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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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수질 통합관리 위해 환경부로 일원화 추진”

환경부, 국토부 업무 이관 시 홍수통제·하천관리 등 부족한 전문성 보완 필요
시민 중심의 조직 개편·정책방향 설정 과정 전환…물정책의 민주화 도입 시급

▲ 염 형 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Part 02. [논평] 새 정부 물정책, 과감히 혁신의 길로 가야

새 정부, 4대강 사업 실패 공식화

지난 5월 22일, 청와대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6월 1일부터는 녹조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적은 6개 보를 즉시 개방하고,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의 물정책은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한 채 개발 위주·중앙 주도·관료 중심의 답보 상태였으며, 특히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야기해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물정책은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지시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첫째,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이 종식되지 않은 채 혼란을 가중시켜왔으나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시대정신의 대대적인 변화이다. 개발과 일방통행에서 관리와 복원, 소통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이제부터는 복원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수위 영향 없는 범위 내 보 개방

▲ 올해 2∼3월에 6개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추어 시범 운영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어도 폐쇄로 인하여 어패류가 폐사하는 등 수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4대강 보(洑) 상시개방은 썩 만족할 만한 조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전체 16개 보 중에서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 공주보, 죽산보 등 6개 수문만을 개방하는 것이며, 이것도 완전 개방이 아닌 지하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여는 것이다. 4대강 보 수위는 보통 8∼12m 정도인데, 지하수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는 2.3m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 2∼3월에 6개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추어 시범 운영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어도 폐쇄로 인하여 어패류가 폐사하는 등 수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환경부는 보 수위 하강 시 어도가 단절될 수 있으므로 상시개방 시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보 설치로 인해 상·하류 간 단차가 10m 가량 차이 나자 단절된 어류의 이동이 원활하도록 수리구조물인 어도를 설치했다. 보 수위를 2.3m로 낮추더라도 어도가 연결되지 않으므로 완전히 댐을 열어버리면 수위가 같아지기 때문에 어도 역시 필요 없어진다. 그러나 환경부는 어도를 보완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표하고 있다.

환경부, 책임 피하려 소극적 대응 유지

이는 어도를 통해 수위 차이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결국 상당한 기간 동안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환경부의 이러한 소극적인 대응은 수문을 전면 개방했을 시 발생할 추후 상황에 대하여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시에 앞서 후보 시절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서 “수생태계 파괴 주범 대형보를 상시 수문 개방하고 재평가를 거쳐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공약자료집 284쪽)”라고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정책감사를 지시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면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수계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사업의 적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3차에 걸친 감사가 모두 엉터리였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이른바 ‘정치적 시빗거리’로 몰아가고 있다. 이처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큰 상징적 조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은 상당히 복잡할 것으로 우려된다.

K-water, 기능 확대 개편 반대

▲ 일부 전문가들은 K-water의 기능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K-water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위치이고, ‘댐 건설, 광역상수도 확충, 단지 개발(간척)’이라는 설치 목적도 완료한 상황이므로 더 이상의 기능 확대 개편은 필요하지 않다.

한편, 여러 법률과 조직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물정책이 일관된 방향이나 목표 없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수십 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부처들은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과거의 정책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원화 효과가 실질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유역 중심 통합관리 △국토부·환경부·국민안전처 등으로 분산된 수량·수질·방재 기능 일원화 △광역상수도(국토부)와 지방상수도(환경부) 일원화 △K-water(수자원공사)의 기능 확대 개편 △4대강 재자연화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해왔으며 대부분 타당하다.

다만 K-water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K-water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위치이고, ‘댐 건설, 광역상수도 확충, 단지 개발(간척)’이라는 설치 목적도 완료한 상황이므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과거 K-water의 정원을 늘린 것이 결국 한탄강댐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됐고 4대강 사업, 경인운하 사업 등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로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이관

