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 허가와 상수원 보호

   
▲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 반도체 공장의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안 증설 여부가 해를 넘기며 사회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장 증설 허용 여부로 시작한 이 문제는 이제 기업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경쟁, 시민사회단체와 정부의 갈등,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갈등 등 사회 전반으로 퍼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 지역균형발전 등 ‘경제발전’과 수도권 2천300만 명의 식수원인 팔당호 보호라는 ‘환경보전’ 사이의 가치 대립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갈등을 통해 정부의 규제 완화를 유도하는 기업과 반복적인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논란이 되는 반도체 공장의 입지는 팔당호 수질보전을 위한 특별대책지역, 수도권 과밀화 방지를 위한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민감 지역인 만큼 환경보존과 수도권 과밀화 방지를 위한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은 반도체 산업의 투자 필요성, 국내 규제로 인한 국외(중국) 공장 건설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정부에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반도체 공장에 사용되는 구리의 유해성이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특별대책지역 안에 구리 등 특정 수질유해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은 입지 자체가 금지된다. 일각에서는 구리의 유해성이 다른 물질보다 높지 않아 과도한 규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첨단업종인 반도체 공장은 자칫 청정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사실 다른 업종에 비해 환경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반도체 공장 설립 허가 시 구리를 포함한 중금속 외에도 30여 항목의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갖추고 있다.

국내 배출허가 체계는 외국에 견주어 선진화되어 있지 않아 중금속 외 미량 유해물질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팔당호처럼 민감한 지역 안에 배출허가 체계의 대전환 없이는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구나 낙동강, 금강, 영산강 3대강에서 실시하는 ‘수질오염총량제’를 한강수계만 거부하면서 개발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수계별 정책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국내에서 규제로 공장을 건설할 수 없는 곳은 팔당 구역을 포함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또한 충북 등 비수도권에서는 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원 계획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여전히 적정 투자지로 수도권만을 주장하며, 증설이 무산되면 중국으로의 이전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이런 ‘수도권 아니면 차라리 국외’라는 전략은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기술·자금·인력 등 막대한 국부 유출을 낳을 수 있다.

기업이 수도권 안 투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신속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수도권 공장 증설이 선별적으로 허용된다면,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기조에 역행하여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기투자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신속한 투자 결정과 투자 환경 조성이 시급한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제 방향을 잡고 기업이 우리나라 안에서 대체투자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도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수도권에 투자가 가능함에도 수도권만을 고집하고 환경보호를 외면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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