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숙천 수질의 영향 많이 받는 자양·구의·풍납·암사 등 7개 취수장 이전 필요

전문가 “안정적이고 깨끗한 상수원 확보위해 국가차원 검토해야”


남양주시, “타 지자체서 운영하는 취수장 때문에 지역경제 피해 막대”
서울시, “자양·구의취수장 2011년까지 상류 이전…암사·풍납은 불가"


   
▲ 한강 하류에 있는 취수장.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의·자양·풍납·암사취수장.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하루 시설용량 5만 톤 이상인 전국의 96개 정수장 765개 시료를 대상으로 바이러스 분포실태조사(2002. 9∼2006. 3월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한강 하류에 위치한 자양·구의·풍납·암사취수장 등에서 바이러스 검출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2003년의 경우 구의취수장은 무려 832.0∼1천560.9MPN/100L까지 검출됐다. ‘정수처리 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취수원수에서 바이러스가 100MPN/100L 이상이 검출되면 1년간 분기당(3개월) 1회씩 정수를 검사토록 규정되어 있다.

또 암사취수장은 최고 530.8MPN/100L, 자양취수장은 501.7∼565.4, 풍납취수장 149.7MPN/100L 등으로 정수검사 규정치인 100MPN/100L을 넘었다. 2004년(1/4분기)에도 구의 245.3, 자양 196.0, 암사 190.1, 풍납 136.4MPN/100L 등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의 종류로는 레오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검출됐고 폴리오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에코바이러스 등도 확인됐다. 레오바이러스의 경우 병원성이 없지만 폴리오바이러스와 콕사키바이러스는 소아마비를, 에코바이러스는 수막염이나 뇌염, 유아의 설사증이나 발진성 열성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자양·구의·풍납·암사취수장 등에서 바이러스 검출률이 높은 것은 이들 취수장이 왕숙천 하류에 위치해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5급수로 목표수질 크게 못미쳐

■ 왕숙천 오염실태  왕숙천은 경기 포천·남양주·구리시를 경유, 한강 상수원으로 흘러든다. 구리하수처리장(16만 톤)과 진건하수처리장(8만 톤)에서 하루 24만 톤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지만, 왕숙천 하류 수질은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10.95mg/L(1995∼2006년 평균치)로 5급수(BOD 10mg/L)를 초과하고 있다.

   
▲ 오염이 심각한 왕숙천 모습. 이 물은 잠실수중보 위에 있는 암사·구의·풍납·자양·한강 등 7개 취수원으로 유입된 뒤 수돗물 원수로 사용, 수도권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31일 한강유역관리청이 발표한 ‘왕숙천 유역 수질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왕숙천 유역은 2005년 수질조사 결과 당초 목표수질인 BOD 5.2mg/L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BOD 11.4mg/L로 나타났다. 목표수질인 BOD 5.2mg/L은 환경부에서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을 맑게 보전하기 위해 정한 수치이다.

   
▲ 구리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200m 떨어진 왕숙천 하류 하천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 물고기도 죽어 부패되고 있다.
그러나 왕숙천의 수질개선 수치는 지난해 재조사 결과에서도 BOD 9mg/L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왕숙천 수질은 2003년에는 BOD가 24mg/L로 확인돼 최악의 수질상태를 보여 1998년 한강특별대책상 목표수질이나 개선효과가 미진해 중점 관리대상 하천으로 분류 됐다.

용역보고서는 특히 왕숙천 주변의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 BOD 발생부하량 및 배출부하량의 예측자료를 이용해 왕숙천 수질이 2011년 10.68mg/L, 2016년에는 12.53mg/L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이 결과 또한 목표수질에 도달하지 못해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수질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4년 왕숙천 유역의 총 BOD 발생부하량은 3만3천658kg/일, 배출부하량은 4천128kg/일을 나타냈으나, 2011년 발생부하량은 총 4만1천340kg/일, 배출부하량은 5천302kg/일로 환경기초시설 등의 삭감부하량(3만6천38kg/일)은 되지만 2011년이 되면 하루 1천200kg/일 정도의 부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기자가 찾아간 왕숙천은 오염이 심했다. 구리하수처리장에서 나온 처리수는 비교적 깨끗해 보였지만 방류수 아래의 하천바닥은 오염물질이 쌓여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부패된 물고기, 각종 쓰레기가 물위를 떠다녔다. 일부구간에서는 악취가 심했다. 구리하수처리장 바로 위에 위치한 수중보에서는 상류에서 내려온 시커먼 물이 하얀 거품을 내면서 하류로 내려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7개 취수장, 하루 5천670톤 취수

