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제언  물순환 사회와 하수도의 재발견


“하수도 활용한 건전한 물 순환체계 구축해야”


도시화로 물 순환체계 훼손 심각…지속가능한 순환형 사회 구조 필요
UN, 하수를 버려야하는 물에서 자원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 촉구

 

▲ 이 호
㈜고비 부회장
Ⅰ. 들어가며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시스템으로 구축된 현대사회는 이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인구의 급격한 팽창, 자원의 고갈, 기후 변화, 환경의 오염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구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자원순환사회 형성을 위해 각국은 입법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으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경제 구조를 구축해왔던 종래의 소비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순환형사회(循環型社會)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OECD를 중심으로 자원순환사회 형성을 위한 핵심 이행수단으로 ‘지속가능한 물질 관리(SMM, Sustainable Materials Management)’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순환형사회의 구축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모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실현되는 사회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사용하고 배설한 물을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냈다. 빅토르 위고는 1800년대에 이미 『레미제라블』 5부 2장 첫 구절부터 “파리는 매년 2천500만 프랑을 물에 던져 넣는다…사람들은 그 거름의 황금으로 무엇을 만드는가? 사람들은 그것을 바다에 쓸어 넣어버린다”고 쓰고 있다.

도시화로 단절된 물순환의 회복은 순환형 사회 구축에 중요한 요소다. 물순환의 회복을 위해 하수와 하수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하수도는 단순히 오수와 빗물의 배제의 범주를 넘어서 이제 물순환과 순환형 사회 형성에 중심 고리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물과 물질 순환계에 있어서 하수와 하수도가 맡아야할 역할을 재발견하여 하수 문화의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할 때다.

Ⅱ. 물순환과 물 환경의 변용
1. 물의 순환

지구는 물의 혹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물이 풍부하다. 그러나 지구상의 물 가운데 해수가 97%정도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해수는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는 비와 눈이 되어 육지로 이동한다. 물의 자연적 순환은 빗물이 지표에서 하천 등에 의해 바다로 흘러가거나 지하수로서 땅속으로 침투하기도 하며 증기로 발산하여 대기 중으로 이동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순환한다. 이렇듯 물은 지구상에서 여러 장소에 다양한 상태로 존재하면서 상태를 변화시켜가면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물의 대순환’에 출발점과 종착점은 없다. 물의 대순환이라는 관점에서는 지구가 현재의 환경으로 안정된 이래 지구상의 물의 총량은 거의 일정해서 그 일정량이 끊임없이 순환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의 대순환은 그 순환 과정에서 양호한 물 환경을 조성하여 다양한 생태보전의 역할을 담당하며 수자원으로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베푼다. 인간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자연적 물 흐름의 경로에 추가하여 상하수도, 공업용수도, 농업용수도 등이 설치되면서 인공적인 물 흐름의 경로가 만들어 졌다. 이러한 인공적 물의 순환 경로는 특히 도시지역의 물 환경을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켜 놓았다.

2. 도시화와 물순환의 훼손

근대화 도시화 이전에는 물은 언제나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마을에는 우물이 있고 연못, 냇가, 바다가 있었다. 근대화, 도시화로 공장이 들어서고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우물, 연못, 냇가가 메워지면서 온통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물이 지중으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면적이 증가했다.

물은 점점 우리들의 생활공간에서 떨어져나가 멀리서 물을 운반해 오고(상수), 멀리 물을 내보내는 구조(하수)로 바뀌었다. 도시의 개울이 복개되고 자동차 전용도로가 서울의 젖줄인 한강을 따라 남북에 뻗어 시민들의 한강 접근을 어렵게 하는 모습이 물과 멀어져간 우리의 물 환경을 말해주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적의 증가와 산림과 농경지의 개발로 이제 대지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비가 올 때는 홍수피해가 늘어나고 청천 시에는 하천유량이 적어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발생하는 등 물 순환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은 인구의 고밀도화와 시가지의 확대를 수반하면서 물 수요의 증대와 배설물 등 하수의 증가, 불투수면적의 확대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물순환을 훼손하고 물 환경을 악화시킨다.

