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상하수도관리 선진화 및 물산업 세계화 전략


“상하수도 관리·기술 선진화 통해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SOC에 대한 국가 투자·기술개발에 대한 기업 투자 미약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
「물산업진흥법」 제정 통해 국내 물산업 육성·물기업 해외진출 적극 지원해야
물산업클러스터, 소프트웨어적 지원 결합 해외진출 희망기업에 원스톱 솔루션 제공

 
[종합토론] 상하수도관리 선진화·물산업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

『워터저널』·국회환경포럼·한국수도경영연구소·㈜삼진정밀이 공동주최하고 ㈜물사랑신문사·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가 주관한 ‘2018년 상하수도관리 선진화 & 물산업·환경산업 세계화 전략 세미나’가 5월 10∼11일 양일간 휘닉스 제주 아일랜드볼룸에서 열렸다.

11일에는 ‘상하수도관리 선진화·물산업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종합토론이 있었다.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는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이호식 한국교통대 교수(한국물환경학회 부회장) △김충환 K-water 융합연구원 스마트워터연구소 연구위원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송기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산업연구단지 TF팀 실장 △심유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이상헌 다이텍연구원 물산업지원센터장 △이치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건립추진기획단 사무관 등 전문가 8명이 패널로 참석해 수도관리 선진화 및 국내 물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토 론 자
·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사무총장(좌장)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이호식 한국교통대 교수  (한국물환경학회 부회장)
·김충환 K-water 융합연구원 스마트워터연구소 연구위원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송기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산업연구단지 TF팀 실장
·심유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이상헌 다이텍연구원 물산업지원센터장
·이치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건립추진기획단 사무관

“수도사업 발전방향 제시하는 논의 기대”
 

▲ 조 길 영
국회환경포럼 사무총장(좌장)
■ 조길영 사무총장(좌장) 오늘 토론회는 우리나라 상하수도관리의 선진화 및 물산업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방안을 검토하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세계 물시장은 매년 성장 추세인 반면, 국내 물시장은 인프라 포화단계로 활성화가 안 되고 있고, 국내 물기업 전체의 70%가 10명 미만 영세기업으로 경쟁력 또한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으로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국가 물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 이 토론회가 국내 수도사업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정부의 물산업 육성정책을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물사업에 민간 참여 늘려야”

▲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 김길복 소장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이 물사업과 규제 기능을 분리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물사업 세분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민간기업이 참가할 수 있는 타당성조사 사업이 있다. 그러나 주로 3∼5년 기간의 단기위탁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수탁자들의 기술개발 및 수익성 창출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20년 복합위탁 방식으로 개선해 수탁자가 투자는 물론 나름대로 수익성을 창출하고 기술개발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상수도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정수장, 관망 정비 등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하는데 민간기업의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니 물시장은 날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하루빨리 환경부와 국토부, 행안부 등 중앙정부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물산업 육성과 해외진출은 그 다음의 이야기이다.

공공 부문에 대한 민간 참여는 사실 무조건 막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공공 부문에서 모든 것을 담당한다고 해서 공공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나친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할 경우 공공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민간으로부터 전문성, 창의성, 자본투자 등을 받는 것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물은 이제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니다. 앞으로는 경제재, 산업재 서비스로 전문화 시켜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화에 발맞춰 물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물산업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 이에 물산업 진흥 또는 물기술 개발을 위한 법제가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법적 기반이 뒷받침 돼야 물산업클러스터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으며 물기업 육성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법제가 없는 상태에서는 사실 모든 여건이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다. 물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들, 기술개발 않고 사업수주에 올인”

▲ 이 호 식
한국교통대 교수
■ 이호식 교수  우리나라에서 베올리아, 수에즈, 아쿠아리아 등 다국적 글로벌 물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판단된다. 첫째, 국가적으로 물산업을 포함하여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자체, 정부 등의 SOC에 대한 투자가 어느 시점부터 국가 예산에서 배제되고 있다.

둘째, 국내 대부분의 물기업들은 대체로 눈앞에 있는 사업 수주를 위해 영업에만 올인한다. 기술개발이나 미래 신성장동력(먹거리)에 대한 계획 투자에는 인색하다. 사업을 따내는 데 기술보다는 영업이 우선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는 탓이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해외시장에 진출해서도 사업 추진에 애를 먹는 것이다.

