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관리 대상 수역 목표수질 설정시 경제·기술·자연적 여건 반드시 고려해야”김동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 소장

1. 목표수질 설정


‘총량관리’란 수질기준배출한계관리(Water Quality-Based Effluent Limits, WQBELs)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경제적 효율성(efficiency)과 오염자 간 수질보전비용 부담의 형평성(equity)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출허용 농도관리보다 합리적인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총량관리란 관리대상 수역(water body)의 목표수질을 정한 다음 해당 유역(watershed)의 유황, 자정능력 등을 고려하여 그 수역에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의 총오염물질부하량(Total Maximum Daily Loads, TMDLs)을 결정하고, 이를 점오염원(Waste Load Allocation, WLA)과 비점오염원(Load Allocation, LA)에 할당하는 방법을 말한다. 총오염물질부하량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 내부 구성요소 사이에서도 효율성과 형평성을 기준으로 다시 적절히 배분되어야 한다.

육지·수중 생태계도 고려 필요

총량관리의 첫째 과제는 관리대상 수역의 목표수질을 정하는 일이다. 물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에 필수적인 자연자원이다. 인간은 물을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동식물은 그들의 생존자체를 자연상태의 물에 의지하고 있다. 목표수질을 정할 때 인간의 용수목적을 고려함은 물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물의 수질에 의해 생존이 좌우되는 육지 및 수중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조사·분석하여 그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총오염물질부하량을 산정하는 것이다. 총오염물질부하량을 결정하는 데는 대상 수역의 유량과 유량의 시간적 변화, 강우량과 강우형태, 유출수량과 지하수의 이동형태 등 많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셋째 과제는 총오염물질부하량을 점오염원, 비점오염원 등 오염원 간, 그리고 오염원 내부의 오염자 간에 효율성 기준과 형평성 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할당(allocation)하는 일이다. 오염원 간, 또는 오염자 간 총오염물질부하량 할당이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총량관리의 본질이 훼손되어 더 이상 총량관리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총량관리의 넷째 과제는 오염원별 및 오염자별로 할당된 부하량을 지키는 일이다. 부하량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할당된 부하량을 초과해서 오염물질을 발생하는 오염자에게는 오염물질을 삭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 반면, 할당된 부하량 미달의 오염물질이 발생하거나 정화처리 후 공공수역에 방류하는 오염물질량이 할당 부하량에 미달할 경우에도 할당 부하량을 채우기 위해 발생된 오염물질을 그대로 방류하거나 할당 부하량을 만족할 정도로만 삭감하라는 것이 아니라, 처리기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처리하라는 것이다.

정량화된 수치 의미 있어야

총량관리가 배출허용농도관리에 비해 한 단계 앞선 정책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앞에서 말한 4가지 주요 총량관리 과제들은 모두 나름대로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여기서는 먼저 목표수질을 정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수역별 목표수질은 인간의 용수목적과 생태계의 건전성 유지 및 상·하류 수역의 목표수질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인간의 용수목적과 목표수질을 연결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역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한다고 할 때, 그 물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의 목표수질을 정하는 문제는 정수장의 정수기술의 종류, 정수기술의 수준 및 정수비용 등을 결정변수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용수목적이 상수원이라고 해서 모든 수역의 상수원 목표수질이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고, 총량관리의 원래의 취지에 맞게 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반대로 목표수질이 반드시 달라야 한다.

