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환 고려대 교수

 전문가 특별제언


“물재생센터 기반의 물순환관리 필요”

부정적 뉘앙스의 ‘하수’ 대신 물재생·순환 개념 내포한  ‘물재생’ 용어 사용해야  
미래 수처리기술로 호기성 입상슬러지 및 반류수 질소 제거 아나목스 기술 대두
우리나라, 하·폐수 처리수 실질적 간접 재이용 국가에 해당…하수처리 고도화 필요


4차 산업혁명과 하수도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7∼8일 양일간 제주도 휘닉스아일랜드에서 ‘2017년 하수도 연찬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하수도’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이날 특강 내용을 요약했다.                                                                     [정리 = 최해진·배민수 기자]


▲ 윤 주 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물산업협의회(KWP) 회장
독일, 유연 생산체계인 ‘산업 4.0’ 제시

독일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제조업 강국이다. 그런데 선발기술국가인 일본과 더불어 한국, 중국 등 후방기술국가들이 독일을 맹추격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고 독일 제조업의 위상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1980년대 이후 베트남과 중국 등 비교적 인건비가 싼 나라에 제조공장을 세워 분업화 체계를 유지해 왔으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새로운 생산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한 독일 정부는 2011년에 ‘산업 4.0(Industry 4.0)’ 개념을 제시했다.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마련된 산업 4.0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융합하여 정보화된 자동 생산체계 및 유연 생산체계를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독일이 취한 전략은 이른바 제조업의 본국 회귀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표 스포츠브랜드 중 하나인 아디다스는 본사 부근인 안스바흐 지역에 로봇 생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설립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 신발을 주문하면 3D 프린터를 이용해 5시간 내에 맞춤형 제품이 만들어진다. 굳이 저임금 국가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더 값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추상적 경제용어 불과

게다가 산업 4.0을 통해 우려와 달리 독일 내 일자리는 훨씬 많이 증가했다. 이를 지켜보던 독일 출신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2016년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 이후 PC,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기반으로 한 정보혁명, 즉 3차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기술에 의한 산업구조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주요 기술로는 AI, IoT, 3D 프린팅, 로봇공학(robotics), 나노기술(NT), 자율주행 등이 있다.

산업 4.0의 핵심이 유연 생산체계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경제·생산기반의 재구축, 사회적(일자리) 구조조정, 행정관리체계의 혁신으로 요약된다. 즉, 산업 4.0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에 의한 경제·사회적 현상과 변화 단계를 설명하기 위한 추상적 경제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대체 직업 등장으로 총 일자리는 증가

한편, 2017년 5월에 발간된 영국 신문 『Gaudian』에 따르면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으로 전화상담원이 선정됐다. 이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뤄질 확률은 무려 99%로 추산됐다. 이 외에도 은행 대출담당자(98%), 슈퍼마켓 계산원(97%), 법무보조원 사법서사(94%), 택시기사(89%), 프랜차이즈 주방일(8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4차 산업혁명이 오더라도 굳건한 직업이 존재한다.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업은 정신상담사 및 의존성 약물치료 조무사로, 자동화 가능성이 0.3%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직업상담사(0.35%), 식이요법사 및 영양사(0.39%), 내·외과의(0.42%), 종교인(0.81%) 순으로 직업 대체율이 낮았다.

또한 사라지는 직업을 대신해 다양한 직업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직업으로는 상품 광고 디자이너, 불량 대출 추심 관리자, 이동 보조전문가 및 자율주행 관리자, 가정식 식당 요리사 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가 증명하는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2차 산업혁명 때 공장에 전력이 보급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많은 공장 인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일자리는 훨씬 증가했다.

상하수도 분야 디지털화 20%로 낮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2017년에 ‘맥킨지 인사이트(McKinsey Insight)’를 통해 산업별 디지털화 추세에 대해 발표했다. 산업 전체 디지털화율은 40%에 불과하며, 이는 기초적인 부문만 자동·전산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상하수도의 경우 기술적 측면에서 봤을 때 디지털화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처럼 디지털화율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2017년 11월 22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2015년보다 악화된 2016년 고용’ 기사에 따르면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은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작년 13조 원을 투자했지만 1년간 늘어난 반도체 고용 인원은 650명에 그쳤다”면서 “청년층에겐 중소기업보다 월급이 많고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완전히 선동에 해당한다.