셋째, 기술개발을 통한 선진화 등 물산업 기업 육성에 대한 로드맵 또는 전략이 없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물산업은 단계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특히, 사업이 없다 보니 기업 간 수주경쟁이 치열해져 원가에 못 미치는 최저가낙찰제도의 덤핑 수준으로  사업을 수주하려고 하고, 이것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수록 물산업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다. 업계에 희망이 없으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사라진다. 그나마 환경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분야가 물환경 분야인데, 물환경 분야마저도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가 폐지되고 학문이 고사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물산업법」 제정해 발전기반 구축 시급”

무엇보다 「물산업법」의 조기 제정이 중요하다. 사실 「물산업 육성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산업 육성법은 물산업 기업들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고, 물산업 기업들의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추진 동력이 된다. 이때 관련 일자리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즉, 이 모든 선순환의 고리가 「물산업 육성법」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2주 전 국회에서 물산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취지 자체는 상당히 좋으나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당리 등에 따라 법 제정이 절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을 역시나 받으며 자괴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특히 물산업 종사자들이 계속해서 설득하고 노력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소원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물산업법」은 ‘대구물법’이 아니다. 이를 물산업클러스터와 연관지어 자꾸 대구지역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안타깝다.

기업들도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물산업 시장을 비롯한 모든 산업의 핵심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다. 물론 일반기업에서 이를 앞장서 할 수는 없다. 기업들은 기존의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할 뿐이다. 따라서 공단 등 공기업이 신시장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이를 공유하면서 세계적인 물기업들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

“부품소재 개발해 경쟁력 확보해야”

▲ 김 충 환
K-water 융합연구원 스마트워터연구소 연구위원
■ 김충환 박사  국가에서 물산업을 어젠다로 선정하고 기술 개발, 신산업 개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분야에 상당히 지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다른 사안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물산업계에서 후발주자이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기업의 목표는 결국 이윤 추구이다. 정부는 기업이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부품소재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아직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주로 진출하는 분야는 EPC와 같은 건설 분야이다. 다른 나라서 만든 부품을 가져다 건설만 해주다 보니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다.

이에 비해 세계적인 물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 하이플럭스 등은 모두 핵심 소재를 갖고 있다. 물산업이 워낙 SOC 산업이다 보니 좋은 부품소재 없이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품소재 개발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 대기업과 동반 진출해야”

이를 위해 특히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다. 물론 지금도 정부에서 물 관련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합심해 부품소재 개발을 더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K-water에서도 물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기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PEM(Project En-gineering Management)과 같은 프로젝트 컨설팅 업무를 맡아하거나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형식으로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1월 K-water가 수주한 필리핀 불라칸 상수도 BOT 사업은 1997년 마닐라 상수도 민영화 사업 이후 필리핀 정부가 20여 년만에 시행한 민간투자사업이었다. BOT 사업은 건설 및 일정 기간 운영 이후 정부에게 그 소유권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소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싱가포르의 경우, 중소기업이 해외진출 시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 연계해 나가라는 제도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 중소기업도 해외시장의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동반 진출을 꾀해야 한다.

“기술개발·산업화에 실질적인 지원을”

▲ 남 광 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남광현 박사  국가 차원의 물산업 지원법인 「물산업육성법」이 물산업 발전에 있어 소프트웨어적으로 중요한 방안이라면, 대구의 물산업클러스터,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산업지원단지 등은 하드웨어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대구경북연구원과 같은 산하 연구기관이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원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부분은 ‘기술개발’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지역 내 다양한 대학과 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국가 물산업 발전을 선도할 우수인재를 육성하는 등의 인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또 대학교 내 특화된 연구소들을 지원하기 위해 토목환경 분야의 학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학·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소들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구는 국가가 추진 중인 물산업클러스터 덕분에 상당한 발전 동력을 얻었다. 경북 지역은 과거부터 명성을 유지해 온 물 관련 제조업체들이 많고 수자원도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자원, 인프라 등 발전 기반이 관(官) 주도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산업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도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구경북연구원 또한 기업들이 고민하는 사업화·산업화 방안을 보다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부, 물산업 육성정책 지속성 유지를”

