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통합물관리 추진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

“물관리 일원화, 통합물관리 실현 위한 실질적 수단
국민적 공감대 바탕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 필요”

물관리는 거버넌스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어…유역별 물관리 자치권 강화해야
환경부, 국회통과만 기다리지 말고 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도해야
단·중·장기 통합물관리 로드맵 공표 후 체계적 실천 통해 국민 불신 해소 시급

토 론 자
허재영 통합물관리비전포럼 위원장(좌장)
서정철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위원장
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김광구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염형철 물개혁포럼 공동 대표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 

Part 04. [전문가 토론] 통합물관리 추진의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이 지난 3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통합물관리 추진의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허재영 통합물비전 포럼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8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참여해 통합물관리 추진을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거버넌스, 사회적 합의 최적화된 방식”

■ 허재영 위원장(좌장)  통합물관리비전포럼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거의 끝났다. 국가 물관리 비전을 수립했고,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각 유역별 비전도 만들어 발표했다. 수정·보완 작업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겠지만 기본 틀은 이와 같은 형태로 추진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정부와 국회가 협의하여 국가 조직을 조속히 정비하는 것이다. 이때 시민사회는 정부와 협력하여 어떠한 형태로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통합물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협력해 추진하는 일은 사실 민간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영향은 미칠 수 있다. 통합물관리비전포럼이 이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유역별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친 포럼 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거버넌스가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판단했고, 이와 같은 결과는 지난 2017년도 포럼 결과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과연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자 한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전문가들께서 고견을 주시면 향후 통합물관리 추진이 좀 더 탄력을 받게 되리라 믿는다.

“유역 거버넌스 핵심은 경험과 실패”

■ 서정철 이사  사회적 합의는 결과를 미리 정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결과는 어떻게 도출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며, 결과를 미리 얻고자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게 의도된 계획과 설계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우 합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의 개념이 아닌 ‘방식’과 ‘절차’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먼저 절차에 대한 공정성을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통합물관리’, ‘물철학’에 대한 개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높다. 그러나 통합물관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 각계별로 진단과 평가가 모두 다르다. 진단과 평가가 다르다 보니 이에 따른 향후 계획도 다르며 실행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역 거버넌스의 핵심은 ‘경험’과 ‘실패’이다. 성공과 비결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하는 거버넌스는 어차피 실패한다.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김광구 교수도 강조했듯이 합의는 가능하다. 그리고 그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민사회, 지자체, 전문가 등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끊임없이 논의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과감·순환적인 실행체계 마련해야”

우선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흘러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이를 두고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거버넌스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정보는 사실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양만 주어져도 합의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거버넌스의 힘이고 건전한 사회적 합의의 힘이다.

또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주권의 시대이고 국민이 결정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헌법에 명시된 대로 개인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는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울러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현재 국민들은 정부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높다. 정보를 주고 의사결정권을 부여해도 합의가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믿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정직하면서 빠른 길은 어젠다(agenda), 매뉴얼(manual)을 바탕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경험을 통해 발전하며,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거버넌스의 실패를 물에 대한 철학이 없어서 혹은 통합물관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공동의 의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우선순위 과제 등을 담은 과감하고 순환적인 ‘실행체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관리, 거버넌스 통해서만 추진 가능…정부와 국회가 국가조직 정비하고 시민사회는 거버넌스 구성형태·사회적 합의방안 고민해야”_ 허재영 통합물관리비전포럼 위원장

“‘통합물관리’의 시작은 유역별 거버넌스 구축…시민사회, 지자체, 전문가 등 이해당사자 간 지속적인 논의 거쳐 경험 공유하는 것 중요”_ 서정철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4대강특별법」·수계기금에 의해 유역 거버넌스 구조는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환경부 스스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실행방안 내놔야”_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위원장

 

“거버넌스 합의구조 논의서 벗어나야”

■ 이준경 위원장  그동안 환경부는 수계관리위원회를 확대하여 강행하겠다며 올해 3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시민참여 예산으로 유역참여센터(가칭)를 만들어 그간 배제된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사전 자문 및 사후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방식을 바꾸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6월까지 내놓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정책에 대한 소통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간 시민 진영에서 여러 차례 주장했던 유역참여센터와 환경부가 내놓은 유역참여센터 내용 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합의된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계속해서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 유역위원회나 유역참여센터에서 상상 이상으로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물관리 일원화를 이룬 후’라고 전제를 두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혁신적 제도 마련 선도해야”