우선 한국은 GDP 기준 G8 국가에 해당하며, 나머지 G7 국가와 비교해 노동생산성보다 임금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 보통 대기업은 해고가 어려워 최고 수준의 고임금 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대기업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으며 수익은 분배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과 관련된 사안은 생각의 범위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수요자 중심서 물순환관리로 전환

우리나라 물관리 패러다임은 꾸준히 진화해 왔다. 댐, 상수도시설, 공업용수시설 등 대규모 시설의 양적 확대에 집중했던 1세대(∼1980년) 물관리를 지나 2세대(∼2010년)에는 하수고도처리, 하천 정비 등 수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수요자 중심의 친환경적인 맞춤형 물관리에 주력했다.

 
그러던 중 최근 도시화로 인해 불투수면이 점차 확대되고 기후변화로 강우 강도가 심화되면서 강우의 표면유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 홍수, 비점오염물질 유입에 따른 하천 수질오염, 합류식 하수관거 월류수(CSOs) 유입 횟수 증가, 열섬현상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건강한 자연 물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물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3세대(2010년∼) 물관리의 핵심인 통합물관리를 비롯해 그린인프라, 저영향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스마트한 물관리를 통해 하수도시설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동시에 효율성을 고조시키고자 한다.

나아가 하수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처리수 음용 개념이 발전하면서 상하수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하수 처리(Sewage Treatment)’와 같은 전통적인 용어를 1990년대부터 ‘물재생처리장(Reclamation Plant)’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하수’ 대신 물재생과 물순환 개념을 내포한 긍정적 의미의 용어로 조속히 대체해야 한다.

미래 기술로 호기성 입상슬러지 주목

현재 수처리기술은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의 트렌드는 크게 △영양염류 제거(Nutrient Removal) △에너지 포지티브(Energy Positive) △스마트 관망 △처리수 직접 음용(DPR, Direct Potable Reuse)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선진국을 시작으로 수질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생겨나면서 하수처리 고도화 및 성능 개선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녹조 과다 번성의 원인이기도 한 인(P)을 비롯해 영양염류의 농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이고 고도화된 하수처리기술의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 호기성 입상슬러지 기술은 기존 생물학적 영양소 제거(BNR)와 비교해 60∼70%가량 낮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생물학적 영양소 제거의 아버지(Father of BNR)라고 불리는 제임스 버나드(James L. Barnard) 박사는 2015년도 클라크상 시상식 및 컨퍼런스(Clarke Prize Award Ceremony and Conference)에서 ‘호기성 입상슬러지 : 생물학적 영양소 제거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버나드 박사에 따르면 호기성 입상슬러지 기술은 기존 생물학적 영양소 제거(BNR)와 비교해 60∼70%가량 낮은 에너지비용이 소요된다. 필요한 건설면적 역시 40%로 줄어든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아직 오직 않았을 뿐, 호기성 입상슬러지 기술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버나드 박사는 예견했다.

아나목스 기술, 에너지 자체 생산 가능

또한 20년 내 하·폐수처리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기술로 아나목스(Anammox)가 각광받고 있다. 아나목스는 혐기성 암모니아 산화 공정(Anaerobic Ammonium Oxidation)의 줄임말로, 질소 농도가 높은 폐수에서 질소를 제거하는 생물학적 공정 기술이다. 1990년대에 네덜란드 출신의 헤이스 쿠이넨(Gijs Kuenen) 박사가 발견했다.