■ 한강 하류 취수장 현황  현재 왕숙천 하류 한강 합류지점부터 잠실대교 밑 잠실수중보 사이에는 암사·구의·자양·풍납 등 서울시가 관리하는 취수장 4곳과 인천 부평정수장 원수인 또 다른 풍납취수장, 성남시의 한강취수장(복정정수장 원수), 한국수자원공사가 일산지역에 공급하는 자양취수장(일산정수장 원수) 등 총 7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취수장은 하루 5천670톤의 상수원수를 끌어들여 서울, 경기, 인천지역 정수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 한강하류 취수장과 남양주시가 건의한 상류이전지역.
이처럼 서울·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 잠실지역에 왕숙천의 하수처리수가 유입되면서 국회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취수원 지역의 수질이 식수로는 부적합한 3급수(BOD 6.0mg/L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어 취수장 이전의 필요성을 지적해 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에게 제출한 ‘한강수질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강 잠실지역의 BOD가 2003년 1.8mg/L, 2004년 1.7mg/L 2005년 1.4mg/L로 조금씩 개선돼 오다 지난해 7월에는 2.5mg/L로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시 상수도연구소가 취수장별 원수의 BOD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팔당댐 상류인 광암취수장 1.66mg/L, 강북 1.48mg/L인 반면 왕숙천 하류인 암사는 1.78mg/L, 구의 1.93mg/L, 자양 2.10mg/L, 풍납 2.10mg/L로 왕숙천 하류지역의 오염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풍납취수장 아래의 성내천과 한강 합류지점의 수질상태.
안경률 의원은 “상수원수 BOD는 1급수가 1mg/L 이하, 2급수가 3mg/L 이하, 3급수가 6mg/L 이하로 2급수 이상만 식수원으로 쓸 수 있어 왕숙천의 수질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강 식수원이 3급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환경부가 오는 2015년까지 ‘한강대권역 물환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이와 별도로 환경부와 서울시가 단기적 환경수질 개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왕숙천과 한강 하류의 오염은  서울시 6개 정수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취수장의 원수가 3급수로 악화될 경우 고도처리시설을 통해 한강물을 정수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구의·뚝도 등 6개 정수장은 표준처리만 할 수 있을 뿐 고도처리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고도처리시설 설치에 따른 막대한 예산 소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건설중인 남양주대교 일대 최적지”

■ 취수장 이전 필요성  이런 가운데 남양주시는 왕숙천 아래에 있는 이들 취수장을 한강 상류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지난 1월 26일 경기도 업무보고에서 5천400억 원을 투입, 왕숙천과 한강의 합류지점보다 아래쪽에 있는 한강유역 취수장 7곳을 합류지점 위쪽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건의했다.

이 시장은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를 받는 곳이 남양주시 전체면적의 80%에 이르고, 특히 수도권의 젖줄인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면서도 정작 남양주 시민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왕숙천 하류 부근 한강에 설치된 7개의 취수장을 왕숙천 상류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경기도 차원에서 추진해 한강과 인접한 남양주·하남·구리시가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김 지사에게 건의했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2월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산업입지의 개발에 관한 통합지침’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 내 반경 20㎞ 이내 지역에서의 각종 개발은 규제를 받고 있다.

