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2300만명의 ‘생명수’이다

   
▲ 이치범 환경부 장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배경인 파리의 세느강, 런던 최고의 명물 타워브릿지 아래 흐르는 템즈강.

모두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세계적인 강이지만 한강을 껴안고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 유명세만큼의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

한강은 그 폭이 세느강의 3배, 템즈강의 2배가 넘는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보아도 도심의 한가운데를 가르는 이렇게 큰 강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아름다운 탯줄, 한강

규모뿐 아니라 한강은 그 아름다움에서도 연이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해질녘 황혼은 눈부신 붉은 물빛을 선사하고 밤이 되면 아름답게 빛나는 한강다리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빼어난 야경을 연출한다.

또한 한강은 도심 속 세파에 지친 이들에게는 마음의 여유와 쉼을 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한강을 끼고 조깅과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래프팅, 수상스키 등 친수 레저공간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한강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과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나 한강이 주는 혜택 중 으뜸은 바로 수도권 2천300만 주민에게 먹는 물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한강의 팔당호는 수도권의 하나뿐인 식수원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대 규모이다. 팔당호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생명의 물줄기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도 팔당호 주변을 자연보전권역과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학교, 공장, 음식점 등과 같이 물을 오염시키는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제한해 왔다.

대신 수도권 주민들이 모은 물이용부담금을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 온 팔당호 인근지역에 매년 1천200여억 원을 지원하는 등 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300만명 먹는 물 책임지는 팔당호 보호는 당연한 일

하지만 서울과 가깝고 아름다운 경관 탓에 팔당호는 개발지역으로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지금도 팔당호 주변에서는 유해물질인 구리화합물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의 증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세계적으로 상수원 상류에 입지한 사례가 없는 대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그것도 현행법에 의해 입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자 수도권 주민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마시는 생명수의 흐름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염된 물을 깨끗이 정화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영국은 오염된 템즈강을 회복하는데 100년이 걸렸다. 우리 정부도 지난 15년간 10조 원 이상을 깨끗한 한강을 위해 투자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강이 살아야 비로소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이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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