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환경의 날’ 이낙연 국무총리 축사 


“일회용품 사용 줄이고 분리수거에 철저 기해야”

5년간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률, 발생량의 절반에도 못 미쳐…전 국민적 노력 필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23회 ‘환경의 날’입니다.  

먼저 환경보전의 빼어난 공로로 오늘 훈장을 받으신 녹색사회연구소 박경조 이사장님, 중앙대학교 김진홍 교수님을 비롯한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시간에도 지구환경 보전에 노력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환경부 김은경 장관님과 관계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해주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이상돈, 강병원 의원님, 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이사장님, 자원순환사회연대 김재옥 대표님을 포함한 귀빈 여러분, 고맙습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21세기 벽두에 ‘인류세’라는 용어를 세계에 제안했습니다. 인류에 의해 지구가 처절하게 변화하는 현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류의 위대함을 칭송한 말이 아니라, 인류에 의한 재앙을 경고한 말이었습니다.

인류는 지구에 등장하고 수십만 년 동안 자연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을 보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그런 생존방식은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게 됐습니다. 인류는 숲과 초원을 태우고 깎아 논밭을 만들었습니다. 저수지와 댐을 막아 물의 흐름을 바꾸었습니다. 콘크리트로 땅을 덮고 그 위에 건물 숲을 세웠습니다. 인류가 바꾼 것은 지구 껍데기만이 아닙니다. 인류는 자연의 자원을 변형해 새로운 물질과 물건을 쉬지 않고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은 인류에게 생활의 풍요와 편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동안 ‘기적의 살충제’로 칭송됐던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가 그랬습니다. 인류에게 따뜻함을 선물한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도 그랬습니다. 요즘엔 플라스틱이 치명적 재앙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퇴치’입니다.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150년이 지난 지금 플라스틱은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최악의 주범이 됐습니다.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30㎏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1만m 아래의 바다 속에 플라스틱과 비닐이 쌓여 있습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더욱 심각합니다.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이 45.6%나 늘었지만, 재활용된 것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만이 아닙니다. 미세먼지의 공격은 더 직접적입니다. 출근길에 마스크를 끼는 일은 일상처럼 돼버렸습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뛰어노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일부 생활용품과 계란의 위험물질이 국민께 불안을 드렸습니다. 올해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가 한때 막혔고, 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국민께 걱정과 고통을 드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해치는 모든 문제에 체계적이고 확실하게 대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 대응체계를 바로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생활용품과 계란 파동 이후 안전관리 태세를 재정립해 올해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올 봄 재활용 쓰레기 사건을 계기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지난주에는 국회가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입법을 매듭지어 주셨습니다. 

둘째,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미세먼지 공동대처를 논의했습니다. 6월 24일에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가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고, 25일에는 한·중 환경협력센터가 베이징에 설립됩니다. 

셋째, 환경관리를 과학화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첨단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신(新)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지혜로운 소비가 환경을 살리는 첫걸음입니다. 친환경용품의 소비를 늘리고,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하십시다. 재활용하기 쉬워지도록 분리수거에 철저를 기하십시다.

생산자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가 긴요합니다. 재활용되기 어려운 물질은 생산부터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산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훨씬 더 세심하고 책임 있게 현장을 살피고 법규를 이행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 법체계는 환경 관련업무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의 고유사무 또는 위임사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쾌적한 생활을 위해 더 꼼꼼히 점검하고 바로잡겠습니다. 지자체와 국민 여러분께서도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5일
국무총리 이 낙 연

[『워터저널』 2018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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