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국·일본의 노후 상하수도시설 관리 및 방재 사례


“한국 iPVC관, 내구성 높아 장기적 활용 가능”

(APPIZ 상수도관)                                                              

기존 주철관·PVC관 부식·깨짐 현상 문제 해결…‘AWWA C900’ 인증 획득
아메리칸워터, PPI평화와 협력 지속…미국 등 세계 PVC 파이프시장 공략 계획


▲ 데이비드 휴스(David Hughes)
아메리칸워터(American Water)
Water Research Manager
 Part 02. 미국 노후 상하수도시설의 현안 및 관리방안

미국 수도관, 목재 파이프가 시초

미국 수도관의 역사는 무려 1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파이프 재료 또한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최초의 수도관은 1700년대 나무로 만든 버킷(Bucket) 형태로 전해지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수도관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등장한 목재 파이프다.

목재 파이프는 삼나무, 느릅나무, 사이프러스, 전나무, 참나무 등을 주재료로 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하지만 가볍다는 장점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큰 중력 방향 유동(Gravity flow)으로 낮은 압력에 사용하였던 것은 당시에는 두껍고 강한 파이프를 만드는 과학적 방법이 부족했던 탓에 이러한 형태의 관을 상당 기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된다. 1923년까지 목재 파이프의 광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1900년대 초반까지도 목재 파이프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철관 제조에 스핀 캐스트 사용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목재 파이프의 시대는 가고 철 파이프(Iron pipe)가 등장했다. 철 파이프는 1804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미국의 남북전쟁 이전부터 주조되기 시작하여 일부는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했다.

당시 철 파이프는 용해된 철을 수직의 모래 거푸집(Sand pit)에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1880년대까지 가장 지배적으로 사용되었다. 때에 따라서는 납(Pb) 또는 폐로프섬유인 오컴(Oakum)과 결합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파이프 두께(Pipe wall)를 얇게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과학 수준이 그만큼 발달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후 1920년대에는 스피닝(Spinning), 즉 돌려서 철을 주조할 수 있는 ‘스핀 캐스트(Spin Cast)’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모래 거푸집 역할을 한 스핀 캐스트는 공기의 잔류를 줄이고 철의 견고성을 높였다. 이전 방식으로 만들어진 철을 재료로 한 주철관보다 스핀 캐스트를 사용한 주철관이 약 0.07인치(2㎜) 가량 파이프 두께가 줄어들고 내구성은 향상됐다.

▲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등장한 목재 파이프(왼쪽)와 1920년∼1950년대에 철을 재료로 주조한‘스핀 캐스트(Spin Cast)’.

덕타일 주철관 등장…담금질 공정 활용

스핀 캐스트 주철관 다음으로 등장한 수도관은 ‘덕타일 주철관(Ductile iron pipe)’이다. 덕타일 주철관은 ‘담금질(Annealing)’이라는 대표적인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담금질은 금속 재료를 적당한 온도로 가열한 다음, 서서히 상온(常溫)으로 냉각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이는 마그네슘(Mg)을 첨가하고 담금질하여 굳힘으로써 재료의 내부 균열을 제거하고, 결정 입자를 구상화하여 전연성(展延性)을 높이는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덕타일 주철관은 스핀 캐스트(Spin Cast)에서 만들어진 주철관보다 두께가 얇고 가벼운 동시에 연성과 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동일한 6인치(15.24㎝)의 모래 거푸집과 스핀 캐스트에서 주조한 결과, 주철관은 1피트(약 12인치 또는 30.48㎝에 해당)당 무게가 약 24파운드, 두께가 11.2㎜가량인 반면, 덕타일 주철관은 1피트(30.48㎝)당 무게가 약 16파운드(7.26㎏), 두께는 6.4㎜ 정도로 나타났다.

또 덕타일 주철관의 주요 연결 부위에 ‘개스킷(Gasket)’을 사용하여 수돗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수밀성을 높였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수도용 송·배수관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파이프로 남아 있다.

