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Ⅱ. 통합물관리 추진 방향과 전문가 정책제언(하)


“조직융합관리 통한 화학적 통합으로 시너지 내야”


환경부, 이관된 국토부 조직·수자원공사 등과 유기적 협력 위한 사후관리 중요
차관 아래 물 업무 총괄하는 ‘물관리실’ 신설해야…점진적 인사교류가 바람직

 

▲ 박 형 준
성균관대학원 행정학과 교수
Part 06. 정부조직 개편 따른 성공적 연착륙 방안

물리적 통합의 조직개편이 대다수

지난 6월 9일, 물관리 일원화로 국토부 소속 36명과 산하기관 152명의 직원이 환경부로 넘어왔다. 이번 조직통합이 단순히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과거의 정부조직 통합사례와 전략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1980년대 이후 신공공관리론을 채택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은 부처 간 중복 기능의 조정, 잉여인력 감축 등과 같은 관리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여러 부처들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중앙부처 뿐만 아니라 공기업, 공공기관을 비롯한 준정부기관의 통·폐합을 통해 효율적인 정부 운영과 정부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체계적인 융합관리의 부재로 조직개편에 따른 시너지 창출이 미비했고 오히려 정책집행 협조의 혼선 등 적잖은 부작용만 일으켰다. 즉,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물리적 통합만 이루어져 왔을 뿐, 진정한 의미의 ‘조직융합’, 다시 말해 조직 간 또는 기능 간 화학적 융합과는 거리가 먼 조직개편이 대다수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정부조직 개편 이후에 통합부처에 ‘조직융합관리’(PMI, Post-Merger Integration)라는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부처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조직융합관리를 부처통합에 따른 사후적 관리방안으로 적용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았으나, 통합부처 내·외부의 상황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적용으로 비판도 있었다.

부처내 갈등, 이질적 문화가 최대 원인

부처 간 단순 통·폐합으로 적잖은 혼선과 부작용을 양산한 예로 국민안전처를 들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2014년 11월 19일 세월호 참사 수습대책으로 신설된 중앙행정기관이다. 당시 정부는 재난현장에서의 전문성과 대응성을 높이고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을 목표로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 자연재난·사회재난으로 분산된 재난대응체계를 통합했다.

그러나 이는 3년여 만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 흡수·통합되면서 폐지됐다.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위해 출범했지만, 이질적 문화로 조직융합에 실패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선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고위공무원단 직위 12개 중 기존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의 간부들이 줄줄이 승진하면서 소위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군인 출신 위주로 조직을 구성하여 조직 내 민간 전문가와 갈등이 발생했다.

중앙부처와 해양본부 간 소통의 갈등도 있었다. 서울정부청사 인근에 중심부처 및 소방본부가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인천 송도에 위치하여 유기적인 소통과 정보 공유가 사실상 어려웠다. 또 부처 간 협력, 지휘명령에 따른 갈등도 조직통합을 방해한 요인 중 하나였다.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국민안전처장이 재난을 수습·지휘하도록 되어 있는데 조직 관리상 동일한 지위에 있는 타 부처와 장관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여 혼란이 생겼다. 

갈등관리심의위원회·관련 규정 신설

이에 정부는 우선 부처 내 갈등 해소를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갈등관리 규정을 신설했다. 재난안전 정책의 수립·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체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2015년 8월부터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운영했다. 위원회는 갈등관리 전문가, 교수, 연구원, 기업인 등 민간위원 6명과 정부위원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했다. 2016년 6월에는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해결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을 제정·시행하여 국민안전처 소관 업무와 관련 갈등을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예방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부처 간 갈등을 없애기 위해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했다. 재난 발생 시 총괄·조정을 위한 지휘체계를 국민안전처 장관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또는 타 부서와의 협력을 요구하는 경우 국무총리가 재난 총괄·조정 권한을 행사하도록 설정하여 재난대응 능력을 강화시켰다. 국민안전처장에게는 △정부의 안전예산 사전 결정권 △교부세 사용권 △직원 충원권(50%는 외부전문가로 구성) △특임권 부여 등 4가지 특권을 부여했다.

