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환경정책 수립 시 비용편익분석 적극 도입 필요”

환경정책 수립 초기인 1980년대에는 오염 극심해 비용보다 편익 커 분석 불필요
환경·사회적 영향 관련 비정성적 분석도 부재…경제성 분석 전무 국가자원 낭비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주요 환경정책의 비용편익분석 필요

주요 환경정책, 경제성 분석 필수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는 그 정책수단의 환경성, 기술성, 경제성의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성이란 정책의 해당 환경문제 해결 목표 달성수준이고, 기술성이란  정책 시행의 기술적인 가능성이며, 경제성이란 경제적 효율성으로 정책 시행에 필요한 비용과 정책목표 달성 시에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이다.

지금까지 환경정책의 수립과정에서는 환경성과 기술성이 주된 분석의 대상이었고, 경제성 분석의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환경문제는 자원 사용의 비효율성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환경경제학의 핵심적인 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경제성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환경정책 수립 과정 및 결과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분석이 없는 환경정책은 환경문제 해결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국가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외국 환경정책의 비용편익 분석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환경정책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환경정책 수립에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한 가지 사례로 미국의 경우에는 1983년의 ‘규제영향분석시행지침’, 2000년의 ‘경제성분석지침’, 2008년의 ‘개정경제성분석지침’을 제정하여 환경정책의 수립시행에 따른 비용과 편익의 분석을 반드시 수행하고 이를 환경정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개정경제성분석지침’의 주요 내용은 경제성 분석을 강제하는 행정명령과 법률 등을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정명령으로는 △규제의 계획 및 검토(행정명령 12866호) △소수민족 및 저소득층에 대한 환경정의 구현을 위한 연방정부의 조치(12898호) 등이 있고, 법률로는 1980년의 「규제신축성법」 등이 있다.
한편, 환경규제에 대한 경제성 분석 사례로는 △건설·개발산업에 대한 방류수 수질지침과 기준에 대한 경제성 분석(2009) △음용수 중 납 제거의 경제성 분석(1986) △음용수 중 비소 제거의 경제성 분석(2000) △세차장 방류수수질기준의 경제성 분석(2000) 등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 2-메톡시에탄올의 규제와 관련된 비용편익분석, 위기생물종관리와 관련된 비용편익 분석의 사례들이 있고, 호주의 경우에는 환경정책 등의 비용편익 분석을 위해 △비용편익분석편람(2006) △최선규제편람(2007)을 제정하여 모든 정책의 수립·시행에 비용편익 분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비용편익 분석 없이 환경정책 수립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수립과정에서 비용편익분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비용편익분석을 한 경우에도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그 결과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저수용량 1㎥당 100만 원이고, 유지관리비는 연간 1㎥당 6천 원으로 나타났으며, 편익과 비용의 비율은 0.2∼0.5의 범위로 나타났다. 이는 100원을 빗물이용시설에 투자하여 20∼50원의 편익을 얻는다는 것으로, 50∼80원의 재원이 낭비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빗물이용시설’이란 건축물의 지붕면 등에 내린 빗물을 모아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시설이라고 규정한다. 또 ‘물의 재이용’이란 빗물, 오수(汚水), 하·폐수 처리수를 물재이용 시설을 이용하여 처리하고, 그 처리된 물을 생활, 공업, 농업, 조경, 하천 유지 등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8조에서는 이러한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 의무와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공공청사, 공동주택, 학교, 골프장 및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대규모점포를 신축하려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환경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경우 총 소요비용, 경제적·환경적·사회적인 편익 등을 모두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법률의 규정에 의해 그 설치가 강제되고 있는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는 비용편익분석 결과만을 기준으로 할 때는 시행되어서는 안 되는 환경정책이다.

물론 어떤 정책의 수립, 시행이 화폐단위로 표현된 비용편익분석의 결과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편익에는 화폐단위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적·사회적인 편익 등도 있다. 그러나 위의 ‘빗물이용시설’의 예에서는 정책결정의 기본자료가 되는 환경적·사회적 편익 등에 대한 어떤 분석도 없으며, 비용편익분석 결과도 정책결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 연구결과에 의하면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저수용량 1㎥당 100만 원이고, 유지관리비는 연간 1㎥당 6천 원으로 나타났으며, 편익과 비용의 비율은 0.2∼0.5의 범위로 나타났다. 이는 100원을 빗물이용시설에 투자하여 20∼50원의 편익을 얻는다는 것으로, 50∼80원의 재원이 낭비된다는 것을 뜻한다.