철의 부식 방지하는 전기 방식법 권장

그러나 철을 주재료로 한 주철관은 외부의 화학적 작용에 의해 소모되는 ‘부식(Corrosion)’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주철관의 부식은 일반적으로 관이 산화되거나 박테리아 등에 노출되어 수도관 벽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 파이프 내부는 일반적으로 시멘트로 라이닝을 하거나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파이프 외부는 아연(Zn)이나 역청(Bitumen)으로 코팅하거나 폴리에틸렌(Polyethylene) 등으로 감싸는 방법 등이 자주 사용된다.

시공 단계에서는 철의 부식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인 ‘전기 방식법(Cathodic Protection)’이 권장된다. 부식은 철이 물 또는 흙 속에 용해되어 있는 염류 등의 전해질과 접촉할 때 양이온으로 변하면서 발생한다. 이에 전기 방식법은 철 구조물을 음극으로 하여 약한 전류를 흐르게 해 철 분자가 이온으로 되는 것을 막아 부식을 방지한다.

대안 재료로 시멘트·콘크리트 주목

파이프 내부의 시멘트 라이닝은 물이 연성(延性)이거나 경성(硬性)인 곳에서는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현장에서의 에폭시 라이닝(Epoxy lining)이 그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또 폴리에틸렌으로 파이프 외부를 감싸는 작업은 설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효과에 대한 입증이 확실치 않은 편이다. 실제로 폴리에틸렌 피복 자체가 시공 후 5년 만에 다 찢어진 사례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다수 밝혀진 바 있다. 전기 방식법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며, 소모된 양극(Anode)은 전기 전도도(Electric conductivity)를 필요로 한다.

이에 새로운 파이프 대안재료로 시멘트가 떠오르면서 시멘트와 철 및 강철을 혼합한 시멘트 콘크리트 파이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내부와 외부를 콘크리트로 감싸고 강철선을 넣어 압축 응력을 받도록 한 기존보다 내구성이 보강된 파이프로, PS 실린더(PS Cylinder)를 사용했다고 하여 PS 콘크리트 파이프로 불리기도 했다.

석면, 활용도 높으나 호흡기에 악영향

그러나 시멘트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부식 과정에서 시멘트가 박리되는 등 물리적인 결함이 발생했다. 시멘트는 기본적으로 염화물, 황산염, 박테리아, 경수(硬水) 등에 취약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문제는 시멘트 부식이 철 성분을 가진 모든 물질 및 파이프 전체의 부식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토목공사 등 주로 대규모로 매설되는 시멘트 콘크리트 파이프의 경우, 시멘트 부식이 한 번 일어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멘트 콘크리트 파이프의 일종인 AC파이프 또한 노후화된 파이프와의 연결 과정에서 파손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켜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새로운 소재인 석면을 주재료로 한 ‘석면 시멘트 파이프(Asbestos Cement Pipe)’가 등장했다. 석면은 내열성이 뛰어나고 산이나 알칼리에 강하며 절연성을 가진 광물질 중 하나로, 천정판·석면 슬레이트 등의 건축자재, 방화재, 보온재·단열재, 전기절연재 등 그 용도 범위가 넓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석면은 196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파이프 소재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나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발표가 전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됨에 따라 1970년대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 (왼쪽부터) 철 파이프(Iron pipe), 석면 시멘트 파이프(Asbestos Cement Pipe), 시멘트와 강철을 혼합한 콘크리트 파이프.

PVC 소재, 반복적 압력·마모에 취약

한편, 부식에 저항성을 가진 또 다른 파이프 재료로 플라스틱 중 ‘폴리염화비닐(PVC)’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 등장했다. PVC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중 하나로 PVC 파이프는 1930년대 독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1950년대에 미국에 도입, 성능이 향상되면서 1980년대에는 상용화되기에 이르렀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경우, 1950년대에 개발되어 1959년 이를 활용한 HDPE 파이프가 처음으로 설치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급수 본관(Water main)에 주로 사용됐으며, 점차 성능이 향상되어 현재는 비굴착 기술(Trenchless technology)의 흔한 선택지로 쓰이고 있다. 주로 긴 거리에 걸쳐 연결이 이뤄지는 고속도로 등에 설치되고 있으며, 지진 등에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플라스틱 파이프는 대개 반복되는 압력에 약화되기 쉽고 마모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덕타일 주철관만큼 강하지 않으며,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베딩(bedding) 작업이 필수적이어서 번거롭다.