도시화는 도시 홍수의 증가, 용수 부족, 수질 오염, 하천의 건천화, 생태계의 변화, 열섬현상 등 물 순환계에 영향을 미치고 용수 이용량의 증가와 우·하수 배수시설의 발달은 급격한 표면유출 증가와 자연적인 저류량의 감소,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기저유량의 감소로 하천의 건천화를 유발하는 등 물 순환계의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 환경의 파괴와 악화는 도시화의 확대가 주요한 원인일 수 있지만 물순환의 연속성에 대한 배려의 부족과 인간의 이기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쾌적성과 편리성, 경제성의 일면적인 추구로 물이 가진 다양한 기능의 상호관계를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기능 중의 어느 하나에 대해서만 중점을 두고 물을 이용한 결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은 △인간과 생물체의 구성 요소로서의 기능 △물의 열용량을 이용한 온도 조절기능 △물과 물체의 비중 차에 의하여 뜨게 하거나 가라앉게 하는 기능 △용해력에 의한 금속이나 소금류, 영양분 등의 운반기능 △소류력(掃流力)을 이용한 흙이나 배설물을 흘러 보내는 기능 △물과의 경계 지점에 자유로운 형상을 만들어 생물을 서식하게 하는 기능 △자연경관을 만드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이 지닌 소류력에 중점을 두고 홍수대책으로 하천을 깊이 준설하면 홍수대책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생태계의 파괴와 물이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관은 나빠질 수도 있다. 생물과의 접촉이 어려워지고 물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Ⅲ. 하수도의 역사와 역할의 변천
1. 하수도의 역사


하수문화는 인류문화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발전해왔다. 400만 년 전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와 하랍파 등의 도시국가들에서 이미 원시적 형태이긴 하지만 하수도와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유럽에서 본격적인 하수도는 로마에서부터였다. 로마인들은 도시를 건설할 때 물의 확보를 중요시했고 사용된 물의 처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상수도로 이용된 물의 처리를 위해 필연적으로 하수도 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로마의 상하수도 시설들은 로마의 몰락과 함께 유럽에서는 사실상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분뇨를 비료로 사용하여 농경이 발전했지만 도시 인구의 증가에 따라 가정에서는 분뇨와 오물을 길거리에 투기하여 도시의 위생환경은 악화되었다. 1349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3세는 런던시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밤낮 없이 오물이 집 밖으로 투척되어 대로이건 소로이건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의 배설물로 가득하고….”라고 쓰고 있다. 고대에서 발견된 화장실이 중세에 와서 사라진 것이다. 유럽의 중세는 오염된 수질과 환경으로 콜레라 등 전염병의 지속적인 창궐을 피할 수 없었다. 1348년에는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2천만 명 이상이 패스트로 사망할 정도였다.

근대적 하수도는 산업혁명 후 도시화의 진전과 산업의 발달에 따라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영국은 변소치기식 화장실이 많았다. 분뇨는 도시 주변 농가에게는 귀중한 비료였기 때문이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1820년경부터 보급되었으나 당시의 수세식 화장실은 한층 아래의 하수통과 배수관으로 연결된 형태였고 하수도는 빗물의 배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과 함께 하수를 받아들이는 하수도도 정비되었으나 런던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이 급증하면서 테임즈강이 부패하고 말았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여러 차례 콜레라가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으며, 1858년에는 런던 전역이 악취로 뒤덮이면서 ‘위대한 악취의 해’로 명명될 정도였다.

1914년에는 직접 강으로 내보내던 하수도를 정화시켜 내보내는 하수처리장이 설치되고 이로써 근대하수도가 시작된 것이다. 근대적 하수도는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각각 다른 형태로 보급되고 발전되어왔다. 유럽에서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하천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직접 하천에 방류하던 하수를 하수관로를 이용하여 하천 말단부까지 하수를 수송하여 하천오염을 방지했고, 그 이후에 바다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는 관로 선행형 하수도를, 일본은 산업화의 여파로 수인성 전염병이 만연하여 서구의 하수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처리장과 관로를 동시에 건설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까지 주로 빗물 배수 시설로 기능하던 개천이 중요한 위생 시설로 인식되었고 하수도 시설을 본격적으로 축조 개수하기 시작한 것은 한일병합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늘어난 인구에 비해 하수처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경오염이 야기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우수배제를 목적으로 한 침수방지형 1세대 하수도에서 70년대 도시화와 공업화로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서 분뇨 등 하수를 관로에 직투입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중위생형 2세대 하수도를 거치지 않고 우수배제기능의 불완전한 관로체계에서 차집관로와 3세대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하여 이후 전체적인 하수도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 하수도의 역할과 기능의 변천