통합부처 간 주도권 갈등이 융합 방해

또다른 조직통합 실패 사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기능을 통합한 중앙행정기관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장관 아래 제1차관과 제2차관을 두어 제1차관은 교육인적자원 분야를, 제2차관은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케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통합부처 간 주도권 갈등, 무리한 융합인사와 미흡한 보상체계로 인한 조직·업무만족도 저하, 조직문화의 후퇴 등으로 조직융합에 실패했다. 통합과정에서 교육부의 기존 조직을 대부분 해체·통합하고 일부 핵심부서만 제2차관(과학기술부) 소속으로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명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인재과학부’로 개편한 2008년 1월 16일, 교육부 고위관계자들과 교총이 강력히 반발하며 일어났다.

또 조직통합의 성과 강조를 위해 무리한 융합인사를 추진한 탓에 선호도, 적성, 전공과는 무관한 부서 배치로 구성원들의 업무만족도와 사기가 매우 떨어졌다. 당시 과기부 장관은 과기부 소속 공무원만 선호하여 상당수의 과기부 공무원들을 교육 파트에 배치했다. 이에 다른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았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까지 초래했다.

교육부·과기부, 끝내 부처통합 못 이뤄

그러다 보니 구성원 간 결속력 약화, 조직문화의 관료화·경직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과기부는 교육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조직인사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직통합으로 인해 국·과장급 이상의 자리가 줄면서 각 부처 출신 사이에서 제로섬 게임 (zero-sum game)현상이 심화되어 업무성과와 조직관리가 저하됐다. 또 실제로 두 조직 간 업무의 특성과 분야가 너무 달라 융합인사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양쪽 공무원들이 융합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통합노력이 안일하게 이루어진 면도 있었다.

이에 당시 정부는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새로운 통합비전을 만들어 공개했다. 통합 이후 부처의 역할과 가치를 공유하고 조직원의 융합과 일체감 형성을 도모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전 공모를 실시해 공통된 목표를 갖도록 했다.

통합 후 인사교류 차원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여 탄생한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통합을 기념하는 출범식(업무 화합의 장 행사)을 개최했다. 옛 교육부와 과기부의 모든 직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도 열었다.

또 교육부와 과기부 사무실을 한 층에 섞어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두 부처 직원들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끝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이번 정부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리됐다.

이명박 정부, 공공기관 통합 시도

한편, 문화콘텐츠 사업 육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통합한 사례도 있다. 2000년 정부는 음악·애니메이션·캐릭터 등 주요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국방송산업진흥원과 K산업진흥원을 통합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설립했다.    이는 2001년 8월 재단법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확대됐으며, 2002년 10월 17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발전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한국게임산업진흥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됐다.

이 사례 역시 조직문화의 이질성이 통합의 최대 장애물로 작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통합 이전 기관들이 대부분 주무부처가 문화관광부였고, 문화산업 관련 지원 기능을 수행하여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콘텐츠진흥원은 출신기관이 다른 구성원 간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젊은 조직이며, 인적·재정 규모가 가장 컸고, 절차 중심의 공식적 조직문화였다. 반면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오래된 조직인데다 연구조직의 분위기였고 토론 문화로 부하와 상사는 동료관계였다. 또 게임산업진흥원은 오래된 조직이지만 업무 특성상 상당히 자유롭고 활발한 분위기였던 데 비해 소프트웨어진흥원은 민간 출신 기관장의 영향으로 진취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성격을 띠었다. 유일하게 과거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으로 다른 부처와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조직 업무 재배분·중복기능 제거

이에 정부는 기존 장르별 7본부 24팀의 조직을 기능별 6본부 23팀으로 슬림화·전문화 하고, 유사·중복기능을 통·폐합하고 핵심역량 위주로 재설계했다. 또 새로운 통합비전과 성과중심의 인사제도를 마련했다. ‘2010년 경영실적평가 결과보고서’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기관의 설립목적과 비전 달성을 위해 12개 전략과제를 도출했다. 또 중요도를 기준으로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핵심과제를 분류한 노력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거시적 차원에서 정부는 정부 매뉴얼을 적용하고 조직융합관리를 도입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부처 간 영역 다툼과 정책 추진의 일관성 결여 등과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책대상이나 영역별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연관 기능을 모아 새롭게 통합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2008년에 단행했고, 조직개편 이후 행정안전부에서 『조직융합관리 매뉴얼』을 발간하도록 하는 조직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조직융합관리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 뿐 아니라 구조적·재무적·문화적·심리적 통합이 요구되므로 각기 다른 환경에서 고유 조직문화에 익숙한 조직원들은 하나의 조직으로서 상생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조직통합의 목적으로 역량의 전이나 자원의 공유를 의미하는 과업 통합과 조직원의 만족감, 정체성 공유 등의 인적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조직융합관리 성공은 끊임없는 소통