PVC 파이프의 경우 파이프의 휨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를 따라 메우기 작업(backfill)이 별도로 요구되며, 폴리에틸렌(PE) 파이프는 온도에 따라 탄성이 매우 달라지고 특정 화학물질에는 취약성을 보여 실용성이 떨어진다.

▲ PVC 파이프(왼쪽)는 1930년대 독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1950년대에 미국에 도입, 성능이 향상되면서 1980년대에는 상용화되기에 이르렀고,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의 경우, 1950년대에 만들어져 1959년 이를 활용한 HDPE 파이프(오른쪽)가 처음으로 설치됐다.

국내 iPVC관, 테스트서 성능 인정

이후 플라스틱 파이프의 내구성을 높이고자 압출가공(Extrusion)을 활용한 ‘PVC-O’ 파이프가 출시됐다. PVC 파이프에 비해 ‘PVC-O’ 파이프는 두께는 얇고, 무게는 가벼우며 기존보다 파이프의 유연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파이프의 부식 측면에 있어, 두께를 줄이고 무게만 감소시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PVC 파이프 제조업체인 PPI평화가 개발한 ‘iPVC관(한국제품명; APPIZ 상수도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는 기존 PVC 파이프의 두께를 유지하고 내구성과 유연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세로 방향(longitudinal)의 충격에 약했던 주요 취약점을 해결해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히 수출되고 있는 파이프 중 하나다.

이에 아메리칸워터(American Water)는 PPI평화와 PVC 수도관 공급 계약 및 미국 전역에 공동마케팅을 하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했으며, 물연구재단(WRF)과 iPVC관(APPIZ 상수도관)의 내충격성 등 물리적 특성을 알아보고자 △인장강도 △내수압 파괴시험 △충격 △내구성 △베딩 및 강도 △현장 설치 등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현재 PPI평화와 APPIZ(아피즈) 이음관에 대한 공동개발을 완료했다.

▲ iPVC관(APPIZ 상수도관)은 미국수도협회(AWWA)의 인증기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소재를 바탕으로 ‘AWWA C900’인증을 취득, 파이프의 장기 내구성 및 연성의 우수성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사진은 포크레인을 이용한 iPVC관의 충격강도시험 장면.

지속 가능성 높여 세계시장 공략 기대

 100년 내구성에 해당하는 200만 번 이상 서지(surge)시킨 후 12피트(약 3.66m) 높이에서 떨어뜨린 충격 테스트 결과 추의 무게가 100파운드(약 45.4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패인 정도의 표시밖에 나지 않아 타 수도관에 비해 탄력성(회복력)이 강하고 월등한 내충격성이 입증됐다.

내수압 파괴시험 테스트에서는 파이프 압력에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파열에 있어 극한 파괴압력 및 시간이 도출됐으며, iPVC관의 파열 유형은 비정형적으로, 일자형으로 깨지는 기존의 파이프와 다른 현상을 보였으며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또 강도 테스트 결과 강도가 증가해도 파이프 벽에 금이 가지 않았으며 굴절 정도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일반 PVC관의 경우 40만psi(2만7천218atm)가 최고 압력 부하로 알려져 있으나, iPVC관(APPIZ 상수도관)의 경우 46만1천psi(3만1천369atm)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내구성 및 베딩 테스트에서도 일관된 내구성을 보여 장기적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iPVC관(APPIZ 상수도관)은 미국수도협회(AWWA)의 인증기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소재를 바탕으로 ‘AWWA C900’ 인증을 취득, 파이프의 장기 내구성 및 연성, 인장강도, 충격강도, 장기 내수압의 우수성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현재 iPVC관(APPIZ 상수도관)은 미주리, 뉴저지 등 도로 및 평야에 대규모로 매설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아메리칸워터는 한국의 PPI평화가 개발한 iPVC관(APPIZ 상수도관)을 미국 전역에 공동마케팅을 하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28일 세인트루이스 현장에서 iPVC관(APPIZ 상수도관) 8인치(200㎜) 송수라인을 시공하는 모습.

아메리칸워터는 PPI평화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미국수도협회(AWWA)로부터 iPVC관(APPIZ 상수도관)에 대한 완료된 최종 보고서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상수도관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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