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빗물이용시설의 설치·운영은 막대한 자원낭비”

빗물 1㎥당 생산비 최고 29만원·설치비와 운영비는 각각 460만원·1만2천500원
빗물 활용해 추가로 확보되는 수자원 양은 국내 전체 수자원량의 0.008%에 불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빗물이용정책의 허실

연간 빗물이용량 730만㎥

2016년 전국에 설치된 총 2천43개소의 빗물이용시설에 의해 이용된 빗물은 743만2천382㎥이었다. 2010년에는 전국에 설치된 총 334개소의 빗물이용시설에 의해 이용된 빗물이 420만8천178㎥이었고, 2011년에는 총 587개소, 778만3천612㎥, 2012년에는 총 630개소, 829만5천258㎥, 2013년에는 총 965개소, 920만4천372㎥, 2014년에는 총 1천369개소, 713만7천180㎥, 2015년에는 총 1천560개소, 701만8천853㎥이었다. 2010∼2016년 평균 빗물이용량은 730만㎥이었고, 그것은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총량의 0.008%이었다([표 1] 참조). 2016년 제주도를 제외한 연간 빗물이용량은 180만㎥이었다.

이용시설수는 증가…이용량은 감소

2010∼2016년 빗물이용시설 수는 333개소에서 2천43개소로 6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빗물이용시설 개소당 평균 이용량은 2010년 1만2천584㎥에서 2016년 3천638㎥으로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였고, 빗물이용량은 400만㎥에서 900만㎥의 범위로, 불규칙하게 나타났다([그림 1] 참조).

 
빗물이용시설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빗물이용량이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 원인은 연도별 강우량 차이, 작은 용량의 빗물이용시설 다수 설치 등이다. 2010년 빗물이용시설 334개소의 저수용량이 385만922㎥이었고, 2016년 빗물이용시설 2천43개소의 저수용량은 468만4천348㎥로, 빗물이용시설 개소수는 6.1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저수용량은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것은 지금까지 저수용량이 작은 빗물이용시설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왔다는 것을 말한다.

 
빗물 ㎥당 생산비용 최고 29만원

빗물이용시설 50개소, 빗물이용시설 설치비용 98억7천800만 원, 연간 운영비 500만 원으로 연간 2천152㎥의 빗물을 이용하고 있는 대전시의 빗물이용시설 빗물 ㎥당 생산비용은 감가상각기간 30년, 연이율 3%를 적용할 경우 29만3천33원이었다.

빗물이용시설 빗물 ㎥당 생산비용은 세종특별자치시 5만5천790원, 경기도 1만6천899원, 울산광역시 1만6천176원, 부산광역시 1만4천586원, 광주광역시 1만3천254원, 인천광역시 6천45원, 서울특별시 4천479원 순으로 나타났으며,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할 경우 전라남도가 649원으로 가장 낮았다([표 2] 참조).

 
빗물 ㎥당 설치비 최고 460만 원

빗물이용시설 50개소, 저류용량 7천81㎥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대전광역시의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당 459만149원이었고, 빗물이용시설 469개소, 연간 10만2천260㎥의 빗물을 이용하고 있는 경기도의 빗물이용시설의 운영비는 ㎥당 1만2천527원이었다([표 3] 참조).

대전시를 제외한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세종시 86만6천932원, 부산시 23만300원, 광주시 18만7천586원, 울산시 17만3천288원 순이고, 전라남도가 9천479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기도를 제외한 빗물이용시설 운영비는 울산시 5천201원, 대전시 2천323원, 광주시 1천373원 순이고,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라남도가 48원으로 가장 낮았다.

 
빗물, 공짜로 얻어지는 수원 아냐

현행 빗물이용시설은 ‘아깝게 그냥 흘러가는 빗물을 모아 사용하면 귀중한 수자원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빗물이용의 설치·운영에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막대한 재원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빗물은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빗물이용시설에 의해 추가로 확보되는 수자원의 양은 제주도의 빗물이용량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수자원량의 0.008%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수자원의 수급 균형을 위해 빗물이용시설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빗물이용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귀중한 자원과 인력,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적 토지 도시화는 생태계 파괴

산이나 들과 같은 자연적인 토지를 개발하여 건물을 짓고 도로, 주차장 등을 불투수성 재료로 포장하면 강우 시 물의 지하침투를 방해하여 지표수의 양을 증대시키게 된다. 증대된 지표수는 주변지역과 하류에 홍수를 유발하여 사람과 생태계 모두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빗물의 지하침투량이 줄어들면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져 비가 오지 않을 때 하천을 마르게 하여 주변지역과 하류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연적 토지의 도시화로 불투수 면적이 증가하여 빗물의 지하침투가 감소하면 해당 토지의 수리수문에 결정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토지에 의지해서 생존하고 있는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지해서 생존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화 이전의 주변 및 하류생태계는 도시화 이후에는 상당 부분 교란될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도심을 흐르는 거의 모든 하천의 물은 생활하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하수의 하천유출이 거의 없다. 지하수가 없어지면 지하수의 희석·정화작용도 없어져 도시하천의 수질이 매우 나빠지게 된다.

▲ 우리나라 대도시의 도심을 흐르는 거의 모든 하천의 물은 생활하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하수의 하천유출이 거의 없다. 지하수가 없어지면 지하수의 희석·정화작용도 없어져 도시하천의 수질이 매우 나빠지게 된다.
도시화지역 빗물처리 최선은 지하침투

도시화지역 빗물처리의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도시화 이전의 자연적 토지 상태로 물의 지하침투 능력을 회복시켜 자연적인 수문순환에 가깝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를 건설할 때 나지(裸地)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여 빗물의 지하침투량을 늘리고, 도로나 주차장 등은 투수성 재료를 사용하여 빗물의 지하침투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도시화지역에서 나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토지이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도로 등 포장재의 투수성에는 재료와 기술의 한계가 있다.

건물의 지붕에서 발생한 빗물을 건물의 지하토양으로 침투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건물 지하토양의 침투 상태 등에 대한 지질조사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포장된 건물 마당 등에서 발생한 빗물의 지하침투를 위해 빗물이 공공하수도로 유입되기 전에 지하침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포장도로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지하침투의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도시화지역을 개발할 때는 제일 먼저 빗물의 지하침투를 위한 지질조사 등 기초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빗물의 지하침투를 위한 시설, 장치 등에 대한 연구·개발도 해야한다. 빗물의 지하침투를 위한 시설, 장치 등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설치비나 운영비가 크게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도시화지역의 빗물을 사람과 생태계를 위한 진정한 수자원으로 사용하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기술적인 방법은 빗물을 지하토양으로 가능한 한 많이 침투시키는 것이다. 조경, 청소, 화장실, 분수대 용수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당 생산비 29만 원의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워터저널』 2018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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