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신년특집   Ⅱ. 국가물산업클러스터, 7월 본격 가동된다


물산업클러스터, 국가 핵심 원천기술 개발 전초기지


하수·폐수·정수·재이용 4개 분야 기술 집약…기술 국산화·해외진출 목표
기업의 자체개발 기술·제품 테스트 가능한 실증시설 구축해 선진국과 차별
물산업클러스터서 산·학 연구부터 원천 핵심기술 연구·개발까지 전부 가능


Part 01. 환경부의 국가 물산업 육성정책 및 추진방향

기업 해외진출 지원코자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구축

우리나라 물산업은 물이 공공재(公共財)인지 경제재(經濟財)인지, 물을 산업화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발전해 왔다.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물은 공공재이면서 경제재이다. 현재까진 오히려 공공재적 성격이 더 강했다. 물산업은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즉 공공이 주도하는 분야였고 산업도 이를 기반으로 일어났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환경부 장관이 환경산업진흥단지를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난 후부터다. 정부는 전남 강진에 환경산업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인천에 환경산업 실증화연구단지, 그 다음으로 대구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게 되었다. 특히 물산업클러스터 사업은 2016년 정부가 물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며 더 탄력을 받았다.

국내 상하수도 시설 보급률이 98%를 넘어선 가운데, 이제 건설 위주의 대규모 사업은 더 이상 수요가 없고 공공 분야가 주도하는 산업도 거의 사라졌다. 개선계획, 노후 상수도 등은 일부 분야에만 치우쳐 있어 실제 기업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물기업은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 스스로 해외에 진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 싱가포르 등 소위 물산업 강국에는 임금정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이를 뛰어넘을 아이디어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전초기지를 조성하고자 물산업클러스터를 구축키로 한 것이다.

 
국내 물기업들, 개발한 기술 실제 테스트 공간 필요

클러스터 조성 전, 정부는 기업이 해외진출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1만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금이라든지 법적·제도적 장치가 아닌, 그들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테스트해 볼 공간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무리 좋은 기자재를 개발해도 이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적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수장 등에서 실험을 해 보려 해도 막상 실험 허가를 요청하면 담당 지자체나 환경공단, 수자원공사 등에서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허용했다가 만에 하나 실패라도 하면 시민들에게 당장 나쁜 물을 공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다. 물산업클러스터는 △하수 △폐수 △정수 △재이용 등 네 개 분야의 실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정부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수립한 물산업 육성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의 아이디어 발굴부터 기술개발, 사업화, 해외진출까지 물산업 전 주기를 지원한다. 물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기술 성능을 시험한 뒤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판정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모든 조직이 클러스터에 모여 있다.

 
테스트베드, 4개 공정별 실증플랜트서 성능 검증

클러스터에서 기업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은 워터캠퍼스와 물융합연구센터다. 정부는 워터캠퍼스에서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역량 있는 젊은이들을 기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물융합연구센터에서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산·학 연구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개발은 물융합연구동 실증화시설에서 진행한다.

새로운 기술은 성능 검증을 위해 실증화시설 내 실증플랜트로 간다. 실증플랜트는 물산업클러스터의 핵심 시설로,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에 상용화 된 시스템을 그대로 본 떠 만든 테스트베드로 하수·폐수·정수·재이용 등 4개 공정별로 구축되어 있다. 이는 전국 지자체의 정수장, 하수·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과 같은 구조다.

테스트베드에서 성능이 확인된 기술은 대구시 내 대규모 시설에서 2차 테스트 기회가 제공된다. 대구시의 환경기초시설과 연계하여 성능 검증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정수장 6개, 하수처리장 7개, 폐수처리장 5개 등 총 18개의 환경기초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클러스터 안에 모여 있는 테스트베드와 달리 이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분산형 테스트베드라고 불린다.