이번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단순히 국토부의 조직과 인력만 흡수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근본적으로는 화학적 통합을 통한 시너지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조직융합관리(PMI)’다.

조직융합관리는 업무방식·조직문화 등 제반 환경이 다른 조직으로 통합된 조직이 단기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활동이다. 보통 조직개편 이후 조직문화·인사·기능 부문 등에서 예상되는 갈등을 극복하고, 직원들이 융합된 단일 부처의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활동이다.

 
조직융합관리는 두 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 후,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단일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적용하는 관리방안이다. 조직 내 단일문화를 성립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하나의 조직으로 재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조직융합관리는 조직의 내부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관리전략이다.

조직융합관리는 크게 과업통합과 인적통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과업통합은 조직통합의 목적으로 역량의 전이나 자원의 공유 등을 의미하고, 인적 통합은 조직원들의 만족감, 공유된 정체성 창출 등을 의미한다.
조직융합관리의 성공요인은 △각 조직대표로 구성되는 협의체 구성 △통합의 목적과 기대의 명확화 △통합 이후 업무 및 전략수립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 △통합에 대한 성과 지표 설정 등 정기적 성과 평가 등이다.

 
조직 목표·문화·인사·기능별 전략 필요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화학적 통합’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 구조기능·관리과정·조직문화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도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조직통합에 성공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통합전략이 없으면 다시 분리되는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하나의 조직으로 단일화 하려면 이 네 가지 관리전략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정부조직의 조직융합관리 구조는 크게 △목표융합관리 △문화융합관리 △인사융합관리 △기능융합관리 등 네 가지다. 목표융합관리는 각기 다른 부처의 목표를 하나의 목표로 수정해나가는 관리로, 조직구성원 간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 문화융합관리는 통합부처 고유의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관리로, 이상적인 조직문화상은 물론 상이한 업무특성과 문화를 이해·동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다.

인사융합관리는 인사규정의 공정성·타당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기법으로 통합하기 전 상이했던 승진·평가·보직 그리고 교육과 연수 등에 대한 합리적인 규정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능융합관리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통합부처 내의 새로운 기능을 재정립하는 관리로, 타 부서와의 협력체계 등을 강화하고 재조정하는 기능을 강조한다.

 
▲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조직통합에 성공했지만, 이후 제대로된 통합전략이 없으면 다시 분리되는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하나의 조직으로 단일화하려면 구조기능·관리과정·조직문화적인 측면 등 네 가지 관리전략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부처 산하기관 통합 위한 2차시설 필요

진정한 통합물관리를 위해 환경부는 차관 아래 환경부와 국토부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실(實)(가칭 ‘물관리실’)이 필요하다. 행안부와의 협의도 필요할 것이다.

또 본부와 소속기관, 기상청, 산하 연구기관, 기타 유관기관들이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업무협의체를 만들어 공식적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도 상호교류 증진 방안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해 나가야 한다. 현재 테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지만 이러한 방향성을 더 인지하고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관리과정적 측면에서 인사교류는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과거에 했던 인위적 융합이라고 하여 무작위로 배치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점진적인 인사교류를 통해 조직구성원들 간 명확한 물관리 목표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 간 진정한 통합을 위해 물관리를 총괄·전담하는 실(實)을 넘어 2차관리시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곳에서 물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조직융합 관리방안을 수립해 추진토록 해야 한다. 나아가 조직 자체도 기능과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개편을 통해 새로운 통합물관리를 위한 재설계 과정이 필요하다.

[『워터저널』 2018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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