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도시하천생태계 재활시 인간 간섭 최소화”

도시하천재활사업의 최우선 과제는 수질오염 방지·충분한 유량 확보
오염되고 교란된 도시하천은 현재의 주변 환경과 조화 이루도록 재활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생태하천복원사업의 허실

하천생태계 복원, 재활 및 개량

환경부는 생태하천복원사업 업무추진 지침(2017)에서 “‘생태하천복원사업’이라 함은 수질이 오염되거나 생물서식 환경이 훼손 또는 교란된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사업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미국 국가조사연구위원회는 “하천복원이란 하천생태계의 기능과 구조를 인위적인 교란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1992)”고 설명하고 있다.

‘생태하천복원’이란 인위적인 요인으로 교란·훼손된 하천생태계를 교란·훼손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생태하천복원을 위해서는 원래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원래의 생태계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는 현존하는 다른 특정 하천생태계를 참고할 수 있다.

복원(restoration)은 재활(rehabilitation)이나 개량(reclamation)과 구별된다. 재활은 생태계가 교란된 후 생태계의 기능과 과정을 회복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교란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고, 지리학적·수문학적으로 안정된 생태계를 회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Dunster and Dunster 1996). 개량은 원래의 생태계의 생물물리적 용량을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위를 말하고, 그 결과 생겨나는 생태계는 원래 생태계와 다르다(Dunster and Dunster 1996).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 업무추진 지침에 따르면 “‘수생태계 복원’이란 훼손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훼손 이전과 유사한 수생태계 또는 변화한 여건에 적합한 기능을 수행하는 대체 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수생태계 복원에 대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생태하천복원사업은 그 본질이 하천생태계재활사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원이 된 생태하천

우리나라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주요 내용은 인공적인 하천구조물의 설치다. 먼저 하천의 양안을 콘크리트나 돌로 쌓는다. 하천둔치에는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와 놀이터, 그리고 심한 곳에서는 주차장까지 만든다. 하천 중앙에 분수대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인공적으로 수로를 만들고, 소, 여울, 보 등도 설치한다. 심한 경우 어도를 설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자연적인 생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하천공원조성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 위주로 되어 있다. 하천생태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습지, 못 등 조경차원의 인공구조물이 설치된 경우도 있다. 자연식생 대신 인공식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물고기나 새 등 동물 대신 휴식하러 나온 사람들만 눈에 뜨인다.

“도시하천 복원은 개발 전 자연 상태의 하천생태계로 돌아가는 것 아닌
오염된 도시하천을 현재의 주위 환경과 조화 이루도록 재활하는 것”

도시하천생태계의 재활

도시하천의 유입수는 자연적인 강수 외에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산업폐수, 축산폐수 등이 혼입되어 흐르는 하천이다. 이러한 하·폐수의 유입으로 도시하천은 항상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하천의 재활은 인위적인 오염을 방지하고, 새로운 도시환경에 적합한 지리학적·수문학적으로 안정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하천재활사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인 오염물질의 유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하천유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오염되고 유량이 적은 도시하천에는 건전하고 다양한 생태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하천의 주변은 모두 개발지역이기 때문에 유량의 확보가 어렵고, 미 개발지역인 상류지역의 강수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류지역의 유역면적이 좁을 경우 도시하천의 유량은 하·폐수 방류수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깨끗하게 정화된 하·폐수 처리수와 도시지역 강수의 지하침투수량을 늘리는 것이 도시하천재활사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지역 강수의 지하침투수량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정 수준의 도시하천 유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도시하천의 복원은 개발 전 자연 상태의 하천생태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필요도 없다. 오염되고 교란된 도시하천은 현재의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활되어야 한다. 

도시하천의 재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유량을 확보하고 하천의 구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울, 소, 보, 어도, 콘크리트 구조물 등 인위적인 하천구조의 변경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좋다. 도시하천의 인위적인 구조물은 홍수 방지 등을 위한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

도시하천생태계의 재활을 위해 사람과 자연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하·폐수의 정화처리로 도시하천의 수질을 보전하고, 도시지역 강수의 지하침투를 늘려 지하수위를 높임으로서 도시하천의 유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다음 생태계 재활은 자연에 맡기면 된다. 자연은 그러한 도시하천에 적합한 동·식물종을 도입하여 환경적으로 건전한 생태계를 재활할 것이다. 깨끗하고 충분한 물이 흐르는 하천에는 자연이 풍요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준다.

▲ 시민 휴식공간으로 복원된 도시하천(왼쪽)과 생태하천에 설치된 인공습지.

인간의 도시하천 접근제한

모든 야생은 인간을 싫어한다. 도시하천의 야생을 조금이라도 살리고자 한다면 인간을 도시하천으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도시하천 둔치에 주차장을 만들고, 산책길을 만들고, 놀이터를 만들고 하는 것은 도시하천생태계의 주인공인 물고기와 새, 양서류와 같은 하천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도시하천은 도시지역에서 가장 큰 열린 공간(open space)으로, 도시하천의 존재만으로도 시민들에게 마음과 몸에 휴식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도시하천의 물과 풀, 물고기, 새들을 직접 보고 듣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도시하천 생태계의 자연성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도시하천 지역에 대한 인간의 접근을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사람이 도시하천 생태계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하천과 사람간의 거리를 가능하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도시하천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 욕구를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면, 도시하천 구간 중 일부를 사람에게 개방하고 나머지 구간은 사람의 접근을 금지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 하천둔치에 사람들의 보행로와 주차장을 설치한 생태하천복원 사례(왼쪽) 및 하천 양안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둔치에 보행로를 설치한 생태하천복원 사례.

도시하천 재활의 한계

도시하천 생태계 재활을 위해서는 깨끗한 수질과 충분한 유량의 확보가 최우선과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과제 모두  해결이 쉽지 않다.

수질의 경우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축산폐수 등 점오염원의 정화처리는 기술적·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도로, 주차장, 공장부지 등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 발생 수질오염물질 처리는 상당히 어렵다.

유량의 경우 홍수 시의 하천의 범람과 갈수기의 하천유량의 급속한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강수의 지하침투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도시지역의 경우 강수의 지하침투가 포장된 도로, 주차장 등과 건물지붕에 의해 차단되어 강수의 지하침투가 어렵다.

도시하천의 하천생태계는 가능한 범위까지 최대한 복원, 재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위 여건에 따라 도시하천 중에는 깨끗한 수질과 풍부한 유량이 있어 하천생태계의 다양성이 높은 곳도 있고, 유량이 작아 하도는 좁고 늪지가 많으며 식생이 조밀한 도시하천도 있을 수 있다.

조밀한 식생은 도시지역에서 흘러 들어오는 비점오염물질 처리에 효과적이다. 어떤 경우든 도시하천의 생태적 구조와 기능을 가능한 한 자연에 맡기고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하천의 생태계를 복원 또는 재활하는 목적은 도시하천 생태계가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전체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태계란 곧 생산을 뜻한다. 생태계의 생물종과 개체 수가 풍부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

도시하천 생태계의 복원 또는 재활의 목표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도시하천생태계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가칭 ‘생태생산성지수’를 개발하여 도시하천 생태계 복원의 지표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워터저널』 2019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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