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Issue & Trend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방향 

“통합물관리 로드맵 수립 통한 방향 설정 필요”

중앙정부·지방행정기관·공기업 구조 개편 선행된 후 종합계획 수립 바람직
전문가들, 물관리 일원화 통해 생태적 측면의 유역 물순환 체계 회복 기대

▲ 최 동 진
국토환경연구소장
Part 03. 통합물관리 정책 방향 및 과제

「물관리기본법」 조속한 제정 필요

새 정부가 들어서며 최근 통합물관리를 주제로 많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통합물관리는 과거에도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주제로, 과연 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방향과 얼마나 다를 것인지, 내용 면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지나간 논의를 되풀이하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통합물관리 로드맵을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을 제시해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난 2016년 물개혁포럼은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물관리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물 관련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물정책 도출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 등 각 유역별로 구분해 가장 심각한 물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공통적으로 녹조 등 수질오염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유역에서는 모두 수질문제가 1순위로 꼽혀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 수해의 빈발 △주민참여 없는 행정 중심 물·하천 관리 △강·하구의 물환경 및 생태계 악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요 물관리 정책을 묻는 질문에 △「물관리기본법」 제정(35%) △물 관련 계획의 통폐합(13%) △물관리 행정체계 개편(1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4대강 문제를 해결하고 물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의 과학적 재평가(37.1%)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대형 보 개방(24.7%)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유역에 기초한 통합물관리 우선순위

한편,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는 일찌감치 ‘의제(Agenda) 21’을 통해 물관리는 유역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의 부문별 담당 기관의 분산이 통합 수자원 관리에 중대한 방해가 되고 있으며, 물관리는 인간과 생태계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구미공단에서 낙동강 페놀오염사고가 발생하자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1993∼1997년)’을 수립하고, 1996년 8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 물관리의 장기기본계획이라 할 수 있는 ‘물관리종합대책(1997∼2011년)’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통합물관리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사실상 1997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물 문제와 관련된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고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물관리 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조정하기 위해 1997년 1월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가 설치됐다. 이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 물관리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또한 그해 2월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수질개선기획단이 발족됐다. 이로써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의 운영을 보좌하고 각 부처의 수질개선 및 수자원 확보와 관련된 정책과 사업을 총괄·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수자원 확보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는 수질개선기획단과 함께 4대강 수계별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특별대책을 마련하여 주요 하천의 수질개선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1998년 11월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특별대책’ 수립을 시작으로 1999년 12월 ‘낙동강수계 물관리종합대책’, 2000년 10월 ‘금강·영산강수계 물관리종합대책’을 확정지었다.

한편, 1997년 7월 방용석·한화갑 의원 외 26인이 물관리체계의 일원화를 위해 「물기본법」을 제안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사례가 있다. 그 이후 2005년 10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지시해 2006년 10월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환경단체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반대로 폐기됐다.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는 총 3개의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19대 국회에서는 2013년 2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의원 등 10인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물관리기본법(안)」 6개와 「물기본법(안)」 1개가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어 심사 중이다. 대부분 내용상 유사하나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구성과 기능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현 정부,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추진

2016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각각의 제정안은 자치단체별 물관리에 관한 이견 조정 및 물관리 계획 수립 등을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 신설은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으므로 물관리 정책 및 업무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물관리 주체를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은 균형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나 4대강 사업은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추진되어 많은 문제를 남겼다. 환경부 역시 수질과 수생태계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 등의 업무를 처리했다.

이에 금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부와 국토부로 나눠진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라고 지시했다. 수질과 수량, 재해예방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에서 결정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또한 국토부의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업무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무조정실에 통합물관리상황반을 가동하도록 조치했다.

▲ 18대 국회에서는 총 3개의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19대 국회에서는 2013년 2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의원 등 10인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사진은 2009년에 열린 물관리 일원화 방안 토론회 모습.

규제 부서인 환경부의 공공성 우려

한편, 물 관련 산·학·연 전문가, 공무원,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물관리 일원화로 기대되는 효과나 장점은 무엇인가? △물관리 체계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등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기대를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규제와 개발사업의 혼선 △근본적인 통합관리에 장애로 작용 △유역관리 및 지방주도에 역행 △농업용수·소하천·치수 문제에 대한 관심 소홀 △물 인프라투자 저조 및 수자원 분야(학문, 산업) 쇠퇴 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특히 규제 부서에 해당하는 환경부가 개발에 앞장서는 경우 물관리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또한 기계적 통합에 그쳐 기능적 통합에는 무관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진정한 통합물관리는 지체될 수 있으며, 중앙부처 통합에만 집중하다 보면 유역관리는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부처간 소통 통해 중복사업 예방

▲ 2013년에 열린 물관리 일원화 방안 토론회 모습.

