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관리일원화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수질보전 전문성 갖춘 환경부로 일원화 적격”

21세기 신산업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기술적 환경규제…자금·기술·규제 결합
「정부조직법」 개정안 지연…물관리 일원화 비전·선제적 행정구조 마련 시급


▲ 윤 주 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Part 01. 물관리일원화의 문제점과 전망

1994년, 환경처로 상하수도국 이관

수량 및 수질관리는 1948년부터 내무부 소관이었으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964년 건설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상수원 수질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는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파이프가 파열되어 페놀 원액이 낙동강으로 누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에 달하는 다량의 페놀이 영남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키면서 우리나라는 물을 비롯한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수질사고 대책의 일환으로 1994년 김영삼 정부는 ‘수질일원화 방침’에 따라 당시 수질개선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건설부의 상하수도국을 환경처로 이관했다. 다만 인프라 개발을 명분 삼아 수자원국이 건설부에 그대로 남게 되면서 수량 및 수질 기능은 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고 말았다. 이는 막대한 예산을 자랑하는 수자원국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던 건설부의 이른바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결과이다.

수질관리 기능과 수자원관리 기능이 분산되면서 행정상의 물순환 고리가 단절되었고 지난 23년간 물관리에 있어 수많은 혼란이 야기되었다. 이에 지난 5월 문재인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여 물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라고 지시했다.

▲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여 물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정부세종종합청사에 나란히 붙어있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청사 안내 표지판.

환경규제, R&D 통한 신산업 창출

한편, ‘선수와 심판이 같이 있어도 되느냐’며 물관리 일원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선수가 수자원, 심판이 상·하수 혹은 수질 규제를 가리킨다고 할 때, 이 둘은 애초에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주장은 완벽히 틀렸다. 설사 이 논리가 맞다 치더라도 선수가 심판 말을 듣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공무원 사회는 기본적으로 조직의 논리가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이익과 업역(業域)이 충돌하는 유사 행정구조의 특성상 부서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어렵고 협업을 하기에도 난해하다. 따라서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진다면 내부 조정 및 견제로 인한 지금과 같은 행정의 난맥상은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규제기관이니 원래 하던 규제 업무나 잘하라는 부정적 시선도 많으나 환경이 곧 규제라는 인식은 1970년대의 교조적·퇴행적 인식에 불과하다. 기술적 환경규제는 21세기 신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기후변화, 에너지, 물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개발(R&D)을 통한 새로운 환경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규제 만능주의로는 환경보전 불가능

참고로 미국의 환경보호청(EPA)은 레이건 행정부 이후 규제와 환경보전 사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규제 만능주의로는 환경을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발 빠르게 인식한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은 자금·기술·규제의 3요소를 결합한 환경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EPA는 상수도시설기금(DWSRF) 및 하수도시설기금(CWSRF)을 활용하여 EPA의 주도 하에 인프라 건설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물인프라재정혁신법(WIFIA)」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기준 1천만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약 20억 달러의 신용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우리 환경처는 EPA를 기본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전 방향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특히 환경부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은 일부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의 교조적 시각이 투영된 결과라고 사료되는 바, 환경부의 자체적인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러한 태도가 그간 물관리 일원화를 지연시켜 왔다.

주도권 싸움에 「물기본법」 제정 이용

아울러 일각에서는 「물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물관리위원회를 두어 관리하는 것이 일원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형평성 있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국토부 수자원국 및 K-water가 앞장서 법을 제정하려는 의도는 많은 이권이 환경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물기본법」이란 수자원, 상·하수, 물환경, 농업용수 등을 통합하는 선언적 상위법을 일컫는다. 이 중 특히 농업용수 통합은 수리권에 대한 정권 차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원화를 통해 물관리를 주도하는 부서가 만들어지면 「물기본법」은 이미 있는 것에 필요 없는 것을 덧보탠 옥상옥(屋上屋), 즉 예산만 낭비하는 규제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물관리위원회는 이미 실패한 모델로 판명 났다.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를 둔 유사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부처 간 이해 충돌 시 부처 이기주의의 장벽을 해소하기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중앙 부서뿐만 아니라 지자체 간 물 분쟁을 해결하기도 벅차다. 일본도 7개 기관으로 분산되어 있던 물관리 체제를 일원화하기 위해 최상위법인 「물순환기본법」을 제정했지만 선도부서가 없어 실패했다.

부처 이기주의 탓에 물산업 지원 미흡

한편, 환경부의 물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물산업은 2015년 기준 약 30조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점유하고 약 12만9천 명을 고용하는 거대 산업이다. 2014년 기준 공공영역이 84%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순수 민간 영역은 산업폐수처리, 정수기, 생수 등으로 규모가 극히 작다.