하수도는 기본적으로 ①빗물을 모아 하천이나 바다 등으로 내보내는 우수배제기능, ②오수를 빠르게 배제하고 화장실을 수세식화 하여 분뇨를 관로에 직투입함으로써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공중위생 보전기능, ③오수를 수집· 운반·처리하여 공공수역의 수질 오염을 방지하는 수질보전 기능 등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수도의 역할과 기능은 시대의 변천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변화·발전해왔으며 초기단계에는 우수배제기능을 중심으로 한 우수배제형 하수도에서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의 개선에 주안점을 둔 공중위생형 하수도로, 그리고 하수처리장을 건설하여 수자원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수질보전형 하수도로 발전해왔다.

하수도는 그 발전 과정을 통해 오수의 수집처리, 우수의 배제, 나아가 고도처리 등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그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공중위생의 향상, 생활환경의 개선, 도시의 건전한 발달, 공공수역의 수질보전에 기여해 왔고 ‘인류 수명연장에 1등 공신’으로 상찬되어 왔다.

최근에 와서 하수도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종래의 단순한 ‘배제와 처리’ 기능에서 ‘재생과 활용’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고도화해 가고 있다. 단순히 버려지는 물이 아닌 물순환의 고리로 순환형 사회 형성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UN은 2017년 ‘세계 물의 날’ 주제를 ‘웨이스트 워터(Waste-Water)’로 정하고 하수를 ‘버려야하는 물’에서 ‘자원’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와 수질 오염 문제 등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지구의 물 사정을 감안할 때 ‘하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하수는 안전하게 관리될 때 지속가능한 주요 수자원이며 그린(Green) 자원이다.

▲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집중투자로 2016년 기준 하수도 보급률이 93.2%에 이르렀으나 농어촌 지역의 보급 저조(68.7%), 공공하수처리시설의 대응능력 부족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 관로의 월류수 문제, 유출수 문제, 미처리수의 관리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Ⅳ. 하수도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

1. 새로운 물 환경과 하수도
1) 물순환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청     


지구 온난화,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물 부족의 심각성은 앞으로 환경부하가 적은 지속가능한 순환형 사회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국면을 맞으면서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사회 구조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자원의 경우에도 급격한 도시화로 잃어버린 물 환경을 수량과 수질 양면으로 회복하는 건전한 물 순환계의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불투수 면적의 증가와 수변 공간의 감소로 도시의 물 환경은 악화되고 쾌적성은 저하되고 있다. 도시에 유입되고 소비된 물의 대부분은 하수도를 통하여 도시로부터 유출된다. 유입된 물이 하수도로 유출 되면서 물순환은 단절된다. 물순환의 회복은 순환형 사회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고 하수도는 순환형 물 환경의 구축을 위해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2) 물 부족과 대체 수자원의 필요성 증대

물 부족 문제는 세계적인 현안 사항이 되어 있으며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수자원 격차 극복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미래에 대한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세기의 자원 전쟁이 주로 ‘석유’ 때문이었다면, 다음 세기는 대체할 수도, 재생할 수도 없는 ‘물’이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 부족은 지역별 수요와 부존 수자원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산업의 발전과 도시화의 확대, 여기에 더하여 기후변화는 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인구 증가에 있다. 또, 산업 발달로 물 자원에 대한 수요가 늘고 더불어 이상기후 현상으로 가뭄이 지속되는 것도 큰 요인이다. OECD는 인구증가, 도시화, 산업발전, 이상기후 등에 의한 물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수자원의 지역적·계절적 불균형 심화로 2050년 세계 전체 인구 중 40%가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높은 인구 밀도와 계절적 강수량의 편차로 인하여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잦은 홍수와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자원총량은 연간 1천323억㎥이지만 증발산 등 손실량을 제외한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수자원총량의 57% 정도이며 총이용량은 28%에 불과하다. 이러한 물 상황으로 대체 수자원의 확보는 지속가능한 물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빗물 이용, 하수의 재이용, 해수의 담수화, 해양 심층수 등이  중요한 대체수자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3) 도시화로 인한 물관리의 새로운 과제의 등장

도시의 인구 집중과 도시 활동의 고도화에 따라 물관리에 있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물순환의 관점에서도 지금까지 시행해 온 대책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평상시 도시 내 하천의 유량의 감소와 이로 인한 물 환경의 악화, 호수와 늪지 등 폐쇄성 수역에서의 과다한 오탁부하의 유입에 의한 수질 악화와 국지성 호우와 빗물 유출량의 증가로 도시형 수해의 심각성 등이 그것이다.

