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현장 답사기  ‘일본 방사능 피해지역 오염 및 제염 현황’ 현장답사


“후쿠시마 원전사고 6년…방사능 제염작업 한창
 저수지 등 물에 대한 제염작업은 아직 시작단계”

방사능 물안보 연구단, ‘일본 방사능 피해지역 오염 및 제염 현황’ 현장답사


▲ 강 성 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7월 4∼7일, 후쿠시마·미나미소마·요코하마 등 방사능 피해지역 답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3개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한국원자력연구원(KAERI)·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등이 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 중인 ‘방사능 물안보 연구단’(단장 김영석 KICT 박사)은 지난 7월 4∼7일 3박4일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미나미소마(南相馬)시·요코하마(木+黃浜)시 등지에서 일본 방사능 피해지역 오염 및 제염(除染) 현황에 대한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이번 답사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6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현장답사를 통해 피해지역의 오염실태를 조사하고 방사능 제염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쓰나미(tsunami),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초래했다. 당시 지진은 1995년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6천 명 사망)의 180배 규모이자 역사상 관측된 지진 중 4번째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그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는 일본 동북지역 주민 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건은 자연재해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다이치 원자력발전소의 기능을 마비시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이어졌으며, 이에 따른 여파로 동일본 지역은 방사성 낙진으로 피폭되어 심각한 오염에 직면했다.

일본정부, 방사선 선량 모니터링 결과 실시간 공개

현장답사 첫째날인 7월 4일에는 동일본 해안지역을 따라 건설되어 있는 죠반(城番)자동차도로를 따라 방사능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로 이동하며 한국에서 준비한 방사능 검측장비를 이용해 방사능 오염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미나미소마시 해변에 축조된 제방을 답사했다.

방사능 피해지역을 통과하며 토양 제염으로 발생한 방사능 제거물을 저장하는 임시저장소를 여러 곳 볼 수 있었다. 피해지역에서는 방사능 제거물을 검정색 포대에 담아 이동·처분하고 있었는데, 1톤까지 저장할 수 있다고 하여 이 포대를 ‘방사능 톤백(Ton Bag)’이라 명명했다. 제염활동으로 8천만여 개의 방사능 톤백이 발생했으며, 톤백을 저장하는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가 1천100여 개 존재한다.

▲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다이치 원자력발전소를 기준으로 50㎞ 지점부터 인공 방사성 물질인 방사성 ‘세슘(137Cs)’이 명확히 나타났다. 사고 원전 8㎞ 지점에서는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과 비교하여 15배 이상 높은 방사선 선량이 검출됐다.

 
일본정부는 죠반자동차도로 내 휴게소에 방사선 모니터링 무인사업소를 운영하여 주요 방사능 피해지역에 대한 방사선 모니터링 결과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었다. 총 9개 지점에서 방사선 선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방사선 측정지점에는 전광판을 설치하여 도로 통행자들에게 방사능으로 인한 오염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어 운영되는 방사선정보 교통정보 운영소.
▲ 방사능 피해지역 내 고속도로 주요 지점 방사선정보 운영판.

파손된 해안 제방, 높이 7.2m·연장 29㎞ 일부 복구 완료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이와테(岩手)현·미야기(宮城)현·후쿠시마(福島)현의 해안제방 총 연장 약 300㎞ 중 190㎞가 파손됐다. 지역별로 제방의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미야기현 센다이(仙台)시·나토리(名取)시·이와누미사와 야마코토정 일부에 걸친 높이 7.2m, 총 연장 29㎞의 제방에 대한 복구공사가 완료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성토를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의 접합력을 높이고 육지쪽 지반에 시멘트를 주입해 무너지지 않도록 강도를 높였다. 동일본 대지진 급인 높이 14m의 쓰나미가 들이닥쳐도 인근 주민의 피난시간을 5분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강도를 목표로 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의 제방 복구현장을 답사했다. 미나미소마시의 제방은 완성 단계로 진입하여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 사용된 다량의 모래는 베트남 메콩강 등에서 수입됐다. 한편, 쓰나미로 침수피해를 당한 지역 여러 곳에 태양광 발전소 단지가 설치되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 일본의 태양광 발전량은 34.4GW로 세계 3위 규모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10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 쓰나미에 대비하여 미나미소마시 앞바다에 설치된 제방.

원전사고 이후 일본정부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40%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고 누적 일자리를 200만 개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쓰나미와 원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을 청정에너지인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을 통해 일본인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 셀(cell) 단위로 조성

방사능 피해지역에서는 표토층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제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거물은 톤백에 실려 인근의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로 이동되고, 이후 방사능 제거물 중간저장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연구진은 미나미소마시 인근에 위치한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를 방문하여 현장을 답사했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환경회복추진과의 몬마 유주루(門馬讓) 씨가 현장을 방문한 연구진에게 부지의 조성과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임시저장소는 셀(cell) 단위로 조성되는데 각 셀은 △부지 정지 △보호매트 부설 △하부 차수시트 설치 △보호사 부설 등 4단계 조성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완성된 셀에서는 △차폐용 흙 배치 △방사능 제거물 톤백(Ton Bag) 격납 △상부시트 설치 순의 과정을 통해 방사능 제거물이 임시저장소에 보관된다.

▲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 조성 과정.
▲ 방사능 제거물 격납 과정.

