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집②]  Ⅰ.「물산업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물산업진흥법」 제정 필요성 강도 높게 제기”

물기업 연평균 매출액 44억원으로 영세…법 제정 통한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 절실
국내 물기술, 세계 첨단기술의 70∼85% 수준…체계적 지원 있다면 점유율 신장 기대

 

▲ 최 승 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Part 01. 대한민국 물산업 현황과 육성방안

물산업, 국민 복지에 영향력 지대

물의 공공재·필수재적인 성격 때문에 ‘산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나, 물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범주가 훨씬 넓다. 최근 강의 녹조 문제가 커다란 환경 이슈로 떠오르면서 녹조로 오염된 물을 정화해 효과적으로 식수를 생산하는 방안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조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시설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오존, 활성탄 등 고도정수처리 장비·설비를 활용해야 안전한 식수 생산이 가능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장비를 비롯해 제작·설계·시공·컨설팅 등에 이르는 모든 활동이 모두 물산업의 범주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관련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누수가 발생해 점검과 수리가 필요한 경우 요구되는 원격 누수감지·분석 시스템, 관 내시경 탐사, 부단수관로 진단 등의 서비스를 비롯해 상하수도의 유지와 개선에 요구되는 모든 활동이 물산업에 포함된다. 이처럼 물산업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복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필수 불가결한 산업이다.

▲ 남극과 북극의 해빙 속도는 지난 2년간 2배로 증가했으며, 특히 학자들은 여름철 북극을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들이 5∼32년 후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슈퍼엘니뇨, 일부 국가서 식량난 초래

기후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지구상의 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물산업은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가 2009년 발표한 ‘IPCC 4차 평가보고서 실무그룹 Ⅰ∼Ⅲ 기술요약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 추정치는 1850년∼1899년에서 2001년∼2005년까지 총 0.76℃(오차범위 ±0.1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상태로 적어도 3개월 이상 유지되는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호주 북동부,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가뭄이 발생했으며,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 국가에서는 폭우·홍수 등 기상재해가 빈발했다.

인도네시아, 중남미·카브리해 지역, 과테말라 등지에서는 가뭄이 장기화됨에 따라 쌀 등 농작물의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어 식량난에 빠졌다. 이에 더해 수많은 가축이 폐사했으며 산불이 빈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로 생활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물 대체재 없으나 대응 연구·투자 미흡

기후변화 시대에 인류에게 가장 부족한 세 가지는 식량(Food)·에너지(Energy)·물(Water)이다. 이 중 식량과 에너지는 소진될 때를 대비해 끊임없이 대체재를 모색하려는 연구 및 시범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반면, 물은 식량과 에너지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동시에 대체가 불가능한 필수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나 투자 수준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물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세계자원학회(WRI)는 ‘전 세계 물 스트레스 비교’ 자료에서 물부족 지수를 0부터 5까지 총 5단계로 분류한 결과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미국 서부, 호주 등이 극도 위험 지역으로 나타나 전 대륙이 물부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임을 경고했다.

▲ 세계자원학회(WRI)는 ‘전 세계 물 스트레스 비교’자료에서 물부족 지수를 0부터 5까지 총 5단계로 분류한 결과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미국 서부, 호주 등이 극도 위험 지역으로 나타나 전 대륙이 물부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임을 경고했다.

지난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들이 치명적인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안전하고 충분한 상수도의 공급과 위생적인 하수도 서비스를 통해 전염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예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인프라 기반의 취약성과 노후화 시설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시장 개척 통해 저성장 극복해야

지난 10월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2.6∼2.7%에 머물러 있는 저성장 상태로, 2017년까지도 이 기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기 민간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산업이었던 해운·조선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건설 분야의 해외 프로젝트에서조차 적자를 보이는 등 국내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신제품 개발을 통한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환경시장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환경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로 중요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가 제시한 ‘EBI(Environmental Business International) 2013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환경시장은 2013년 기준 약 9천240억 달러 규모에서 점차 상승세에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1조1천610억 달러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물기술, 첨단기술 70∼85% 수준

물시장은 환경시장 내에서도 주력을 이루고 있는 산업으로 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GWI는 세계 수처리·관망 시장은 약 5천800억 달러, 관련 장비나 서비스를 포함한 물관리 시장은 7천200억 달러, 물을 직접 다루는 시장은 2조8천억 달러, 물과 관련된 모든 경제 활동을 포함한 시장은 약 7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 상하수도 시장은 2014년 기준 5천650억 달러에서 2025년까지 8천650억 달러로 연평균 4.3%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속 확대될 전망으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물산업 육성방안 및 관련 인프라 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물산업 기술은 세계 첨단기술의 약 70∼85% 수준에 달해 이를 활용한 상업화가 매우 가능성 있다고 점쳐진다. 이에 연구 개발 및 시장 개척에 대한 체계적·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물시장 점유율이 신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 영국 GWI는 세계 수처리·관망 시장은 약 5천800억 달러, 관련 장비나 서비스를 포함한 물관리 시장은 7천200억 달러, 물을 직접 다루는 시장은 2조8천억 달러, 물과 관련된 모든 경제 활동을 포함한 시장은 약 7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베올리아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스리랑카 Lakdiyatha Passikudah 폐수처리시설.