특히 에너지 측면에서 아나목스 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주처리 공정에 아나목스 기술을 적용하면 유기물을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래 하수처리장은 수전(受電)설비에서 발전시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자립형에서 에너지 생산형 시설로 바뀌는 것이다. 즉, 미래의 하수처리장은 자원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하수처리수의 DPR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중후진국 처리장에도 아나목스 기술이 적용되면 에너지 자체 생산 및 자동화로 시설의 평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아나목스 기술이 적용된 처리장을 앞다퉈 짓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된 곳이 없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게 해당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 처리수 실질 음용 국가에 속해

한편, 물재이용에 따른 처리수 음용은 크게 처리수 직접 음용(DPR), 처리수 간접 음용(IPR, Indirect Potable Reuse), 처리수 실질 음용(dfPR, de facto Potable Reuse)으로 구분된다. 처리수 직접 음용은 음용 수준의 하·폐수 처리수를 정수장에서 혼합하여 처리한 후 공급하거나 처리수를 공급관망에 혼합 공급하는 방안이다. 또 처리수를 직접 음용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내 가뭄지역을 중점으로 다수 적용 중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규제를 따르지만 아직 통일된 규제는 따로 없어 각 주마다 내용이 다르다.

처리수 간접 음용은 음용 수준의 하·폐수 처리수를 환경 완충 수체(水體)인 저수지 등에 배출한 다음 취수 및 정수 후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는 심미적 거부감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이다. 딱히 규제 기준은 없으나 보건 위생상 위해가 없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물재이용 시설인 뉴워터(NEWater)가 있다.

▲ 재이용에 따른 하수처리수 음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가 있다.

처리수 실질 음용은 배출기준에 부합하는 하수 처리수를 지표수인 하천이나 호소에 방류한 후, 하류에서 취·정수해 공급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처리 방식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하·폐수 방류수 규제기준을 따른다.

 
미국 처리수 음용률 60% 증가 예상

미국의 처리수 음용률은 향후 2025년까지 6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10년부터 하수 처리수 직접 음용 적용을 목표로 장기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 중이다. 현재 다수의 실규모 처리장에서 하수 직접 재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처리수 직접 음용 처리장은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텍사스주에서는 위치토폴스(Wichita Falls), 클라우드크로프트(Cloudcroft), 빅 파인즈(Big Pines), 엘 파소(El Paso) 등에 설치됐다. 엘 파소 처리장의 경우 처리수 간접 음용까지 수행한다.

또한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LA 메트로폴리탄 워터(Los Angeles Metropolitan Water), 샌디에이고(San Diego) 등도 처리수 직·간접 음용 처리장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처리수 간접 음용 처리장이 소재한 지역으로는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및 LA 웨스트베이슨(West Basin), 버지니아주의 오코콴(Occoquan) 등이 있다.

덧붙여 우리나라는 4대강에 하수 처리수를 방류한 후 정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de facto IPR’, 즉 실질적 간접 재이용 국가로 분류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하수처리의 고도화가 필요하나 마땅한 환경부의 정책이 부재하므로 합리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 처리수 음용률은 향후 2025년까지 6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의 처리수 직접 음용 처리장은 텍사스주(왼쪽)와 캘리포니아주(오른쪽)에 집중되어 있다.

물재생센터, 미래 핵심기관으로 성장

앞으로 물재생센터의 역할은 달라질 것이다. 현재는 물재생 분야에 있어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한국환경공단(KECO), 한국상하수도협회(KWWA) 등의 공공기관이 관련 혁신 기술과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물재생사업자가 기술 혁신의 핵심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소규모 사업자는 생존을 위해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해야 한다. 즉, 유역관리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참고로 물재생센터의 대표적인 미래 업무로는 △유역관리 △슬러지 관리 △물재이용 △영양소 제거 및 회수 △에너지 생산 및 회수 △에너지 효율화 △지역사회 역할 등이 있다.

 
아울러 기술 개발의 경우, 한국물산업협의회(KWP)에서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물환경연구재단(WE&RF)과 공동으로 기술 검증 프로그램인 ‘LIFT 기술 평가 프로그램(TEP)’을 운영 중이다. ‘LIFT(www.werf.org)’는 기술 관련 지도자 혁신 포럼(Leaders Innovation Forum for Technology)의 약어로, 새로운 물 기술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현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다면적인 이니셔티브(initiative)이다.

특히 ‘LIFT’ 프로그램 중 기술 평가 프로그램은 신기술 채택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술 검증 테스트베드(test bed)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 기술 배포에 따른 리스크 및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신기술 평가 및 검사를 위한 시설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워터저널』 2018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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