한편으로는 하수도에 유입하는 각종 환경호르몬 물질, 미세화학 물질 등에 의한 수계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난제들은 오탁부하의 저감이라는 수질의 관점뿐만 아니라 수량의 관점, 그리고 생태보전을 위한 관점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집중투자로 2016년 기준 하수도 보급률이 93.2%에 이르렀으나 농어촌 지역의 보급 저조(68.7%), 공공하수처리시설의 대응능력 부족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 관로의 월류수 문제, 유출수 문제, 미처리수의 관리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하수도 고유기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과제의 해결을 위하여 다양한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할 상황이다.

2. 물순환의 회복과 하수도

 
물순환의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빗물 재이용과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을 들 수 있다. ‘물 재이용’이란 빗물, 오수, 하수처리수 및 폐수처리수를 물재이용 시설을 이용하여 처리하고, 그 처리된 물을 생활, 공업, 농업, 조경, 하천유지 등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으로 정의하고 있다.

빗물 재이용은 강우 시에  버려지는 빗물을 저영향개발, 분산형 빗물관리시설을 이용한 빗물의 지하침투와 저류조 등에 저장한 빗물을 재이용하는 방법이다. 빗물을 지하에 침투시켜 지하수 함양, 지반침하 및 하류 홍수방지 등에 기여하고 표면유출량 감소, 비점오염발생량 및 침수피해 저감과 도시의 쾌적성 증대 및 생태환경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지하 저류조는 시가지 침수 방지에 기여하며 모아둔 빗물은 청소 용수, 조경용수 등 재이용수로 활용된다.

하수도는 그 동안 우수와 오수를 배제 처리하여 강이나 바다로 방류하여 수질보전에 기여해 왔으나 건전한 물 환경의 유지와 회복을 위한 지역과 사회의 요구에 따라 처리하수를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되어 수집 이송된 하수를 처리하여 공공수역으로 방류하지 않고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농업용수, 중수도 등 다양한 용도로 재이용하여 건전한 물순환과 양호한 물 환경을 보전 창출한다. 고려해야할 것은 처리해야 할 하수원수가 다양하고 재이용 용도가 다양하므로 적합한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 탓에 최근에는 분리막을 이용한 수처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수를 재이용할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가뭄 등 재해를 해결할 수 있으며, 오염된 하수를 처리하게 되어 하천수질개선은 물론 댐 건설비용이나 수돗물 사용비용을 줄여 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하수처리 기술 개발과 관련된 물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0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있으며 「하수도법」상 처리하수의 재이용과 중수도 설치의 의무 규정 등을 두어 법제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 물재이용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하수처리수 등의 재이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2016년 기준 연간 71만7천만㎥의 하수처리량 중 재이용은 15.6%에 상당하는 11만2천만㎥ 정도가 재이용되고 있다.

Ⅴ. 맺으면서

물자원 순환의 중심 역할로서의 하수도

지금까지 하수도는 인간 생활과 도시 활동으로 발생하는 오수와 자연현상인 빗물을 배제 처리하여 공중위생과 생활환경의 향상과 빗물의 조속한 배제와 침수 방지를 위해 보급 확대 위주로 정비해 왔다.

최근 물 환경의 변화와 사회적 요청으로 하수도는 도시의 물 순환계, 물질 순환계에 있어서 그 역할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하수도 시스템이 물과 물질 순환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하수도는 사용하고 소비된 물을 처리하고 활용 재생하는 기능을 병행하여 수행해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 하수 오니의 자원화와 바이오매스, 하수열의 에너지화, 하수 중에 함유된 인(P) 등의 회수 활용 등 자원재생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이제 하수도는 인체의 정맥 역할과 동시에 맑은 피를 인체 각 기관에 보내는 동맥의 역할도 부여받고 있다. 우리는 하수도가 가진 새로운 기능을 재발견하여 새로운 하수문화를 창출하고 보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워터저널』 2018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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