아울러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기대되는 효과로 꼽은 장점도 많았다. 우선 부처 간 소통부재를 해결하여 물관리 정책의 엇박자를 최소화함으로써 중복되는 사업을 정비하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 수량·개발중심 물관리에 환경주의를 접목하여 하천관리에 있어 생태적 측면을 부각하고 유역 물순환 체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관리 체계를 성공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권자의 일관성 있는 추진의지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물관리 법제개선에 나서 「물기본법」을 제정하고 물관리위원회와 유역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유역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유역단위의 통합적 물관리와 분권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이어 환경부 내 조직 인력의 통합과 잉여 인력, 예산의 유역 배치가 뒤따라야 하고, 농업용수와 소하천까지 포함한 더 큰 범위의 통합적 물관리가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조직 개편이 요구된다. 국민적 동의 속에서 4대강 사업의 신속한 처리 역시 추진되어야 한다.

수질 규제와 토지이용 규제 연계 필요

한편, 통합물관리와 관련하여 논의가 필요한 7대 과제를 선정했다. △규제의 통합과 정비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하나의 유역, 하나의 계획 △물 거버넌스 확립 △법령체계의 개편 △물관리 재원의 정비 △물관리 정보의 통합관리 등이 해당된다.

첫 번째 과제는 규제의 통합과 정비이다. 규제란 정부의 권위에 기반하는 법적 권리의 제한 또는 의무로,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사회구성원들의 행위에 개입하게 되는 모든 유형의 영향력을 의미한다. 즉, 통합물관리의 실패는 규제통합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예시로 하천에 대한 규제를 보면 하천구역은 국토부, 수변구역은 환경부에서 관할하는데, 하천구역은 「하천법」, 수변 구역은 「한강수계법」, 상수원보호구역은 「수도법」을 따른다. 이처럼 수질 규제가 각각 별도의 법률과 기관으로 분산되어 상호 연계가 부족한 탓에 중복규제 논란이 존재한다.

이에 유역관리청과 같이 유역단위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구를 설치하고 유역별 통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토지이용 규제나 수질오염총량제 등 물환경 관련 규제와 정책의 개편과 통합이 이뤄져야 하며 규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유역에 하나의 기본 계획 수립

두 번째 과제는 과거 중앙정부와 공기업 중심의 개발 사업에서 유역과 지방정부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 국토부, 안전처 등 중앙부처는 정책과 예산을 분점한 채 경쟁적으로 유사사업을 확장·추진하고 있다. 이에 물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재조정하고 독립적인 물사업 규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또 개발과 관련된 중앙부처 관련 계획들을 유역별 계획으로 통폐합하고 공기업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물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은 수자원개발공단에서 독립수자원기구로 재편했고 영국은 수질규제전문기관과 경제규제전문기관의 기능을 강화했다. 프랑스는 민간위탁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 정부에서 지자체의 규제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역단위의 물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각 부처별, 기관별로 별도의 유역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선진국은 하나의 유역에 하나의 기본 계획을 수립한 후 그 계획의 비전과 목표 하에 각 기관이나 주체별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

이와 관련하여 세 번째 과제는 하나의 유역에 하나의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다. 4대강 유역별로 종합적인 유역계획을 수립하고 기존의 부처별·분야별 기본계획을 유역종합계획으로 통합해야 한다. 또 부처나 법률별로 따로 수립되던 물 관련 계획들을 통폐합해야 한다.

유역관리기금 전환해 불균형 해소

아울러 각 법률마다 수많은 위원회가 있다. 「하천법」만 하더라도 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지방하천관리위원회, 유역관리협의회, 하천수조정협의회 등이 존재한다. 네 번째 과제는 유역단위의 종합적인 물순환 관리를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에 4대강 유역별로 유역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법령체계 역시 조속한 개편이 요구되는 과제이다. 「물기본법」을 제정해 물관리 정책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정하고 기본 계획 및 유역물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물기본법」은 물환경 보전과 수자원 이용 분야를 체계적으로 통폐합하여 정립된 법률로써 기능할 것이다.

여섯 번째 과제인 물관리 재원의 정비도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수계관리기금을 두고 환경부와 지자체는 많은 갈등을 겪고 있으며, 국토부는 줄어든 하천관리 예산으로 인해 재원 정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물관리 일원화가 실현된 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이용부담금, 하천수사용료, 댐원수대, 지하수 취수부담금 등을 취수부담금으로 통합하여 유역관리기금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규제지역주민의 지원과 수계관리기금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역 간 물관리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5년 단위 통합물관리 로드맵 수립

마지막으로 물관리에 있어 정보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만큼 수량과 수질 분야로 이원화되어 있는 물 관련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제정·공표된 「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토부 장관으로 하여금 수자원 관련 자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수자원 정보체계를 구축 및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나아가 기존 유역차원의 조사 및 평가와 관련된 기능을 유역청 혹은 수계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적인 조사·연구기관으로 통합하고 장기적으로 물환경뿐만 아니라 수량 및 유량정보까지 포함하여 조사할 수 있도록 물관리 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한편, 통합물관리 포럼은 단순히 계획하고 논의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에 성공적인 통합물관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의 로드맵(road map)을 통해 분명한 원칙과 방향을 설정한 후 시기별 목표를 세워야 한다.

우선적으로 중앙정부 조직이 개편되고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하며, 이후 지방행정기관 및 공기업의 구조개편, 국가 물기본계획 및 유역물관리 종합계획 수립, 4대강 복원 대책 수립 등이 잇따라야 통합물관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워터저널』 2017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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