물산업 활성화로 국민 복지 실현 기대

지난 2009년 강원도 정선·영월·태백권은 극심한 가뭄으로 유수율 33.37%를 기록, 제한급수를 시행할 정도로 심각한 물부족으로 고통받았다. 이에 구체적인 계획 아래 관망 정비, 누수탐지 등의 정비사업을 추진한 결과, 2015년도에는 유수율이 94%까지 향상되는 쾌거를 이뤘다. 매년 누수 해결로 연간 1천90만㎥ 가량의 누수량을 절감했으며 수돗물 생산비용으로 총 124억 원의 예산을 줄였다.

 
 
이처럼 물산업이 활성화되면 각종 수도요금 절감뿐만 아니라 △누수방지를 통한 안전한 수돗물 공급 △관망 정비를 통한 하수도 악취 해소 △지반침하·씽크홀 피해 예방 등의 효과를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물복지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수출이 증대될 경우 일자리 창출 등 물산업이 국가 경제발전의 한 축을 이룰 수 있으며, 누수방지로 인한 에너지 절약은 물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해외 물부족 국가에서 관련 프로젝트 수행 시 국격을 제고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싱가포르, 물산업 육성 지원금 2배 확대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물산업 육성에 따른 이점을 파악해 물산업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물산업 지원 방침 아래 작년 기준 5억 달러 수준이었던 지원금을 10억7천만 달러 가량으로 확대하고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클러스터를 조성해 각지에 테스트베드(Test-bed)를 구축 중이며, 이를 세계로 홍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강소국인 네덜란드는 워터 캠퍼스를 과학화·산업화함으로써 글로벌 물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제1의 물기업으로 꼽히는 베올리아(Veolia), 수에즈(Suez) 등이 자리한 물산업 강국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클러스터를 조성·연결해 운영 중이며, 연구개발(R&D) 사업을 바탕으로 운영 및 파이낸싱을 통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환경청(EPA)이 주도적으로 ‘EPA 클러스터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물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물클러스터 개발에 관한 지식·경험 공유 △기술 혁신 및 연구 협력 △물기술 수요 공유 등을 골자로 한 워터 파트너십(Water Partnership)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산업 육성책, 구체적 실행방안 부재

국내에서도 물산업 육성을 국가 정책화하려는 시기가 있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물산업이 본래 비중이 큰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물산업에 대한 정책상황을 점검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산업자원부 및 건설교통부와 공동으로 ‘물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여 국무회의에 보고했으며, 국무회의를 통해 물산업 육성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정립했다.

 
이후 ‘물산업 강국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물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이 마련되어 △10년 내 20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육성 △글로벌 수준의 스타 기업군 육성 등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상하수도 서비스업의 구조개편 추진 △상하수도 인프라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핵심기술 고도화·우수인력 양성·수출역량 강화 △먹는 물의 세계적 브랜드 육성 등이 중점 과제로 설정됐다. 또한 상하수도 서비스 공급과 관리·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규모화와 경쟁을 통한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키로 했다.

2010년에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물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지역별 맞춤형 전략 △패키지형 해외진출 △해외투자 지원 △민간·정부간 협력 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 ‘물산업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단순히 정책과 목표에만 불과할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만 남겼다.

국내 물기업 영세…정부 연구지원 필요

현재 국내 물기업은 매우 영세한 형편이다. 물산업은 크게 △제조업 △건설·시공업 △운영업 △설계·컨설팅업 등 분야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및 생산기업 리스트’에 물과 관련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 환경부의 ‘2015년 물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당 근무자 수는 약 14.7명, 평균 매출액은 44억5천800만 원 가량으로 24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적 기업인 베올리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또 환경부의 ‘2015년 물산업 통계’에 따르면 한 제조업체 당 근무자 수는 약 14.7명, 평균 매출액은 44억5천800만 원 가량으로, 24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적 기업인 베올리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가장 높아야 할 컨설팅 업계는 1인당 연평균 매출이 6천만 원에 불과해 가장 영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환경부에 고작 2천683억 원만 할당했다. 이는 총 R&D 예산의 겨우 2.08%에 불과한 수준으로 세부 항목에 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게다가 내년 R&D 예산안 또한 올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산업진흥법」 제정 선결과제로 부상

전 세계적으로 물산업이 ‘블루골드(Blue gold)’산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내실 있는 물산업 육성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물산업을 진정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문화된 「물산업진흥법」 제정이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한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물산업은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부처간 이기주의, 민영화 논란, 물산업 관련 예산 분산, 정부의 물산업 담당부서 신설·폐지 반복 등이 물산업 육성의 속도를 늦춘 주원인으로 분석되며, 물산업은 범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중대 국가 과제인 만큼 관련 부처들도 물산업 정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전 세계가 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는 지금이 물산업 육성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판단된다. 「물산업진흥법」 제정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물산업진흥법」 제정안이 올해 안으로 통과되어야만 한다.  

[『워터저널』 2016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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