그러나 지금은 이와 같이 불투명한 논의를 할 시기가 아니다. 현재 「4대강특별법」과 수계기금에 의해 유역 거버넌스의 구조는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의지만 있다면 물관리 일원화 이전에도 유역 거버넌스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제는 환경부 스스로 유역위원회와 유역 거버넌스에 대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통합물관리와 물관리 일원화가 사회적 합의 영역보다는 정치권이라는 좁은 틀 속에서 많이 좌지우지되는 실정이다. 오히려 물관리 일원화를 공론화위원회 등에 의제로 던져보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아울러 염형철 대표도 발제에서 언급했듯이, 통합물관리 추진의 소통합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소통합 과정에서 좋은 사례와 정책들을 국민에게 공유하고 공감을 받으면서 중·단기적 물관리 일원화 및 통합물관리 로드맵을 국민들과 함께 마련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거버넌스는 일원화 이후 논의할 문제”

■ 공동수 교수  거버넌스는 수량과 수질의 일원화가 이뤄진 후에 논의될 사항이다. 수량과 수질 업무의 일원화를 논의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거버넌스에 모든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동시에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현재 일각에서 물관리 일원화 추진이 삐걱대는 이유 중 하나로 야당의 몽리(蒙利)를 드는데, 그렇다면 그 몽리가 될 수 있는 구실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20여 년 전 「4대강특별법」 제정 당시 팔당호 상수원 규제를 두고 논란이 컸다. 1994년 토지 제한이 완화되면서 요식업소들이 많이 생겨남에 따라 팔당호 하류의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하자, 1998년 팔당대책을 세우면서 4대강 대책이 마련됐다. 이때 수변구역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주민들과 규제를 담당했던 자치단체 간에 갈등이 굉장히 심했다. 그러나 다행히 갈등의 대상자가 분명하여 합의가 가능했다.

“야당의 반대만을 위한 반대 막아야”

반면 당시 새만금 간척사업은 시화호 수질문제가 부각되자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지역의 수질이 시화호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 수질보전대책을 점검했으나 사업의 계속여부와 개발지 용도를 둘러싼 대립의 대상자가 분명하지 않아 소모적인 갈등이 한동안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물관리 일원화도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수준으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갈등이 발생하면 갈등의 대상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각자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이제까지 수차례 토론회를 열어 그토록 논의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물관리 일원화를 둘러싼 갈등의 대상자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라 야당이다. 그렇다면 야당에게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짚어 보고,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나아가 야당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통합물관리 추진의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통합물관리의 시작은 유역별 거버넌스 구축으로 정부와 국회가 국가조직을 정비하고 시민사회는 거버넌스 구성형태·사회적 합의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통합물관리 주체 역할 다해야”

■ 장석환 교수  물관리 일원화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유래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통합물관리’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앞선 발제에서 김광구 교수가 강조하신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대단히 중요한 말이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시민단체들만의 합의는 높은 수준의 합의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사회적 갈등의 조정 및 합의는 낮은 수준의 합의였다. 국민들까지도 모두 합의를 통해 적어도 80% 정도의 수긍을 이끌어내는 것이 높은 수준의 합의이다.

통합물관리 추진도 높은 수준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노력을 해야 하고 그 중심에 환경부가 서야 한다. 합의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한데, 통합물관리를 하려는 환경부가 농업용수나 재해 예방에 대한 업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어떻게 연계 관리를 해 나갈 것인지 묻고 싶다.

“유권자 설득 통해 정치권 협력 이뤄야”

최근 몇 년간 가뭄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가뭄은 주로 농업용수의 부족을 일으킨다. 통합물관리가 이뤄지면 가뭄 발생 시 농업용수 관리에 대한 책임은 농식품부가 아닌 환경부가 지게 된다. 따라서 환경부는 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갈등 조정 및 합의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중기·장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범위의 과제들을 한 눈에 정리해 놓은 로드맵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 장관께서도 언급했듯이 현 상태에서는 정치적인 합의가 어렵다. 그러나 정치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적 합의는 정치인들의 합의이다. 정치인들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이 지금 물관리 일원화를 심각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심하게 반대하는 의원의 지역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열어 그들을 설득시켜 압력을 넣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관리 일원화, 정부정책 따라가는 수준으로 합의 어려워…야당에 무리한 요구 있는지 살펴보고 단계적으로 합의 가능한 방법 강구해야”_ 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

“통합물관리 하려는 환경부, 농업용수 관리·재난예방 역량 갖췄는지 자성해야…단기·중기·장기적 해결과제 정리한 로드맵 제시 필요”_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물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어…물의 가치 또는 물 위기에 대한 국민 인식부터 높여야”_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통합물관리,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돼”

■ 최승일 교수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그간 번번이 무산되어 온 통합물관리가 이번에는 쉽게 진행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야당이 반대하고 나서며 통합물관리가 정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물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통합물관리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상태에서 국민이 물관리 일원화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일례로 수돗물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시민 간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돗물 품질보고서’를 제작해 각 가정에 배부한 적이 있다. 예산 문제로 거절한 서울시를 설득해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막상 보고서를 받아봤다는 시민을 찾기 어려웠다. 자료를 보내도 무관심한 탓에 그냥 버리는 것이다.

