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빙하’가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

   
▲ 외교통상부 김찬우 기후변화협상대책특별팀장
지난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단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를 보호하기 위한 범세계적 국제환경회의가 최초로 개최됐다. 유엔은 회의 개막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금년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는 빙하’가 선정됐다.

기후변화, 인류 직면 최대의 도전

지난 35년 간 국제사회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우선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 지속가능발전위원회(CSD)라는 기구를 발족했으며, 대기 해양 생태계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의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제적, 지역적 환경협약을 채택했다. 또한 1992년과 2002년에는 지구환경정상회의를 개최, 스톡홀름회의의 전통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구환경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진원에는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기후변화는 수자원, 생태계, 식량생산, 해안지역, 보건 등 모든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기후변화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임을 분명히 했다.

IPCC는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에 기인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제사회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개발을 지속할 경우 2100년까지 지구온도가 최대 6.4℃ 상승하고, 해수면이 59㎝까지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1만년 동안 지구 온도변화가 1℃ 미만이었음을 생각하면 IPCC가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영향 심각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구 전체적으로 지난 100년간 온도 변화가 0.74℃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큰 1.5℃의 변화를 경험했다. 식물의 개화시기가 달라졌으며, 모내기가 영향을 받고 있고, 난류성 어족이 북상하고 있고, 강수패턴도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사의 피해를 더욱 심하게 겪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문제에 국제사회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크게 고조시켰으며, 선진 8개국 정상회의(G8), 유엔 차원의 기후변화 고위급회의,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등이 올해 하반기를 뜨겁게 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상당기간 우리의 주된 관심 영역이 될 전망이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 고조

국제사회는 그 동안 당면한 환경문제 해결에만 급급하였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설립하고 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난 35년간의 외형적인 성과를 체계적으로 묶고, 이들 간에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국제환경 거버넌스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제적으로 한정된 재원과 기술을 환경문제에 효과적, 집중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환경 거버넌스 개선 논의는 유엔 차원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기존 체제의 개선을 뛰어 넘어, ‘국제환경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각 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논의가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면서 UNEP을 국제환경기구로 키워 나가는 노력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는 기후변화와 같이 국제적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지역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 동북아는 역동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여타지역에 비해 초국경적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험하고 있으나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사, 산성비, 해양오염, 유조선 사고 등과 같은 환경문제는 국가간에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환경 안보적인 관점에서 대응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 환경과 개발 동시·균형 추진

‘스톡홀름-리우-요하네스버그’로 이어지는 지난 35년간의 국제환경문제 논의를 거치면서 국제사회는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그동안 환경과 개발을 대립적, 이분법적으로 인식해 오던 시각이 환경보호, 경제 및 사회발전을 동시에, 균형되게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패러다임으로 대체되어 온 것이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제고될 때 경제 및 사회발전이 이루어지고, 경제 및 사회발전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킬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될 경우 개발과 환경문제는 조화를 이루어 나갈 것이며, 국제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와 동북아 환경문제, 더 나아가 우리 국내의 환경문제도 해결이 될 것이다.

유엔 환경의 날을 돌아보며, 지구환경위기에 대한 처방은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을 국제적, 지역적, 국내적 차원에서 내재화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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