게다가 물기업은 일자리 감소 및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표하고 있으나 국토부와 환경부의 영역 이기주의 탓에 통합지원이 요원한 실정이다. 또 민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물산업진흥법」 제정이 번번이 국토부와 환경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지연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는 결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학계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물과 관련된 생태계로는 크게 기술·인적·업역 생태계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기술 생태계는 수자원·상수·하수·재이용·물환경 등을, 인적 생태계는 학·연·산·관·민 등을, 업역 생태계는 설계·조달·시공·운영·재무 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복잡한 생태계가 서로 어우러져 물관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즉, 이 중 어느 한 분야가 전체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것은 독선일 뿐이다.

전문화 개념으로 기능적 재편 시급

아울러 환경부와 국토부의 행정 조직이 중복되다 보니 유사한 물관리 업무가 두 부처로 분산되어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의 낭비는 물론 물관리 현장에서의 혼란을 초래해 왔다. 부처별 과도하게 세분화된 법이나 소속기관의 불균형은 부처 간의 연계 및 조정을 저해했고 이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추진되어 온 물관리는 현재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더해 환경부 및 국토부의 본부 예산과 한국환경공단 및 K-water의 공기관 예산을 합하면 약 10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 막대한 예산이 그간 기관의 분산으로 인해 제대로 쓰여지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폐해는 국가 발전까지 저해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물 분야 전문화 개념으로 조속한 기능적 재편이 요구된다.

게다가 환경부의 환경산업기술원은 물·대기·폐기물·보건 등 여러 분야에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하다 보니 물 예산은 전체 중 약 12%에 불과해 기술의 연구·개발 전문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토부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수자원 연구·개발을 담당하다 보니 환경부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물관리위원회, 실패한 제도로 판명

지난 23년간 전문가들은 보다 타당한 물관리 일원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속적인 논의를 펼쳐왔다. 우선 최상의 방안은 물관리의 전문화 및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다만 현 정권에서는 행정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환경부의 반대도 막강할 것으로 사료된다.

차선책은 물환경(수질)을 보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반발, 공공예산 축소 우려, 사업 능력에 대한 의구심 등 미흡한 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해당사자 간 반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한 물산업(일자리 창출) 및 개발 사업에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환경부가 아닌 국토부로 일원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물환경 문제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없고 상하수도국을 다시 국토부로 불러들이는 것은 소위 퇴행적 행정이다. 즉, 구 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므로 논리적 모순에 해당한다.

끝으로 물관리 위원회는 최악의 선택이자 개악(改惡)이다. 선도부서 지정 시 행정 소요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사실이나 앞서 말했듯 부처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어렵고 이미 실효성이 낮은 제도로 판명 났다. 안 하니만 못한 선택인 것이다.

 
부서 이관 위한 행정교류·관심 미흡

현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표류 중이다. 처리가 지연되는 원인으로는 우선 일부 수자원 학계의 반발을 들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염려, 일부 기득권 상실 가능성과 더불어 환경부로 일원화되면 속칭 ‘예산에서 0이 하나 준다’며 수자원 사업 예산 및 규모 축소를 우려하는 것이다. 그간 환경부의 예산 집행과정을 보면 터무니없는 평가는 아니다.

또 건설부의 상하수도국을 환경처로 이관하던 1994년 당시와 비교해 부서 이관을 위한 행정교류가 미흡한 것은 물론 관심도 부족하다. 공무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하 조직 구성에 대한 마땅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환경부와 국토부, 양 부서의 유관 법령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4대강 보 개방, 4대강사업 감사 등 일원화와 무관한 정치 이슈가 연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으나 물관리 일원화는 전문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치 이슈화는 옳지 않다. 정치적 보복을 우려한 이해관계자들이 물관리 일원화를 반대하는 퇴행적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능력 대한 의구심 해소 노력 필요

따라서 앞으로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한 비전을 확립하여 수계·유역별 관리체제를 갖추고 환경부 내 물 분야의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 더욱이 미래지향적이고 선제적인 행정구조를 마련하여 환경부의 통합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성 및 기능성 위주로 행정구조를 재편하여 협치와 조정 능력을 강화하고 광역화된 유역별 구조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12만9천 명에 달하는 물산업 종사자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원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부 수자원 전문가들의 반발을 이해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학계에 대한 배려를 통해 물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 분야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통합 물관리 부처로서 물관리의 각 전문 영역을 포괄하는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두를 위해 물관리 일원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한 비전을 확립하여 수계·유역별 관리체제를 갖추고 환경부 내 물 분야의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 더욱이 미래지향적이고 선제적인 행정구조를 마련하여 환경부의 통합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사진은 지난 8월 30일 서울 63스퀘어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전체회의 후 기념촬영 모습.

 [『워터저널』 2017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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