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인공저수시설 설치해 홍수유출량 줄여야 한다”


강수량 증가 불구 지하수 함양 가능한 대수층 빈약해 연간 316억㎥ 바다로 유실
자연적·인공적 저수시설로 홍수 방지하고 수자원 활용하는 용수 개념 도입 필요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물순환 예찬(禮讚)

삼천리 금수강산(三千里 錦繡江山)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三千里 錦繡江山)’이라고 불리어왔다. 그것은 우리나라 국토의 남북 길이가 3천리이고, 강과 산이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살기 좋은 땅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살자면 물과 땅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강산’이란 강은 물, 산은 초목이 자라는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막과 같이 강과 산이 없는 땅은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다.

국토면적 중 산지면적과 하천의 길이와 개수가 국가 생산력의 주요 변수들이다. 산지면적이 넓고 하천의 개수가 많고 하천연장이 길면 국토의 생산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지면적은 6만4천176㎢로서 전 국토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천은 3천833개이고 그 총 연장은 2만9천839㎞이다. 이것은 동서남북으로 우리나라 어디든 3.4㎞ 간격으로 하천이 흐른다는 계산이 된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를 산과 강의 나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 수지

우리나라의 평년강수량은 1천308㎜이고 연간 수자원총량은 1천304억㎥이다. 그중 35%인 456억㎥은 증발산하고, 나머지 65%인 848억㎥은 하천으로 유출된다. 증발산량 중 증발량은 156억㎥이고, 발산량은 300억㎥이다. 하천유출량 중 평상시 유출량은 391억㎥이고, 홍수유출량은 457억㎥이다([그림 1] 참조).

 
홍수유출량 중 댐 저수량 113억㎥과 저수지 저수량 28억㎥, 총 141억㎥을 제외한 316억㎥는 바다로 유실된다. 하천유출량 중 평상시 유출량과 댐 및 저수지 저수량 532억㎥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인간용수와 하천유지용수 등 생태용수로 유용하게 육상 및 육수 생물에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316억㎥는 바다로 유실되고 만다.

증발량은 지표나 수면 또는 초목의 표면에 떨어진 비나 눈이 대기 중으로 기화하는 양을 말하고, 발산량은 초목의 호흡작용에 의해 대기 중으로 기화하는 양을 말한다. 평상시 유출량은 지표에 떨어진 비나 눈이 지하로 침투하거나 초목의 함수기능에 의해 지연 유출되는 것으로 인간용수와 생태용수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고,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저수시설에 의한 물도 인간용수와 생태용수로 갈수기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다.

갈수년 물부족에 대한 대책
 
우리나라의 평년강수량은 1천308㎜이지만 갈수년의 강수량은 900㎜ 수준으로, 평년 강수량의 69%에 불과하다. 갈수년의 물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댐이나 저수지 등 저수시설의 추가적인 설치에 의해 물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갈수년의 수자원총량을 900억㎥라고 하면,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의수문체제로는 인간용수량과 하천용수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은 최대 411억㎥가 된다. 이것은 평년의 인간용수량과 하천용수량인 532억㎥에 121억㎥가 모자라는 양이다. 갈수년에도 평년과 같은 양의 인간용수량과 하천용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유실되는 174억㎥의 물 중 일부를 중소규모의 댐이나 저수지 등 인공 저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여 확보해야 한다.

이와 같이 홍수 시 바다로 유실되는 물을 댐, 저수지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에 의해 저수하면 갈수년에도 우리나라는 충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저수시설은 적지가 있을 경우 산간지역이나 평야지역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가능한 경우 기존의 댐이나 저수지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와 우리나라 수문체제의 변화