이에 더해 우리 연구원이 정부를 중심으로 물산업 육성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물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핵심산업으로서의 물산업 가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려 왔다. 즉 중요성에 대해 강조만 하고 실질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물 분야에 대한 정부의 기술지원 순위가 상당히 후순위에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물에 대해 연구하거나 이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분들이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홍보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또, 기술개발 중에서도 빅데이터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민간에서 활용하고 특화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한편, 작년부터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상당히 건설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관리 일원화를 통한 통합물관리가 실현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의 물산업 경쟁력도 한층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업간 시너지 유도하는 클러스터돼야”

▲ 송 기 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산업연구단지 TF팀 실장
■ 송기훈 실장  그간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환경산업기술원은 매년 연구개발(R&D) 분야에 400억 원 이상 지원하고 있고, 제품 인증도 약 1천500건 이상 취득 지원을 했다. 해외진출 시에도 개도국 마스터플랜 수립, 타당성조사(F/S),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다만 앞으로는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지원과 물산업클러스터와 같은 인프라를 결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즉, 단편적인 지원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지원을 병행하여 기업들이 진출을 희망하는 시장으로 빨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One-stop)’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산업클러스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 ‘클러스터’의 개념을 접목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무조건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생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아마 우리 기술원의 책임일 것이다.
이에 환경산업지원단지에서는 환경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산하 기관들이 지원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환경기업이 중소기업진흥공단, 특허청, 여러 기술보증기금 등 다양한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기업 간 경쟁관계가 아닌 협업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하나의 비즈니스를 추진하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진정한 클러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 거점 클러스터 네트워크 활용”

아울러, 클러스터가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와 관련된 해외협력 클러스터와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 시 애로사항이 많은데, 사실은 유럽이나 미주 등 거점지역에는 우리나라의 물산업클러스터와 같은 유사한 클러스터가 있다. 유럽의 인터내셔널 폴리텍 네트워크, 북미에는 LA 폴리텍 인큐베이터 등이 그 예이다.

클러스터 간 협력을 통해 입주기업이 해당 지역으로의 진출은 물론, 현지 기관과 또다른 지역으로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상당히 혁신적인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현재 기술원에서는 이들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창업(일반창업 또는 벤처창업)을 희망하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했다. 사실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거점 클러스터를 활용해 예비창업자들이 빌드업(build-up)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제대로 된 사업 아이템으로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업무가 보다 구체적인 지원체계 아래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국가의 실효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의 평가 중심적인 지원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 5월 11일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8명의 전문가들은 물사업에 민간참여 확대, 부품소재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정부의 물산업 육성정책 지속성 유지, 물산업 관련법 제정을 통한 물산업 육성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KWP, 미국과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

▲ 심 유 섭
한국물산업협의회(KWP) 사무국장
■ 심유섭 사무국장  한국물산업협의회(KWP)는 물 관련 산·학·연·관 상호협력을 강화하여 물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4월 환경부의 설립 허가를 받고 공식 출범했다. 특히 국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상호교류를 증진시켜 해외진출을 촉진하고자 정부 주도로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미국, 호주 등 많은 국가들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KWP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세계 물시장의 4분의1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미국 시장은 상하수도 중심의 민영화 구조를 채택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특히 미국은 기술 가치가 인정받는 시장이란 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선점한 기술에 대해 그 기술을 제공한 기업이 100%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기술을 수출하기만 하면 전 세계 어느 지역을 가서든 다 통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시장을 가면 제일 먼저 듣게 되는 질문들이 미국의 규격과 맞는지, 미국의 인증을 받았는지, 미국에서의 실적이 있는지 등이다.

