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는 눈앞의 이익보다 중요하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에 대해 ‘허용 불갗라는 정부 입장이 발표된 후 공장 증설 허용을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시위, 이천·청주 지역 외 지방자치단체의 하이닉스 유치 경쟁과 관련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닉스를 둘러싼 논란은 엄격한 환경규제, 수도권 과밀화 방지, 법의 경직성 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하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문제뿐 아니라 국민건강, 국민경제 등 장기적인 시각에서 폭넓게 보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국민, 지자체 어느 한쪽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단기적인 발전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발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이천 지역은 팔당호 수질 보전,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 각종 규제가 강한 지역이다. 이런 규제를 무시하고 하이닉스 공장을 증설하려면 국민적 합의로 마련되어 20년 이상 유지되어온 상수원 환경규제와 수도권 규제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법령을 개정한다는 것은 새로운 정책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문제의 이해관계자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드러내는’ 사람들과,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해서 살아가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수도권 주민 2천300만 명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비수도권 주민, 지방자치단체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정책결정에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며, 합의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결정을 위한 이해관계자 간 합의에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생명’이라는 반도체 산업이 온갖 이유를 들어 팔당 특별대책지역 안에서 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공장의 입지는 산업의 특성에 맞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돼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집적화되어야 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공장입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정부 규제를 면밀히 분석하여 증설 등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산업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반도체 제조 공정은 공업용수와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한다. 팔당호 수질 보전을 위한 정책이 유지되는 한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과 반도체 산업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상수원 보호지역에 반도체 산업이 들어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기업이 산업 특성에 맞게 보다 안정적인 투자입지를 찾는 데 최선의 지원책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측의 입장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정책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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