목표수질을 정할 때는 최소한 경제적, 기술적, 자연적 여건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정량화된 수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낙동강 수계의 물금 상수원 목표수질을 BOD 1.5㎎/ℓ라고 할 때, ‘1.5’라는 수치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물금 상수원의 물의 성분 중 문제가 되는 것이 BOD 뿐이라면 현대의 정수기술이나 물금 상수원을 원수로 사용하는 칠서정수장의 정수기술에 비추어 ‘2’라는 수치도 원수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총량관리제도 아래서는 현실적으로 ‘1.5’와 ‘2’의 차이인 ‘0.5’의 의미는 엄청나게 크다. 예를 들어, 0.5라는 숫자는 상류지역에 대해 일일 BOD 삭감량 100㎏이 될 수 있고, 이 수치는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 수질을 BOD 10㎎/ℓ이라고 할 때 5만명이 배출하는 생활하수와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총량관리는 모든 변수를 정량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무의미한 숫자놀음에 빠져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수질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점은 수질보전의 목적이 수중생태계 및 육지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것일 경우이다. 이 경우 목표수질은 생태계의 탄력성(resiliency)과 복원성의 기초가 되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우 특정 수질오염물질이 특정 생태계 또는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여 목표수질을 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표수질인 BOD 항목의 수치가 BOD 자신이 아닌 생태계의 건전성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면 앞에서 말한 ‘0.5’의 수치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수질변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해서 목표수질을 정한다는 것은 전문적인 분야 중에서도 전문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작업이다.

오염물질부하량, 환경용량 초과

특정 수역에 대한 인간의 용수목적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여건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어, 금강의 대청댐에서 상수원수를 받아쓰는 대전광역시 등 그 하류의 도시들은 대청댐 건설 전에 상수원으로 사용하던 인근 소하천의 용수목적을 공업용, 농업용,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변경하게 된다. 용수목적의 변경은 목표수질의 변경을 가져오고, 목표수질의 변경은 오염물질 삭감량의 증감을 가져옴으로써 해당 수역과 관련 수역의 총량규제 체제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을 조정·정리하는 과정은 혼란스럽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된다. 목표수질에 대한 시간변수의 영향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도시계획 등 관련 지역의 개발계획과의 연계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용수목적이 변했거나, 예상치 못한 여건의 변화로 목표수질의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될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목표수질을 변경해야 한다. 상수원수로 사용하던 하천의 유량이 감소하여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없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상수원을 찾고, 기존 상수원의 용수목적을 바꾸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 1991년에 고시된 ‘수역별 환경기준 적용 등급 및 달성기간’(환경부고시 제1991-35호)에서 전국의 주요 수계를 195개 수역으로 구분하고 각 수역별로 수질목표 등급을 정하고 달성기간을 최단 1년에서 최장 11년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2003년 말 현재 수질목표 등급을 달성한 수역의 수는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개개 수역의 용수목적과 목표 등급을 분석해 보면 비현실적인 것이 많이 발견된다. 이는 최초 고시 당시 불충분한 자료를 기초로 수질등급과 달성기간을 정한 탓도 있지만, 그 후 여건변화를 반영한 재검토가 있었으나 보다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보면 수질관리정책은 당초 ‘기술기준 배출한계관리제도’로(Technology-Based Effluent Limits) 시작되었다. ‘기술기준’이란 오염물질처리를 위한 기술의 선택문제로 선택대상 기술로는 당시에 가장 많이 실용화되고 있는 ‘최선실용기술’(Best Practicable Control Technology Currently Available, BPT), 경제성이 있는 ‘최선활용가능기술’(Best Available Technology Economically Achievable, BAT), 전통적 수질오염물질처리에만 사용되는 ‘최선 전통오염물질 처리기술’(Best Conventional Pollutant Control Technology, BCT) 등이 있다. <그림2 designtimesp=17827>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술기준배출한계관리체제는 총 오염물질부하량이 환경용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잘 작동되며, 오염원이 증가하여 총 오염물질부하량이 환경용량을 초과할 때는 총량관리체제인 수질기준배출한계관리체제로 옮겨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오염물질부하량이 이미 환경용량을 초과했는데도 아직 기술기준배출한계관리체제의 중간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총 오염물질부하량이 환경용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도 기술기준배출한계관리제도는 생태계를 자연 그대로 보전한다는 환경정책의 목표와 환경보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인 사전주의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맞는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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