보스턴시, 비용편익비율 11대 1 달해

1986년 미국 환경청은 음용수수질기준 항목 중 납의 농도를 50㎍/L에서 20㎍/L로 낮추면서 그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분석에서 음용수 중 납의 농도를 낮춤으로써 얻는 주요 편익 항목을 어린이 건강 편익 및 어른 건강 편익으로 하고, 당시 미국 전역의 수돗물 공급인구 중 4천200만 명이 납 농도 50㎍/L 이상인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주요 비용항목은 음용수 중 납 농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 정수처리공정의 도입, 상수도시설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약품 사용 등이었다. 이와 같은 항목에 대한 편익은 어린이 건강보호 편익 1억880만 달러, 어른 건강보호 편익 2억9천190만 달러, 수도시설 부식방지 편익 5억2천530만 달러 등 총 9억2천600만 달러였고, 총비용은 2억3천만 달러였다. 이는 곧 편익과 비용의 비율이 4 : 1이라는 것을 말한다.

같은 시기에 미국 보스턴시는 납의 음용수수질기준을 50㎍/L에서 10㎍/L로 낮출 경우의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하였다. 보스턴시는 부식성이 매우 강한 상수원수를 사용하고 있었고, 납으로 된 상수도관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시는 음용수 중의 납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물의 수소이온농도(pH)를 높이고 상수도 시설 전체의 수산화나트륨 농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양수장을 건설하였다.

이로 인해 정수처리 비용은 연간 70만 달러가 소요됐으며, 그로 인한 편익은 건강편익 690만 달러와 상수도시설 부식방지 편익 95만 달러 등 총 785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편익과 비용의 비율이 11 : 1이라는 것을 뜻한다.

해결비용, 피해액보다 반드시 작아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정책 검토의 첫 단계는 비용편익분석이다. 이러한 편익에는 사람의 건강과 재산의 보호, 생태계의 보호 등으로 인한 모든 편익이 포함되어야 한다. 비용에는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정부와 기업, 가계가 부담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환경정책의 수립과 결정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어떤 환경정책이 해당 환경문제를 100% 해결할 수 있는 경우라도 그 문제해결을 위한 비용이 환경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액보다 크다면 그 정책은 심각한 재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수립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을 시행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환경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환경성이나 사회성 등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의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수로 사용되고 있는 팔당호의 수질지표 중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목표수질을 1.0㎎/L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정부는 이중삼중의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비점오염원 등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팔당호의 BOD 목표수질인 ‘1.0㎎/L’ 설정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환경적·사회적 편익 등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마저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팔당호의 BOD 목표수질은 그 설정의 타당성 분석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수립이라는 것을 뜻한다.

가정해서, 팔당호의 BOD 목표수질을 설정하는 데 있어 비용편익분석과 환경적·사회적 편익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2∼3㎎/L의 수준에서 결정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현재의 팔당호 수질개선 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정책수립 시 비용편익분석 제도화

▲ 상수원보호구역이나 특별대책지역지정과 같은 환경정책은 1980년대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지금은 전혀 적합하지 않은 환경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북한강 상류 전경.

이제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수립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을 제도화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에서 시작된 산업화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 초에 이르러 환경오염이 극에 달했을 때가 돼서야 본격적인 환경정책이 수립·시행되었다. 당시에는 환경정책 수립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이 필요 없을 만큼 환경오염이 극심한 수준으로, 다시 말하면 1980년대 초기의 환경정책은 비용에 비해 편익이 컸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980년대의 환경정책은 물론, 새로운 환경정책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수원보호구역이나 특별대책지역지정과 같은 환경정책은 1980년대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지금은 전혀 적합하지 않은 환경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환경정책들에 대해서는 비용편익분석뿐만 아니라 환경적·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비정성적인 분석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환경정책 수립에 있어 비용편익분석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환경정책의 비용편익분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모든 환경정책 결정에 비용편익분석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제도화했다. 

[『워터저널』 2016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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