산업단지는 물론 면적 500㎡ 이상의 공장은 전혀 들어설 수 없어 남양주시의 경우 2005년 98건에 달했던 공장신설 건수가 지난해 8건으로 대폭 줄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왕숙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처리수의 유입도 문제지만 취수장으로 인해 시가 받고 있는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면서 “한강 하류 취수장을 서울시가 관리하는 팔당댐 아래 강북취수장(남양주시 와부읍) 부근으로 이전하면 왕숙천 일대 35만㎡ 규모의 진접읍 연평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되고, 왕숙천 하류 부근 한강 둔치 일대에 대한 대규모 정비도 가능해져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시가 취수장 이전지로 거론되는 팔당 상류지역인 남양주시 와부읍 남양주대교 일대는 이미 강북취수장이 하루 100만 톤의 수돗물 원수(BOD 1.2mg/L)를 취수해 서울시민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팔당댐 취수원의 광암취수장 수질보다 더 좋은 수질현황을 보이고 있다.

팔당댐에서 하류로 5㎞ 떨어진 남양주대교는 이미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으로 추가 제재사항 없이 입지가 가능하며, 상류지역에 한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이 없어 안정적인 수돗물 원수를 취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 남양주시 와부읍(덕소)에 위치한 강북정수장. 남양주시는 이 부근을 한강 하류 7개 취수장이전지로 삼고 있으며, 이전 계획이 받아들여질 경우 취수원수를 저장할 수 있도록 남양주대교(사진에 보이는 다리) 밑에 잠실수중보와 맞먹는 수중보를 만들 예정이다.
남양주시는 이 계획이 받아들여질 경우 취수원수를 저장할 수 있도록 남양주대교에 잠실수중보와 맞먹는 수중보를 설치하고, 왕숙천 일대에는 산업단지 유치와 한강 수상레저 등 관광자원을 개발할 계획이다.

김문수 도지사도 한강 하류의 7개 취수장에 대한 이전문제를 경기도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여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민들은 상수원보호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받아오면서 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취수장 이전을 목표로 관련 자치단체,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공의 한 관계자는 “일산정수장에 공급되는 한강 하류 자양취수장 원수를 파주 LCD산업단지에 공업용수로 전환하고, 일산지역에는 광역상수도를 공급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자체 수돗물 브랜드인 ‘아리수’의 고급화 계획에 따라 자양·구의취수장을 오는 2011까지 단계적으로 강북취수장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이들 취수장 맞은편인 강동·송파구에 있는 암사·풍납취수장은 이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와 성남시도 풍납취수장과 한강취수장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부평정수장과 복정정수장의 하루 공급용량이 70만 톤과 30만 톤에 달해 주요 수돗물 취수원인 풍납·한강취수장의 이전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주민위해 국가차원 검토를”

■ 해결방안  수도권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맑은 물을 취수해야 한다. 그러나 팔당댐 하류인 잠실수중보 부근에 위치해 있는 취수장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상수원보호를 위한 팔당호 주변의 엄격한 토지이용 규제로 수도권 성장관리와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볼 때 커다란 장애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팔당호 주변지역과 한강 상류지역에서의 도시화, 산업화, 지방화로 인한 개발의식 팽배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개발붐을 타고 왕숙천의 하수처리 물량이 늘어 취수장에 유입되는 물의 오염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취수장을 상류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류재근 회장(전 국립환경연구원장)은 “팔당호는 북한강, 남한강, 경안천에서 유입되는 물을 모두 받아서 정수처리하여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질관리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팔당호 중심의 취수장을 북한강 수계로 이전하게 되면 관리해야 할 수계가 3개에서 1개로 줄어들어 수질 및 유역관리가 용이한 것은 물론 예산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안정적이고 깨끗한 상수원 확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취수장을 팔당 상류와 북한강 하류로 이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량확보 차원에서 북한강 상류로 수도권 취수장을 이전하는 정책이 국가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수장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팔당 하류와 상류의 수질효과 분석 및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도와 서울시, 수자원공사, 해당 자치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수도권취수장이전기획단(가칭)’을 구성하여 이전지의 안전성, 지형, 기후, 유지관리 등을 검토해 소요예산과 이전시기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번 남양주시의 취수장 이전 건의는 단순히 취수장 이전 논의에만 그치지 말고 물 관리주체의 일원화와 상시 각 기관과 자치단체의 의견을 종합 일원화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 상수원 보호지역 주민과 자치단체, 수돗물을 마시는 수도권 시민들이 다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배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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