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국·일본의 노후 상하수도시설 관리 및 방재 사례


“지진 발생시 JWWA·물공급 유틸리티 공동 대응”

(일본수도협회)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비상 대응 매뉴얼 개발해 행동 지침 제시
유틸리티, 각 지역 비상연락망 역할 수행…재난상황 신속 공유·지원 가능


(Takayuki Sawai)
일본수도협회(JWWA) 부회장
 Part 03. 일본 지진 대비 위험관리 및 대응방안

유틸리티사 요청으로 수도협회 발족

일본은 지진을 비롯해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 물공급은 재해 발생 시 사고지역에서 가장 긴급한 사안인 만큼 일본수도협회(JWWA)는 그동안 식수와 관련하여 방지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

현재 일본에는 약 1천350개의 물공급 유틸리티가 존재한다.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기업을 물 유틸리티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550개의 민간 회사와 400개의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것이다. 일본수도협회는 이들 유틸리티사의 필요에 의해 1932년 발족됐으며 정부와는 이해관계로 상호 종속되어 있지 않은 동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은 국가 정부 아래에 보건, 환경 및 인프라와 관련된 부서를 두고 있고, 이 중 환경부에서 식수 업무를 관장한다. 정부와 유틸리티 사이에 있는 것이 바로 일본수도협회로, 둘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한다.

유틸리티사에 의해 설립된 만큼 협회에게 부여된 강제된 힘이나 권한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유틸리티사에 일을 지시하기보다는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한다.

 
50년 이상된 노후 수도관 문제 심각

일본수도협회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별 회원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일을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전 국가를 대상으로 관련 의견 및 이슈를 수집하고 관리 및 기술적 부분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는 업무이다. 특히 물공급 제품에 대한 검사 및 인증 사업은 수도협회 총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자 주요 수입원이다.

이 외에도 유틸리티사의 직원뿐만 아니라 민간회사의 직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하여 효율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와 같은 국제컨퍼런스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국제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발판 삼아 현재 일본의 물 공급률은 97.8%에 달하며, 어느 곳에서나 양질의 수돗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수도 관련 관·시설 등이 1950∼1970년대에 지어진 탓에 노후화가 주요 현안으로 제기된 실정이다. 또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인구 감소로, 전문가들은 향후 50년 이내에 지금 인구수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일본은 지진을 비롯해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 물공급은 재해 발생 시 사고지역에서 가장 긴급한 사안인 만큼 일본수도협회는 식수와 관련하여 방지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 사진은 2009년 7월 홍수로 야마구치시 정수장이 물에 잠긴 모습(위) 및 2011년 3월 미야기현 시라이시시에 발생한 지진으로 대형 수도관이 파괴된 모습(가운데)과 2011년 4월 미야기현야마모토 주민들에게 이동급수차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모습(아래). [사진제공 = 타카유키 사와이]

3개월간 전역에서 지진 586회 발생

게다가 잦은 지진을 비롯해 태풍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유틸리티사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내진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유틸리티사는 명령 이행에 따른 합당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진은 일본 전역에서 고루 발생하는데, 지난 2014년 9월 23일부터 2015년 1월 1일까지 100일간의 지진 횟수를 조사한 결과 총 586회로 확인됐다. 이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아주 작은 진도의 지진까지 포함된 수치이며, 어느 특수한 시기의 통계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지진이 매우 잦고 때로는 대규모로 발생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역에서 규모 9.0의 아주 강력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쓰나미가 해변 도시들을 덮쳤고 수도권 일대까지 화재가 잇따르며 피해가 막심했다. 다행히도 물관리 시스템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나 해일의 여파로 교체 및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 했다.

▲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역에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진 발생 후 미야기현(왼쪽)과 이와테현 모습. [사진제공 = 타카유키 사와이]

경로 예측 어려워 태풍 피해 가중

게다가 보유한 배수 역량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폭우가 내리기도 해 그에 따른 피해가 극심하다. 2014년 8월 히로시마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74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2009년 7월 야마구치현에서는 하수처리시설을 비롯한 마을이 빗물에 완전히 잠겨 이재민 400여 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있었다.

또한 최근 들어 과거에는 잠잠하던 지역까지 태풍이 드넓게 발생하고, 규모와 강도 역시 매년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홋카이도 지역은 과거만 해도 태풍으로부터 자유로웠으나 지금은 흔하게 피해 소식을 접할 수 있을 만큼 빈번해졌다.

그러나 태풍 경로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마땅한 대비책을 세우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따라서 재난으로 인하여 물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비상 대응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1996년 ‘비상 대응 매뉴얼’ 개발·공유

지난 1995년 1월 17일, 일본 간사이 지방 효고현 고베시와 한신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 7.2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지닌 강진이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해 6천433명이 사망하고 3만5천 명이 부상 입는 등 인명 피해가 막심했으며, 약 20만 가옥이 붕괴되어 수많은 주민이 집을 잃고 이주민이 되었다. 또 192건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고속도로·철도·통신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활동도 마비되었다.

이 지진을 겪으며 일본수도협회와 유틸리티사들은 비상사태, 특히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듬해인 1996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사태로부터 취득한 사안을 바탕으로 ‘비상 대응 매뉴얼(Emergency Response Manual)’을 공동 개발했다.