임시저장소에서는 하루에 1회 8개 지점에서 방사선 공간선량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몬마 유주루씨는 “방사능 제거물은 반입 전 공간선량이 0.5μSv/h 이상이었으나, 반입 후 격납처리가 완료된 이후에는 0.2μSv/h 이하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몬마 유주루씨는 또 “임시저장소 하부 지하수와 침출수의 방사성 세슘 농도를 월 1회 측정하고 있으며, 각 셀 내부의 온도와 가열성 가스 발생을 주 1회 단위로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 방문 당시 사진. 일본 후쿠시마현 담당 공무원 및 현장 작업자는 회색 근무복을 입고 있다.

임시저장소의 경우 개인사유지가 다수 있는데, 개인사유지에 방사능 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은 순차적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방사능 제거물 중간저장시설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시저장소 소유주들은 더 많은 보상금을 지원 받기 위해 방사능 제거물의 이동이 후순위로 밀려나기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양 제염작업 마무리 단계…방사능 톤백 8천만개·임시저장소 1천100개 존재 
 저수지 제염에 응집침전공정 활용…슬러지 탈수 후 방사성 폐기물로 별도 관리 
 스리가미 정수장, 방사능 검출기 도입해 탈수슬러지 케이크 오염도별 보관·처리


응집침전공정 통해 방사성 폐기물 구분 별도 관리

미나미소마시 외곽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 제염(除染)현장을 방문했다. 이 저수지는 미나미소마시에 있는 저수지 중 4번째로 제염작업이 수행되고 있는 저수지이다. 토양의 제염활동은 마무리 단계로 접근한 반면 저수지 등 물에 대한 제염활동은 시작단계에 있었다. 향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저수지를 대상으로 제염작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진이 방문한 저수지는 ㈜타키건설공업에서 제염을 수행 중이었다. ㈜타키건설공업 히데키 우수기 과장이 연구진에게 저수지의 제염 현황을 설명했다. 저수지 제염사업의 공정은 퇴적토와 함께 저수지 물을 준설 후 응집침전 공정을 통해 입자성 물질과 상등액(上澄液)을 분리하여 상등액은 배출하고 슬러지 성분은 탈수 후 방사성 폐기물로 구분하여 별도 관리하는 방식이다.

방사능 폐기물로 분리된 퇴적토를 대상으로 방사능 계측을 한 결과 평균값(average counts)은 545를 나타내어 오염도가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준설토는 임시로 보관됐다가 국가가 지정하는 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송될 계획이다.

▲ 방사능오염 저수지 제염현장을 방문한 방사능 물안보 연구단.

후쿠시마시, 방사능 피해지역 ‘제염정보플라자’ 운영

일본 환경성은 후쿠시마시 중심부에 ‘제염정보플라자’를 운영하여 일반인에게 방사능 피해지역의 제염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제염정보플라자를 방문하여 아오키 히토시(靑木仁) 기술정보관으로부터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실태와 제염활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오키 히토시 기술정보관은 “제염활동은 택지와 농지와 같은 생활권을 위주로 수행했는데, 이타테시·카와마타시·미나미소마시·카추라오시 등은 주거지에 대한 제염이 완료됐다. 이에 비해 오염도가 심한 나미에시, 후타바시, 오오쿠마시는 제염작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제염방법은 「방사성 오염물질 관련 특별조치법」에 의거하여 학교 등 시설은 5㎝의 흙을 거두어내고, 산림지역 등은 부엽층만 거두어냈다. 식물의 경우 물을 뿌리는 방법은 다른 곳에 오염을 야기하는 등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현재는 타월로 닦아내는 방법으로 제염하고 있다.

▲ 일본 후쿠시마 제염정보센터 직원이 방사능 제염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방사능 제거물 임시저장소 모형.

스리가미 정수장, 방사능 검출기 도입 오염도 측정

후쿠시마시에 수도를 공급하는 스리가미(Surikami) 정수장을 방문하여 방사능 오염실태 등을 조사했다. 스리가미 정수장 안내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방사능 모니터링을 엄격히 실시해 세슘(Cs)·요오드(I)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질문을 통해 원전사고 후 6개월이 지나 방사능 검출기가 정수장으로 도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후 6개월간은 방사능 검출이 가능한 수질분석센터로 시료를 보내 방사능 오염도를 확인했으며, 그 결과를 자신들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스리가미 정수장의 수원은 9.3㎞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리가미댐으로 원전사고 시 피해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스리가미 정수장 내에는 8천∼7만Bq(베크렐, Becquerel)/㎏ 탈수슬러지 케이크, 1천500∼8천Bq/㎏ 탈수슬러지 케이크가 분류되어 보관되고 있었다.

원전사고 직후부터 약 6개월간 발생한 탈수슬러지 케이크의 오염도는 8천∼7만Bq/㎏이었으며, 그 후 2년간 발생한 탈수슬러지 케이크는 1천500∼8천Bq/㎏을 나타냈다. 이후 발생한 탈수슬러지 케이크 중 100∼1천500Bq/㎏은 국가에서 허용하는 처분장으로 방출됐으며, 그 이하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케이크에 대해서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 연구단은 후쿠시마시에 수도를 공급하는 스리가미(Surikami) 정수장을 방문해 방사능 오염실태 등을 조사했다. 안내직원이 정수장 운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정수장 내 적체되어 있는 방사능 오염 탈수케이크(푸른색 및 회색 시트).

[『워터저널』 2017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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