물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정책국을 환경부로 이관하여 물관리 일원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올해 국토부 전체 예산(20조1천168억 원)의 9.1%를 차지하는 1조8천108억 원 규모의 수자원 분야 예산도 포함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지루한 논쟁만 유발시키다 결국 일원화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통합적 물관리 정책도 구축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하에 차라리 대통령실 산하에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통합·조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는 하나의 부서로 합치는 것이 부적절해서가 아니라 국토부나 전문가들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물정책 실패에 대한 제1의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정권이 바뀐 그 순간까지도 기존의 정책을 바꾸지 않았으며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경인운하 연장 사업 및 금강 공주보와 예당저수지를 연결하는 도수로 사업을 밀어붙이듯 추진하고 하구둑 개방을 반대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환경부, 홍수 통제 능력 등 보완 필요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진 현재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환경부로 모든 업무를 이관했을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수질은 환경부에서, 수량은 국토부에서 나눠 관리해왔기에 지금의 환경부는 국토부가 다루었던 물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전문성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은 △수자원정책과 △수자원개발과 △하천계획과 △하천운영과 △수자원산업팀 등 5개 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더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홍수통제소 4곳, 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 등 지방 국토관리청 5곳도 환경부 이관 대상이다.

따라서 원래 국토부의 역할이었던 홍수 통제나 국가 하천 관리 등에 대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조속히 요구된다. 또한 환경부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정말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친환경적 물관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 참여 통한 물정책 민주화 실현
 
이를 위해선 시민의 통제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은 시민들의 높아진 의식과 강한 책임감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주었다. 관료제의 한계를 직접 민주주의로 극복한 것이다. 앞으로는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공공정책의 결정과정을 ‘광장’으로 이끌어내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효율지상주의와 개발논리를 강요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희생시키거나 자연환경의 파괴 속에서 갈등이 양산해 온 구조를 바꿔야 하며, 조직 개편과 정책 방향 설정을 시민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참여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공론화 절차 도입, 거버넌스의 활성화, 시민 의견수렴 절차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 즉, 물정책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댐 건설, 광역상하수도 시설 구축 등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도맡아 해왔다. 그러나 광역상수도의 실제 가동률은 50%에 불과하며 나머지 반은 놀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괜한 사업을 벌여 수질을 악화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닌, 관로에 녹이 끼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관리이다.

▲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댐 건설, 광역상하수도 시설 구축 등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도맡아 해왔다. 그러나 광역상수도의 실제 가동률은 50%에 불과하며 나머지 반은 놀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 갈등 해결 공론화위원회 활용

이제는 국민의 이익에 기반하고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단순히 환경부 관료들의 출세 자리를 늘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며,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는 공론화위원회를 국가적으로 잘 활용하는 대표적 나라로, 소수의 전문가를 통해 단기간에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거나 원자력 발전 비중을 결정짓는 등 국가적 중대한 사안에 있어 국민이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국가의 역량을 끌어 모아 대형댐과 제방을 짓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국가 인프라 구축이 모두 끝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나 K-water와 같은 기구에서 쓸 데 없는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시설 대부분이 과잉시설에 속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보다 작은 단위의, 국민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낙동강 수질개선이 최우선 과제

한편, 부산은 진주댐을 상수원으로 삼고 싶다고 주장하지만 경남도민의 승낙을 얻더라도 가져올 수 있는 양은 40만㎥/일에 불과하다. 부산이 필요로 하는 110만㎥/일로, 설사 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나머지 70㎥/일을 어디에서 보충할지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막상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별도의 식수댐을 곳곳에 짓겠다고 발언했었는데,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1천600개의 댐이 필요하므로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다. 또 대구는 구미 상류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 중인데, 이것이 관철된다면 구미 이남의 수질 관리는 더욱 소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수의 45%를 낙동강에서 가져오는 울산은 그 비율을 더 높이지 않겠다며 구석기시대의 반구대 암각화 보호 조치를 외면하고 사연댐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해 시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해 시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유역별 물정책·관리체계 구축 필요

그런데도 통합적인 계획이나 집행 없이 별도의 계획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동안 수질·수량·생태 등을 각각 담당하던 중앙부처들은 아무런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하천개발에만 몰려 사업이 중복되어 왔다.

따라서 유역별 물정책 및 관리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혹자는 환경부의 수계관리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하지만 수계위원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안건을 대부분 서면으로 결의하고 간혹 대리 참석으로 의결하는 정도여서 유역관리 기능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대신 정부, 지자체, 산업·농업·환경·소비자 등 각 영역별 대표로 유역위원회를 구성해 유역 차원의 목표와 정책수단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이 원치 않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질개선을 위해 필요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즉, 앞으로의 물정책은 유역 단위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구축하지 못하면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은 또 다른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환경부는 대응책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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