“신규 투자 줄고 유지관리사업 늘어”

따라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규격을 맞추고 인증을 밟는 절차가 필수이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실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미국 내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런 부분이 비용 등의 측면에서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KWP는 정부에 건의해 그런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물관리 예산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5년 내지 2007년을 기준으로 신규 투자보다 유지관리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신규 투자는 줄고 유지관리는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작은 사업들이 증가하다 보니 큰 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가 줄어든 기업들은 사업 자체가 줄었다고 여기기 쉽다. 문제는 유지관리 분야의 시장화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 분야에서도 물관리 선진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국민 1인당 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런데 미국시장에 진출해 선보일만한 기술이 별로 없다. 국내 인프라 구조가 기술이 인정될 만한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진출시 지방정부 역할 중요”

▲ 이 상 헌
다이텍연구원 물산업지원센터장
■ 이상헌 센터장  지난 4월 다이텍 연구원 물산지원센터는 대구시, 네덜란드 프리슬란주와 공동으로 물산업 협력 국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프리슬란주는 대구시에 조성되고 있는 국가 물산업클러스터와 유사한 워터캠퍼스(Water Campus)를 운영하고 있는 유럽의 물산업 선도지역이다. 이날 워크숍에서 다이텍연구원은 프리슬란주의 물산업 지원기관인 워터 얼라이언스(Water Alliance)와 양 지역 기업 간의 기술 교류 및 공동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최근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일본 기업이 우리보다 5년 정도 앞서 동남아에서 활동해 왔다. 미얀마의 경우, 일본 환경부에서 2년째 하천 수질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즉,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기업에 앞서 지방정부가 먼저 진출해 길을 닦아놓는 것이다.

국가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올려놓고 나면 국내기업이 그 뒤를 쫓아 해외시장에 나가는 게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민간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진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다이텍연구원 물산업지원센터도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있다.

“나라마다 인증제도 달라 진출 애 먹어”

▲ 이 치 우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건립추진기획단 사무관
■ 이치우 사무관   물산업의 특징은 물이 공공재라는 것이다. 공공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이를 외국에 맡기지 않는다. 국내 물기업이 외국에 나가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인·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나라마다 인증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각 주마다 다르기도 하다. 이것이 수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인증 다음으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실적이다. 그런데 최저단가입찰제도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계약을 따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공공기관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합심하고 있다. 또 제어용수 시설실 등을 갖춘 인증제도관을 설립해 물 관련 중소기업이 제품의 인·검증을 받고 나아가 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구시에 조성 중인 국가 물산업클러스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물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함으로써 경제력 확보는 물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은 20개이며, 실제 공장을 착공 중인 기업은 5개이다. 관련법 제정이 자꾸 지연되다보니 입주기업을 더 유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입주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작년 베트남에서 열린 ‘2017 VIET WATER’에 참가한 입주기업들은 각자 생산하는 제품과 기술을 사용해 일일 400㎥ 규모의 상수처리시설을 제작해 전시한 후, 베트남 빈롱성 농촌마을에 기증했다. 좋은 일도 하고 영업도 하는 일석이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물산업도 충분히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기업가, 장사꾼 아닌 파트너로 여겨야”

■ 조길영 사무총장   외교도, 안보도 결국 우리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장사꾼 같다. 안보팔이 장사꾼 말이다. 결국 21세기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국민을 편안하게 먹고살게 해줄 수 있는 지도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대통령을 비롯해 공직자 여러분이 정말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은 토론회 총평을 통해“우리나라에는 많은 물문제가 있다. 그와 관련해 궁금하거나 논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오늘 참석한 토론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가 분들을 속된 말로 장사꾼 취급하지 말고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고 합심해 나간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금도 노력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더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 나간다면 훨씬 잘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국회는 조속한 법 제정을 통해 뒷북치지 않는 입법 행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환경포럼도 최선을 다하겠다.

“물문제 해결 위한 적극적 태도 필요”

■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그간 여타 세미나에서는 실무자가 아닌 고위급 인사만 초청해 토론을 하다보니 좋은 답이 안 나왔는데, 오늘은 물 관련 최고 전문가이자 실무 책임자 8분이 함께 한 만큼 귀중한 토론회였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많은 물문제가 있다. 그와 관련해 궁금하거나 논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오늘 참석한 토론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 자리가 물문제를 점차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국회환경포럼 조길영 사무총장님을 비롯해 모든 분들의 희망이 잘 이뤄지기를 바라며 이만 총평을 마무리하겠다. [끝]

본 토론회는 지난 5월 11일 개최된 것으로,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물관리기본법」안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물기술산업법」)안 등 3개 법령이 지난 5월 28일 국회를 통과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워터저널』 2018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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