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가정용 정수기로 오염물질이 제거될까?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UNEP 한국위원회 이사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가정용 정수기의 보급은 해마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음용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은 염소냄새가 나고 꺼림칙해서 정수기를 구입(임대)했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매일 마시는 물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와 염소냄새의 불쾌감이 정수기 보급의 가장 큰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또 THM(트리할로메탄)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수돗물 속에 함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정수기 사용의 이유로 지목된다. 물탱크와 주택 및 연립주택, 오래된 아파트의  수도관의 부실한 관리로 발생하는 녹물에 대한 불쾌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수기를 이용하는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상수원의 녹조현상과 장마철이면 볼 수 있는 폐기물 오염현상 등을 통해 정수처리에 대한 신뢰를 잃고,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로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정수기 물은 냉·온수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음식점이나 회사에서 선호되고 있다.

정수기는 정수원리 및 방식에 따라 일반적으로 △자연여과식 △필터여과식 △이온교환수지식 △역삼투압식 정수기로 분류할 수 있다. 자연여과식 정수기는 중력에 의해 원수를 필터에 통과시켜 정수하는 반면, 필터여과식 정수기는 수압에 의해 물을 필터에 통과시켜 정수하는 방식으로 활성탄(Activated Carbon)필터, 정밀여과(MF)필터, 한외여과(UF)필터 등을 사용한다.

이온교환수지식 정수기는 이온교환수지가 물속의 이온성 물질을 치환하여 제거함으로써 정수하는 방식이며, 역삼투압식 정수기는 원수에 압력을 가해 역삼투막(Reverse Osmosis Membrane)을 통과시켜 정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수기의 종류도 많지만 그 형식은 크게 급수관에 직결하는 형식과 급수전에 직결하는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활성탄만 채운 것과 활성탄과 중공사막 등의 막을 결합한 형식이 있다. 사용하는 활성탄의 종류는 매우 많고 제거 성능도 천차만별이지만, 활성탄의 양이 많을수록 사용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정수기협회는 정수기의 심사기준을 책정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것만 승인하고 있다. 제조업자와 기구의 형식, 명칭을 비롯하여 제거대상 물질과 제거성능, 여과유량, 능력 등의 표시를 의무화하고 재료, 재질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 소정 시험법에 의해 제거대상 물질의 시험성적 등 여러 항목에 걸쳐 심사하고 있다.

정수기에서 위생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활성탄이다. 활성탄을 사용해 잔류염소가 제거되기 때문에 소독효과는 있지만, 제때 교체하지 않을 경우 활성탄에 증식한 세균이 물속으로 유출될 수 있다. 막을 사용한 형식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정수기의 보수·관리는 소비자 스스로 하게 되기 때문에 카트리지의 교환 등 적정한 유지관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심사기준인 제거대상물질의 제거율은 잔류염소, 탁도, 세균류로 대장균군과 THM, 유해화학물질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그러나 정수기 성능 검증 시 유리잔류염소는 유입수 농도 2.0㎎/L 기준으로 △500L 초과 시 90% 제거 △500L 이하 시에는 80% 제거율을 나타내야 한다.

이외에도 △색도(500L 초과 시 80%, 500L 이하 시 70%) △탁도(500L 초과 시 90%, 500L 이하 시 80%) △클로로포름(80%) △경도(70%) △질산성 질소(70%) 성분 등은 제거율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500L를 기준으로 70∼90% 제거율을 나타내야 한다. 시험항목별 제거율 기준에 맞지 않는 정수기는 판매하거나 영업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며 이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정수기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꼼꼼히 체크하여 깨끗한 물이 아닌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정수기를 관리하는 관계부처는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와 감독이 요구된다. 

[『워터저널』 2016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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