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홍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특집  물관리일원화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분산통합형 상수도 시스템으로 전환 필요”

서울시, 외부 수원에 의존도 매우 높아 자체 공급 능력 취약…유사시 우려 커
상수도시설 현대화·유지관리 전문화 통해 지속 가능한 상수도 서비스 구축해야

 

▲ 박 준 홍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대한상하수도학회 재무이사
Part 02. 지속가능한 도시물순환 위한 통합물관리방안

환경부 후원 물관리 정책 포럼 운영

대한상하수도학회(회장 오현제)는 상하수도·물산업 분야의 정책 연구 및 제언의 장을 마련하고자 환경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16년 6월 물관리 및 물산업 분야의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하고 올해 2월까지 ‘물산업 정책 분야 포럼’을 운영했다.

이 포럼은 물환경 주요 이슈로 △물산업 육성 방안 △가뭄과 수질 이슈 △상수시설의 현대화 △지반침하 및 하수도 노후화 이슈 △악취 등 5대 난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각 분과별 정책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이후, 연구 내용을 담은 책인 『워터엔진』을 집필했다.

아울러 물관리 선진화를 위한 상하수도 분야 정책을 제언하고자 올해 6월부터 ‘물관리 선진화 정책 포럼’을 운영 중이다. 물산업 정책 분야 포럼과 마찬가지로 환경부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전문가 풀을 비롯해 구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앞서 정한 물환경 5대 난제를 토대로 △물산업 육성 및 일자리 △물의 양과 질 일원화 △노후 상수시설 현대화 △지방 상수도 선진화 △도시 하수시설 현대화 △도시 하수 악취 등 총 6개 분과로 연구 과제를 세분화했다. 물관리 선진화 정책 포럼은 올해 12월까지 분과별 연구를 진행하면서 『워터엔진 2018』을 집필할 예정이다.

전년 대비 상하수도 예산 5.4% 감소

▲ 환경부의 2017년도 예산은 2016년에 비해 약간 증가한 5조7천287억 원이나 상하수도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천506억 원(5.4%) 감액된 2조6천325억 원으로 상하수도 분야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감소해 아쉬움이 크다.

한편, 평균수명 증가와 상수도 공급 측면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은 ‘20세기 들어 인간의 평균 수명은 약 35년이 증가했는데 이 중 30년 정도는 상수도시설의 발전으로 인한 깨끗한 물 덕분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상수도 기술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요한 물은 일반적으로 응집·침전·완속 여과·소독을 거쳐 정수된 후, 일반 가정으로 보내진다. 최근에는 이 공정으로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 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오존처리, 활성탄처리, 고도산화, 막 분리 등 부가적 처리 공정을 추가 도입하여 고도정수처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의 2017년도 예산은 2016년에 비해 약간 증가한 5조7천287억 원이나 상하수도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천506억 원(5.4%) 감액된 2조6천325억 원이다. 이번에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상수도 분야 예산은 소폭 증가했으나 하수도 분야를 비롯해 토양·지하수 분야에서는 감소했다. 상하수도 분야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감소해 아쉬움이 크다.

수돗물 대한 불신으로 직접 음용 기피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가뭄, 홍수, 열섬현상 등 삶을 위협하는 이상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뭄의 경우 기상청 등 다른 부서에서는 나름의 구조적인 데이터와 지표를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환경부는 마땅한 장악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환경부만의 차별적인 가뭄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전과 같은 양의 오염물이 있다하더라도 가뭄으로 물의 양이 줄어들면 오염 농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수원의 수질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상수원의 총대장균군이 2004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수량과 수질을 통합관리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2013년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은 5.4%에 불과하다. 이는 2008년 기준 절반에 가까운 43.5%의 일반 국민이 수돗물을 끓여서 마신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과거 발생했던 몇몇의 수질문제로 인한 불안이나 냄새, 녹물, 맛을 이유로 수돗물의 직접 음용을 기피하는 것이다.

