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우리나라 물관리체계 개편 필요성


“차기 정부서 「물관리기본법」 제정 필요”

박근혜 정부 물정책 평가 5점 만점에 1.55점…지난 정부와 비슷한 기조 유지
물개혁포럼 설문 결과, ‘「물관리기본법」 제정 중요하다’는 응답 가장 많아
‘10대 차기정부 핵심 물 분야 정책 과제’ 발표…수돗물 신뢰 회복 등 선정


▲ 송 미 영경기연구원 연구위원
 Part 01.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물정책 과제

4대강 사업, 제19대 국회 최대 이슈

지난 제19대 국회의 가장 큰 이슈는 4대강 사업의 평가와 합리적 사후관리였다. 4대강 재창출·재자연화 논란과 대규모 국가 물관리로 인한 물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4대강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거론되어온 물관리 일원화, 수질·수량 통합 관리에 대한 논의 역시 이어졌다.

물관리체계의 개편을 통해 유역별 물관리체계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수리권·댐 용수 사용 등을 둘러싸고 심화된 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물산업 육성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도 꾸준히 진행됐다.

역대 국회에서 꾸준히 논의된 바와 같이 제19대 국회에서도 「물관리기본법」 제정 논의는 빠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 방향과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각 부처 간 물관리 업무를 조정하기 위한 대안으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약 20년 동안 9차례에 걸쳐 「물관리기본법(안)」이 발의되어 왔다. 그러나 부처 간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법안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물정책 평가, 5점 만점에 1.55점

▲ 전문가와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 녹조, 물 갈등 등 문제가 많았던 지난 정부에 대한 반성과 해결이 부족하고,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새로운 물정책 비전 역시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와 시민 등은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 녹조, 물 갈등 등 문제가 많았던 지난 정부에 대한 반성과 해결이 부족하고,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새로운 물정책 비전 역시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세계 물포럼 등 각종 물 관련 행사는 단순히 대규모 이벤트 유치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50조 원의 매출과 2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착공한 물산업클러스터의 실효성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박근혜 정부의 물환경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결과 5점 만점에 1.55점 수준으로 낮은 점수가 나왔다. 녹조문제 심각화와 물 갈등 심화, 4대강 후속사업 지속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물정책 협의회를 구성하고 정례화했으며, 2015년 9월에는 총리실 산하의 물관리협의회를 열어 수자원 정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물복지 확대해 지역·계층간 격차 해소

물개혁포럼은 물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실무자, 정책담당자 등이 정부 또는 국회가 바뀔 때마다 물관리 정책에 도움이 되고 주축이 될 만한 역할을 하고자 자의적으로 구성한 모임으로 그동안 물관리 분야에 있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간 물개혁포럼은 △중복되는 물관리 계획·예산·사업의 개선 △공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한 물관리 효율성 제고 △물관리 재원조달 체계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물관리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유역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물관리에 있어 지방과 중앙정부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지역과 계층 간의 물 서비스 격차 문제는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개혁포럼은 물순환과 물환경 보전을 통한 물복지 확대로 격차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심화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홍수·가뭄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물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실질적인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을 즐길 권리도 물복지에 포함

특히 환경복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물복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2018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급수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상수도 보급을 확대하는 등 물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개혁포럼에서는 ‘물을 이용할 권리’, ‘물을 마실 권리’에 국한되던 기존 물복지 권리에 ‘물을 즐길 권리’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해왔다.

물개혁포럼은 물복지의 목표와 추진전략을 기본적으로 △물순환 △기후변화 대응 △자연과 인간의 공생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이에 따라 건전한 물순환을 회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자연과 인간이 나눌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이 물복지가 추구해야 할 기본 목표라고 보고 있다.

목표에 따른 추진전략으로는 △물관리체계 개편과 「물관리기본법」 제정 △4대강 사업의 평가와 개선 △물갈등 해소와 물 거버넌스 구축 △물 격차 해소와 물복지 실현 △물 재난에 강한 물순환 사회 조성 등 5가지를 설정하였다.

리스크 대응 위한 ‘플랜B’ 부재 우려

지난 2016년 물개혁포럼은 물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고자 물관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대상자는 물 관련 분야의 연구자, 시민 활동가, 일반 시민 등이며, 별도로 한강 유역, 금강 유역, 낙동강 유역, 영산·섬진강 유역 등 유역별 설문도 함께 진행했다. 

설문의 응답 내용을 토대로 물관리 주요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가장 심각한 물문제는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물문제 △물안보 △‘플랜B’가 없는 물정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이라면 적응, 리스크 분산, 수요관리를 포괄하는 ‘플랜B’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유역에서의 물관리 쟁점은 유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강 유역에서는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았으며 이어서 △녹조 등 수질오염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수해의 빈발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금강 유역, 낙동강 유역, 영산·섬진강 유역의 경우 공통적으로 녹조 등 수질오염을 가장 심각한 물문제라고 응답했다. 금강유역에서는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수해의 빈발 △주민참여 없는 행정 중심 물·하천 관리를, 낙동강 유역에서는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 △주민참여 없는 행정 중심 물·하천 관리를, 영산·섬진강 유역은 △주민참여 없는 행정 중심 물·하천 관리 △강·하구의 물환경 및 생태계 악화를 심각한 물문제로 꼽았다. 