환경부가 발간한 『2018 환경백서』를 보면, “한반도의 지표 유출량은 미래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변화정도는 먼 미래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하수 함양량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강우 빈발은 지표침투보다는 지표 유출을 증가시키고 강설의 감소로 지하수 함양량이 줄어들어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홍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향후 홍수위험성 및 취약성이 현재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가뭄의 발생빈도 및 심도는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가뭄의 발생빈도와 심도가 증가하는 지역에서는 필연적으로 물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의 계절별 경향을 보면 봄철 및 겨울철의 가뭄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쓰여있다.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의 수문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낙관적인 부분도 있고, 비관적인 부분도 있다. 낙관적인 부분은 연중 강수량이 많아져서 수자원총량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비관적인 부분은 홍수량의 증가, 가뭄의 발생빈도 및 심도의 증가 등이다. 우리나라의 강수형태는 지금도 강수량의 60% 이상이 여름에 집중되고, 홍수유출량이 수자원총량의 35%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봄 가뭄과 겨울 가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우리나라 수문체제에 영향은 있겠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변화된 수문체제는 본질적으로는 현재의 그것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 시에는 지표유출량이 크게 증가하여 하류지역의 범람과 수자원의 바다유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강수의 지하침투량과 산림에 의한 함양량은 지금과 같을 것이므로 한발의 정도도 지금과 유사할 것이다.

긍정적·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 필요

수자원 측면에서 볼 때 기후변화 영향의 긍정적인 면은 강수량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수자원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강수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고르게 분포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강수가 시간적으로는 여름 기간, 그 중에서도 짧은 시간에 집중되고, 공간적으로도 강수의 분포가 고르지 못하여 시간적, 공간적으로 홍수와 한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홍수와 한발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댐이나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을 설치하여 홍수 시 유출량을 저장하였다가 가물 때 사용하면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산지가 많고 평야지대가 적어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는 대수층의 발달이 빈약하다.

따라서 강우의 홍수유출량을 줄이는 단 하나의 방법은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홍수와 가뭄 관련 기후변화대책은 홍수유출량의 인공저수대책이 그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요체는 소극적인 홍수와 가뭄의 방지대책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는 수자원의 적극적인 저수 및 이용대책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로 축복 받은 나라

물은 우리나라의 재생 가능한 유일한 천연자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5천만 인구를 부양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 가능하게 한 것은 모두 풍부한 물 덕분이다. 국토면적이 남한의 20배를 넘고, 세계 최대의 석유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3천400만 명이며, 국민총생산은 7천700억 달러이다. 이것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는 70%, 국민총생산은 50% 수준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물이 석유보다 생산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국토면적은 남한의 96배, 인구는 26배, 물 사용량은 19배이고, 경제력은 9배이다. 중국의 공업용수 사용량은 생활용수 사용량의 2배 수준인 연간 1천406억㎥로, 전체 물 사용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 제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풍부한 수자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치수(治水)가 나라의 근본(根本)’이라는 말이 있다. 즉, 물을 잘 관리해야 나라가 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치수에 대한 옛날의 주요 개념에는 ‘홍수의 방지’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의 치수 개념에는 소극적인 홍수의 방지가 아닌 적극적인 ‘용수’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 땅에 내리는 모든 강수는 자연적·인공적 저수시설에 모두 모아 홍수를 방지함은 물론 수자원으로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치수’를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연간 316억㎥의 귀중한 수자원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의 60%에 해당되는 수자원이다. 우리나라 앞으로의 물 정책은 바다로 유실되는 수자원을 인공저수시설 등을 이용하여 최대한 저수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용수량을 증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 앞으로의 물 정책은 바다로 유실되는 수자원을 인공저수시설 등을 이용하여 최대한 저수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용수량을 증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10만363㎢, 인구 5천200만 명, 국민총생산 1조7천억 달러로, 국토면적은 세계 109위이나, 인구는 세계 27위, 국민총생산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가 인구대국, 경제대국이 된 것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 덕분이다. 물론 우수한 인력도 빼놓을 수는 없다.

올바른 방향의 물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상당한 양의 수자원을 더 확보할 수 있고, 그로 인한 괄목할만한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로 축복 받은 나라다. 축복은 누릴 수 있는 자만 누릴 수 있다. 

[『워터저널』 2019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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