상수도 서비스의 지역적 불균등 해소

 

『수도법』 제2조 1항을 보면 ‘국가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수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시책을 강구하며 수도사업자에 대한 기술 지원 및 재정 지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환경부는 기존 정수방법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맛·냄새 유발물질, 미량유기오염물질, 암모니아성 질소 등을 제거하여 국민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정수처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관으로, 물 공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또한 상수도 서비스의 지역적 불균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4년 기준 전국 평균 상수도 보급률은 98.6%로 매우 높지만 농어촌은 71.4%에 불과하고, 누수율은 전국 평균이 11.1% 정도인 것에 비해 군 지역은 28.8%로 높다. 도시에 비해 지방의 재정 자립도 역시 현저히 낮아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조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 유출 지하수 재이용 미흡

아울러 도시화에 인해 물순환이 왜곡됨에 따라 표면 유출 증가로 인한 도시 홍수, 증발산량 감소로 인한 열섬화 현상, 지하수위 저하 및 하천 건천화 등 각종 환경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물관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특히 서울시의 2010년 물수급 현황을 보면 내부 공급이 8.69%인 것에 비해 외부 공급이 91.31%에 달한다. 자체 순환을 통해 물을 활용하기보다는 팔당댐과 같은 외부 수원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외부 수원에 문제가 발생해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자체 공급 능력이 극도로 취약한 서울시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0년 서울시의 물재이용량은 전체 물 사용량의 3.86%인 5천49만5천400㎥/년에 불과하다. 항목별 상세한 수치를 보면 빗물 이용이 39만3400㎥/년(0.03%), 중수도 이용이 283만6천500㎥/년(0.22%), 하수처리수 재이용이 4천726만5천500㎥/년(3.62%) 정도이다.

 
이처럼 물재이용이 미흡한 데에는 관심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대형 하수처리장이 하천 하류부에 있다보니 많은 양의 방류수가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위치상 재이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또 하천유지용수로 수돗물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수돗물 요금이 저렴해 재이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재이용 정책 관련 법규 정비 요망

본래 지하수는 산업화 및 국민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자 지하수의 적절한 관리와 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하수 보전구역을 지정할 만큼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지하수 개발에 따라 유출수가 발생하는 것을 온전히 막을 방안은 없으며, 그 중에서도 서울시의 유출 지하수량은 많은 편에 속한다.

발생원별 유출 지하수 발생량을 보면 지하철에서 하루 평균 11만4천770㎥(63.4%), 건축물에서 3만6천572㎥(20.2%), 전력구에서 1만7천331㎥(9.6%), 통신구에서 1만2천380㎥(6.8%)가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하천유지 용수로 쓰이고 있으며, 이 외에 도로 청소, 조경 용수, 화장실, 건물 용수 등에 이용된다.

지하수는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양호하나 서울시는 유출 지하수를 단순히 하천유지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도 하수도에 방류하면 요금을 물게 되니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안인데, 하천유지 용수로 쓰인다 하더라도 결국 한강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물재이용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물론 멀쩡한 수자원을 그냥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응해 물재이용 정책 관련 법규에 유출 지하수가 포함되도록 법적 체계 정립이 요구된다.

분산통합형 상수도 시스템으로 전환

지속가능한 상수도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앙집중식 공급시스템에서 분산통합형 상수도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분산통합형으로 관리하면 물 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오염도 방지할 수 있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하천수, 우수, 지하수, 하·폐수 처리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관리·수송하여 수자원의 지역적·시간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형태의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수율을 95%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지방의 노후 상수도시설을 조속히 현대화해야 한다. 다만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상수도시설 자산관리 통합시스템부터 개발하고 전력산업 기금 등 다른 기금들을 상수도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 지자체 상수도시설의 유지관리를 전문화하는 데에도 인력, 체제 등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하천수, 우수, 지하수, 하·폐수 처리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관리·수송하여 수자원의 지역적·시간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형태의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진은 한전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적용한 전력공급장치 및 마을정수설비.

신기술 개발사업에 국가 지원 필요

아울러 소규모 지역 단위의 물순환 정책으로 전환되면 물관리 시장 및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 재생과 연계하여 주변의 자산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물관리를 유도한다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일자리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물관리 융·복합 신기술 개발·연구사업에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이때 국가가 인정한 신기술에 한해 현장에서의 활용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됨에 따라 상수도 기술 부품과 장비 산업도 더불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물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 기반을 수립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7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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