 
박근혜 정부 물정책 평가 낙제점

향후 물관리 여건은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향후 물관리 여건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는 응답이 74.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나아진다’는 응답은 7.3%에 불과했다. 유역별로는 ‘어려워진다’는 응답이 한강 유역에서 75.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른 유역에서 역시 60∼70%를 웃돌았다.

박근혜 정부 물관리 정책 평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2.4%를 차지했으며, ‘잘 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해 정부의 물관리 정책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질문에 유역별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으나 ‘잘 못한다’는 응답이 한강 67.4%, 낙동강 73.3%, 금강 60.7%, 영산·섬진강 88.8%으로 나타나는 등 박근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소통의 부재와 더불어 지난 정부의 물관리 정책 문제에 대한 반성 부족에 따른 국민의 불신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분석된다.

 
「물관리기본법」 제정 무엇보다 시급
 
주요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물 관련 계획의 통·폐합, 물관리 행정체계 개편이 각각 13%, 유역 거버넌스의 구축이 12%, 물관리 재정 건전성 확보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9%, 물 관련 규제의 개선과 통합, 수리권의 정립이 각각 6%, 물 자치권 확보가 4%, 물 갈등의 해소가 2% 순으로 조사됐다.

4대강과 물환경 개선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4대강 사업의 과학적 재평가(37.1%),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대형 보 개방(24.7%), 도랑 및 실개천 정비(7.9%), 4대강 녹조문제 해결 우선 추진(7.3%), 도시하천 수생태계 복원(5.6%), 하구둑 개방 및 해수유통(5.1%), 유역 전체의 관점에서 치수(5.1%), 상수원에 유해화학물질 원천차단(3.4%), 주민참여형 하천 관리(2.8%) 순으로 응답했다.

 
건강한 수돗물 정책 분야에서는 상수원 보호와 원수 수질개선(34.8%), 물 기본권 보장(19.7%), 노후관로의 개량과 옥내 배관 투자 지원확대(15.2%), 물이용부담금제도 등 개선(10.1%), 도농 간 수돗물 공급 형평성 제고(5.6%), 물 수요관리 추진(5.1%), 지자체 물자급률 향상(3.4%), 수도요금체계 개편(2.8%), 물산업 해외진출 지원(1.7%), 페트병 등 폐기물 발생 억제(1.7%) 등이 제안되었다.

 
물순환과 수생태 건강성 회복에 대해서는 지표면 투수성 확대 및 보전을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25.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도심 내 숲 보전(17.4%), 물순환 회복과 지하수 보전(16.9%), 하천 생태연속성 확보(15.2%), 빗물 이용 확대(11.2%), 공급 중심 수자원 정책 전환(6.2%), 복개하천의 복원(5.1%) 순으로 조사됐다.

 
10대 핵심 물분야 정책과제 발표

물개혁포럼의 기존 과제와 설문 결과를 종합하여 선정한 ‘10대 차기정부 핵심 물분야 정책 과제’는 △「물관리기본법」 제정 △상수원 보호와 원수의 수질 개선으로 수돗물 신뢰 회복 △4대강 사업에 대한 과학적 재평가 추진 △지표면 투수성 확대 및 보전으로 물순환 건전화 △노후관로의 개량과 옥내 배관 투자·지원 확대 △물 공공성 확보·국민들의 물 기본권 보장 및 수돗물 공급 공공 책임관리 △하천의 생태연속성 확보와 하천의 종횡적 흐름 및 생물의 종횡 이동로 확보 △물순환 회복과 지하수 보전으로 가뭄 예방과 하천 건천화 방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대형 보 개방 추진 △물관리 행정체계의 개편 등이 꼽혔다.

 
선정된 10개의 과제를 바탕으로 질문 10가지를 만들어 다가오는 19대 대선 예비후보자 캠프 7곳에 질문지를 발송하고 대선 후보들의 향후 물관리정책 계획을 물었다. 질문은 △물관리 위험도와 갈등 심화 해소 대안은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의 사후조치나 보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 △물관리 조직과 업무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물관리 업무에서 지방이양과 시민사회 참여 확대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은가 등으로, 물 갈등을 넘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예상되는 투자의 비효율성 극복 방향을 물었다.

또 △수돗물 불신 등 수도정책의 신뢰도 개선 대안은 무엇인가 △부족한 물관리 재원 확보와 관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남북공유하천 등 남북 간의 물관리 협력에 대한 정책 대안이 있는가 △물 서비스의 지역계층 간의 격차해소 방안이 있는가 △지역적인 물문제 인식이나 정책 대안이 있는가 등 다양한 물관리 이슈에 대한 인지도를 확인하고, 체감형 물정책의 수준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질문도 함께 물었다.

 
차기 정부에 「물관리기본법」 제정 기대

현재까지 총 4개의 캠프에서 답변을 받은 상태로, 차기 정부에는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하는 정책 △국민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정책 △국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정책 등의 기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제19대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물 거버넌스와 「물관리기본법」의 정착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앞서 제시된 △기후변화와 가뭄·홍수에 대응 △생태 회복 수질개선 △비용 절감 △지역 재생 △삶의 질 향상 등의 여러 가지 목표를 꾸준히 공유하여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차기 정부는 지금까지의 물 관련 갈등을 넘어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물의 이용 및 보전을 조화시키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논의를 통해 차기 정부의 물정책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활발한 소통과 정치 신뢰 회복의 노력이 필요하다.

▲ 차기 정부에서는 지금까지의 물 관련 갈등을 넘어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물의 이용 및 보전을 조화시키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진은 북한강 전경.

[『워터저널』 2017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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