680억원
1996. 7 시화호 오염사건으로 새만금호 수질오염 논쟁 시작
1997. 11. 29 사업시행계획 변경, 사업비 2조180억원
1998. 2 환경단체들 공조, 사업 백지화 요구
4. 27 감사원, 새만금 간척사업 특별감사 돌입
7. 15 정부,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 포기
12. 30 제1호 방조제 공사 준공
1999. 1. 11 유종근 전북지사, 새만금사업 전면재검토 선언-공동조사단 구성 제의
1. 22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민관공동조사단 구성 결정
5 새만금사업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 발족, 공사중단
2000. 4. 30 공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연기
8. 18 민관공동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제출
2001. 3. 5 총리실, 새만금사업 관련부처 검토보고서 공개
3. 21 지속가능발전위, ‘새만금사업 결론 시기상조’ 의견 제시
5. 7 총리실·지속가능위, 새만금사업 공개토론회 개최
5. 25 새만금사업 계속키로 최종결정
8 주민·시민단체, 공유수면 매립면허·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소송
2003. 3. 28 수경 스님·문규현 신부 공사중지 3보1배 시위
6 시민단체, 법원에 공사 집행정지 신청
6. 10 제4호 방조제 1.8km구간 끝막이 완료
7. 15 서울행정법원, 새만금사업 잠정중단 결정
7. 18 서울행정법원, 새만금 본안 소송 첫 공판
7. 19 전라북도 소송 보조참가 신청
12.12 군산어민 1천379명 소송 보조참가 신청
2004. 1. 29 서울고등법원, 새만금사업 공사재개 결정
3. 25 서울행정법원, 새만금 행정소송 조정 방침
5. 26 서울대 경제학부, 새만금 사업 경제성 보고서 공개
11. 12 서울행정법원, ‘새만금 소송’ 1심 결심
2005. 1. 17 서울행정법원, ‘새만금 소송’ 조정권고안 발표
2. 4 서울행정법원, ‘새만금 소송’ 1심 선고(예정·조정결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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