특히 유틸리티사들을 재난 유틸리티(Effected utility)와 지원 유틸리티(Support utility)로 구분하고, 재난 지역을 효율·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을 제시했다. 이후 두 번의 대지진을 더 겪고 나서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보완·개정됐으며, 일본수도협회 홈페이지에 매뉴얼을 게재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재난 시 각 조직별 업무 분담 수행

재난 발생 시 중앙정부 및 현(縣), 일본수도협회, 재난 유틸리티, 지원 유틸리티 등 각 조직은 특성에 맞게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한다. 우선 중앙정부 및 현은 일본수도협회를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재난이 일어났던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또 모든 일이 마무리될 즈음 재난 지역에 재정을 지원한다.

일본수도협회는 피해를 입은 유틸리티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을 분석한 후, 재난 유틸리티를 지원하기 위하여 지원이 가능한 적절한 유틸리티를 요청하거나 직원을 파견해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협회에는 강제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단지 협력을 요청할 뿐이다.

또한 협회는 이해당사자 간의 조율 업무를 맡아 담당하며, 재난 유틸리티 역시 협회와 함께 지원 유틸리티를 조정한다. 지원 유틸리티는 이들을 돕기 위해 직원과 물 운반차를 파견하며, 재난 유틸리티를 제외한 세 기관은 모두 기본적으로 비상 물공급 및 재건 정책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유틸리티사, 각 현의 비상연락망 역할

일본수도협회는 일본 전역을 △홋카이도 △도호쿠 △간토 △주부 △간사이 △주고쿠·시코쿠 △규슈 등 7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각 지방마다 몇 개의 현을 두고 그 밑으로 도시·마을·촌이 존재하는 구조이다.

만약 어느 한 마을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마을이 속한 현으로 보고되고, 현은 다시 중앙정부에 보고하도록 체계가 구성되어 있다. 이때 중앙정부는 협력 관계인 수도협회로 하여금 재난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각 현·도지사는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수도협회 소속 유틸리티사 직원들이다. 협회는 이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정부에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손쉽게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모든 이해당사자로 팀 구성해 파견

이러한 의사소통 형식, 즉 비상연락망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을수록 일의 효율성은 월등히 높아진다. 따라서 모든 지사에는 도시·마을·촌과 현을 연결하는 팀이 조직되어 있다. 여기에서 현은 사실상 지역사회에 해당하며, 협회는 이들과 협력하여 중앙정부에 보고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재난 지역에서는 우선 모든 이해당사자가 포함된 팀이 구성되며, 이들은 각종 정책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작은 규모의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정책이 결정되면 수도협회는 현과 도시에 지원을 요청하고 도시는 도울 만한 능력을 갖춘 직원들과 물 운반차를 재난 지역에 파견한다.

재난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해 당사자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등 전반적인 대응 구조는 유사하다. 협회는 다른 지역들이 재난 지역을 돕도록 요청하며, 이웃지역은 곧장 더 많은 물 운반차와 직원을 보내도록 규정되어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일본 전역에서 물 운반차와 직원을 급파하는 등 활동 범위는 사태에 따라 축소·확대되며 유연성을 가진다.

매뉴얼에 재난 복구비용 관련 할당 제시

한편, 많은 유틸리티사들이 재난 복구비용으로 골머리를 앓자 일본수도협회는 ‘JWWA 매뉴얼’에 실현 가능한 비용 할당을 명시했다. 비용의 유형은 크게 △노동 △파이프 △건설 △차량 및 기계 △음식 및 숙박시설 등 5가지로 분류되며, 이들 항목은 다시 재난 유틸리티와 지원 유틸리티도 구분된다.

우선 노동은 이른바 인건비로, 지원 유틸리티가 수당과 급여를 담당한다면 재난 유틸리티는 시간외수당, 위험수당 및 급여, 여행 경비 등의 항목을 부담한다. 또한 파이프, 조인트, 재료·노동·임대료 등을 포함한 건설비용 등 파이프 및 건설 분야는 재난 유틸리티가 부담하는 몫이다.

차량 및 기계 분야에서 지원 유틸리티는 감가상각비를, 재난 유틸리티는 연료, 수리, 임대료 등을 부담한다. 마지막으로 음식 및 숙박시설 분야에서 지원 유틸리티는 도시락과 같은 배달 음식, 침낭 및 텐트, 의류와 세탁 등을, 재난 유틸리티는 음식, 숙박비, 임시 가옥 등의 항목을 부담해야 한다.

 
올해부터 국가 방재 지원 훈련 실시

아울러 정부는 비상 물공급 및 재건에 소요된 비용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한다. 피해 도시의 경우 재난 발생 7일 후 비상 물공급에 쓰인 모든 비용을 100% 보조받을 수 있으며, 지원 도시는 50%의 보조금을 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재해 지역 복구에 소요되는 비용은 피해 입은 도시의 경우 재난 규모에 따라 50∼80%를 받을 수 있고, 지원 도시는 50%를 받는다. 그러나 해당 퍼센티지만큼 금액을 산정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한편, 일본은 올해부터 재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인 방재 지원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수도협회는 모든 유틸리티가 이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 중이며, 안착하기까지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 일본은 올해부터 재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인 방재 지원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수도협회는 모든 유틸리티가 이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 중이다. [사진제공 = 타카유키 사와이]

또한 내년 도쿄에서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5박 6일간 개최될 예정인 ‘2018 IWA 세계물회의 및 전시회’에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 만큼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해 물문제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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