아직 국민들 사이에서 물의 가치에 대해 정립된 것이나 물의 위기에 대해 합의된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아무리 정보를 주려고 해도 국민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통합물관리의 이점을 아무리 설명해봤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물관리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그러다 보니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국민에게 물의 가치부터 일깨워야”

국민에게 물의 가치는 굉장히 적다. 수돗물 1천 리터(L)를 얻는 데 최대 천 원이면 된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적어도 하루 당 2리터가 필요하다고 치면 100원이면 50일을 먹고 살 수 있다. 수돗물 값이 이렇게 저렴한데다가 수도꼭지만 틀면 모두가 받아쓸 수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국민은 물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물의 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을 조금씩이라도 이해시켜 나가야 한다. 물이 갖는 가치, 물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 현재 물이 처한 위기 상황 등을 환경부가 나서서 국민에게 하나씩 전달하고 홍보하고 합의해 나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통합물관리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통합물관리가 단순히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나눠진 수량·수질 업무를 합하는 일로 간주되다 보니 농업용수 등은 통합관리 범위에서 빠져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통합물관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나면 추후에는 농업용수나 재해 예방까지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척되리라 믿는다.

물론 통합물관리의 국회 상정 여부도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이처럼 차근차근 가자고 하는 것은 너무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되는 이 순간부터라도 국민에게 물의 가치와 위기를 일깨우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거버넌스 의사결정 권한 배분이 중요”

■ 김광구 교수  기본적으로 거버넌스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정치적인 권한이 배분되어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가 신뢰성을 갖고 정치적인 위상을 가질 때, 거버넌스는 비로소 작동이 된다. 일례로 2013년 12월, ‘댐 사전검토협의회’가 발족됐다. 이는 댐의 최초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경제·사회·갈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객관적·종합적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협의기구이다.

이러한 댐 사전검토협의회의 발족은 댐 사업에 관한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의 일방향적 접근방식을 버리고 앞으로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과 같다. 즉, 국토부 장관이 댐에 관한 권한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넘겨버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구 하나로 댐 사업이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떠한 거버넌스도 결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물관리에 대한 범부처적 의지 필요”

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적인 환경 속에서 거버넌스가 효과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법제화’라고 하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며, 그것에 대한 충분한 결정권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자들이 몰입하여 생산성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서 왜 국회만 바라봐야 하는 지 의문이다. 환경부, 국토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의 장관이 모여 통합물관리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현장으로 발길을 옮긴다면 이 사안은 충분히 ‘크랭크 인(crank in)’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즉, 각 부처의 당국자가 한 팀을 이뤄 협의해 나가기로 결정한다면 그 순간 통합물관리의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고 본다. 따라서 법제적 기반만 마련된다면 통합물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국가적 결정을 단연코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적 권한 배분된 거버넌스 법제화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 필요…국회에 의존 말고 관련 부처 간 통합물관리 실현 의지 보여야”_ 김광구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 물정책에 대한 불만 헤아리고 해결하는 것이 정치권 책임…정치적 사심에는 사회의 준엄한 비판 있어야”_ 염형철 물개혁포럼 공동 대표

“사회적 합의나 거버넌스 추진 위해서는 튼튼한 재정 뒷받침돼야…재정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정 후 통합물관리 추진 바람직”_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

 

“물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 매우 커”

■ 염형철 대표  통합물관리와 관련해 국민을 설득하고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국민이 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보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 물정책에 대한 불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분노가 매우 크다.
국민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여 구조와 제도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권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권에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잘못이며, 반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과 국회의 구성 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물관리 역시 이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사심이 물정책 발전 지연시켜”

그러므로 시민사회는 통합물관리에 대한 여론을 국회에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마땅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국회와 소위 아름답게 타협하는 방법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정치적 방해가 지속되는 한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정확한 이슈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유한국당이 기를 쓰고 통합물관리를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과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이 반대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타당한 이유 없이 지극히 사사로운 마음으로 우리나라 물정책의 발전을 발목 잡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사회의 준엄한 비판이 있어야 하며, 시민사회는 결코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물 분야 재정 확보 위해 법제도 개정”

■ 김성준 교수  일반적으로 국민이 생활비를 지출하는 사회적 인프라로는 물, 전기, 교통, 폐기물, 교통 등 5가지가 있다. 비교적 잘 사는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이 5가지 항목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데 통신과 전기 부문에서는 재정상 부담을 느끼기도 하나 물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수도 요금현실화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국가에서 재정 부담을 떠안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도 산업화가 되었긴 하지만 교통, 전기, 폐기물 등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어린애 수준이다. 이 분야들은 모두 산업화가 잘 이뤄진 상태이며, 재투자도 활발하다.

그런데 물은 투자할 돈이 부족하다. 들어오는 돈이 없기 때문에 거버넌스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부족해서 하지 못한다. 모든 분야는 결국 재정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합의나 거버넌스도 튼튼한 재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물 분야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정한 후, 통합물관리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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