물산업클러스터 개발 제품 우선 계약 법제화

성능이 확인된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정부는 국내 사업화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16년,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가진 물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발주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는 물 분야의 발주기관들이 협력해 좋은 기술·제품의 판로를 확장하고 국내 물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자체와 물산업 공공기관(한국환경공단,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으로 구성된 13개 물 관련 발주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협력체계를 통해 테스트베드에서 성능 검증을 받은 제품과 기술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려고 했으나, 이 경우 감사를 받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최저단가 입찰을 시행했다. 그러나 최저단가 입찰은 기업 입장에서 기술개발을 할 의지를 상실하게 할 소지가 커, 클러스터에서 개발된 제품을 국내 사업화에 우선적으로 계약(수의·특별계약)할 수 있도록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명시해 두었다. 이에 따르면 우수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우선 구매를 해도 감사를 받지 않고, 설사 해당 제품으로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중대한 과실이 아니면 관련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울러 해외진출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서 지원한다. 이곳에서 실증화시설에서 검증 받은 기술과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고 국내외 판로개척과 투자유치를 돕는다. 이는 국가 물산업 육성전략에도 이미 들어 있는 내용이며 대구시 또한 의지를 가지고 환경부를 지원해 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38년간 환경부를 보좌한 한국환경공단이 클러스터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되어 앞으로 클러스터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50개 기업 유치 목표…2천500억원 투자·2천200명 고용 창출

현재 낙동강 유역에서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전체 사업비 2천335억 원 중 2천80억 원이 투입되어 지난 11월 16일 기준 공사진척률 약 86.2%(예산집행률 89.1%)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안으로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시운전을 거친 후 7월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2018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시운전을 거친 후 7월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2월 26일 촬영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모습.

입주기업을 위한 기업집적단지에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대구시는 15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5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 24개 기업만 입주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아직 4개소가 공사를 진행 중이고 2개소는 완공되었다. 또 10개소가 2018년 연말까지, 20개소가 2019년 3월까지 착공될 예정이다.

공정률에 비해 입주율이 저조한 이유는 관련 법안인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3년간 국회에서 계류되다가 가까스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입주를 결정한 이상 땅을 사고 공장을 짓고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법이 통과되지 않으니 부지만 매입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입주기업이 모두 클러스터에 들어오면 실제 투자금액은 2천500억 원, 고용인력은 2천200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대구 국가산업단지 총 290만 평 중 물산업클러스터 부지는 약 4만4천 평이다. 결국 이 작은 클러스터 부지에 어마어마한 투자가 발생하는 것이고 실질적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입주 공간에 집적단지와 연구소 91개소 마련

4만4천 평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부지 중 기업이 입주할 공간에는 집적단지 뿐만 아니라 실제 이들이 연구할 연구소도 91개가 마련된다. 이들 연구소와 워터캠퍼스를 연계한다면 대학과 연구소가 동시에 제공되는 셈이다. 따라서 클러스터에서 산·학 연구부터 원천 핵심기술 연구·개발까지 전부 가능하다.

아울러 실증화 플랜트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다. 사실 실증센터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물 클러스터를 조성해 운영 중인 미국, 이스라엘,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의 것을 벤치마킹 하여 탄생시킨 공간이다. 국가별로 기업들이 주도하는 클러스터, 네트워크 형태의 클러스터, 실증화단지를 부지만 제공하는 클러스터 등 각기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클러스터를 운영하여 물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물산업클러스터는 모든 기술과 장치, 그 중에서도 하수·폐수·정수·재이용 등 4개 분야의 세계적 기술을 집약한 클러스터다. 선진국의 물 클러스터와 달리, 우리나라 클러스터는 실제 성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실증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정수 분야는 정수 플랜트끼리 가변형으로 설치하여 원수부터 1차∼3차 처리수, 방류수까지 제공이 가능하며, 수요자 설계용으로도 설치가 가능하다. 기술개발이나 실험에 대해서는 야외 실용구역 또한 컨테이너형으로 장치형 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정부, 물산업 해외진출 활성화 위한 물기업 육성 지원에 최선

국내 물산업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하는 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에서는 최초이며,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만큼 물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기술검증을 통해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실증화 시설까지 확보한 원스톱(One-stop) 시스템을 자랑한다.

클러스터는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공공기관의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원천 핵심기술을 국산화 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고, 이렇게 국산화 된 기술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를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의지를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기업이 클러스터에 관심을 가지고 물·환경 분야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대구광역시에서도 보다 막강한 기업 유치를 위해 발로 뛰며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기업들이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때까지, 나아가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그 날까지 정부는 기업을 돕고 지원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워터저널』 2019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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