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집 ➊  Part 03. 「물관리기본법」추진 방향

 

“수자원 총량 중 42% ‘보이지 않는 물’로 손실”


「물기본법」, 보이는 물·보이지 않는 물 모두 고려한 맞춤형 수질관리 목표
 통합물관리·생산형 수요관리·발생원 다목적 물관리·넥서스 통한 노력 기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박사
보이지 않는 물, 전체 수자원의 42%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존 물관리의 실수 요인은 크게 고정관념의 맹신과 보이지 않는 물에 대한 고려 부족으로 꼽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고정관념의 맹신에 대한 대표적인 일례로,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지적해 온 영향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종류인 이산화탄소(CO2)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등에 전문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메탄(CH4)이나 아산화질소(N2O)보다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물질은 다름 아닌 수증기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산화탄소 관련 기술에 시간·재정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례는 고정관념 맹신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물을 고려하지 않는 물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보이지 않는 물은 크게 대기 중의 물, 토양 수분, 식생의 수분 등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활용하기는커녕 확보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K-water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수자원 총량은 약 1천297억㎥로 이 중 이용가능한 수자원, 즉 보이는 물의 양은 약 753억㎥로 조사돼 수자원 총량의 58% 수준이다. 한편, 보이지 않는 물은 약 544억㎥로 전체 수자원 중 나머지인 약 42%에 달해 막대한 양의 수자원을 손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토양에도 보이지 않는 물 존재

대기 중의 보이지 않는 물은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양은 매일 지구로 복사열을 보내는데 지표면에 수분이 부족하면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광선이 현열(sensible heat)로 바로 빠져나가 버린다.

반면 연못이나 목초지, 숲 등 물을 머금은 땅의 경우 증발산량이 70∼80%에 이르고 현열은 약 5∼10%에 불과하다. 즉 수분이 풍족한 지표면은 잡열, 기화열 등의 작용으로 현열을 감소시키고 수증기를 발생시킴으로써 온도 조절 능력을 갖추게 되는 반면, 수분이 없는 지표면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구를 데우게 된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물인 토양수분의 대표적인 예로는 지하수가 있다. 최근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19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하수위가 점차 저하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도시화가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도시화의 심화로 콘크리트·아스팔트 등으로 덮인 불투수면이 증가하면서 빗물이 땅 속으로 침투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증발산량이 감소하게 됐다. 또 땅으로 침투되지 못한 물은 하수도, 하천을 통해 바다로 한꺼번에 흘러들어가며 해수면 상승이 초래됐다.

많은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의 원인으로 빙하의 융해를 꼽으나, 관련 조사에 따르면 지하수위 저하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남극의 빙하보다 최대 6배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연간 3㎜ 만큼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남극의 빙하를 정기적으로 관측 및 분석하는 NASA는 해빙으로 상승하는 해수면은 약 1.4㎜ 정도라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1.6㎜의 해수면은 지하수위의 저하로 상승한 셈이다.

 
「물기본법」 제정 매번 임기만료로 실패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움직이듯 보이지 않는 물은 물의 원활한 대·소순환을 좌우한다. 「물관리기본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물, 42%에 대한 고려가 수반돼야 진정한 통합형 물관리를 구축할 수 있다.

기존 「물기본법(안)」 제정을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약 2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었다. 15대 국회 임기 중인 1997년, 방용석·한화갑 의원 외 26인의 ‘환경부 주도의 물관리 일원화 방안’ 발의를 시작으로 16·17·18대 국회를 거치면서 정부입법, 의원입법 등 다수의 의원입법이 진행됐으나 매번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에 그쳤다.

▲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물관리기본법」제정이 시도에만 그친 데에는 준비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2009년 6월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새로운 차원의 국가 물문제 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기 위한‘통합물관리를 위한「물관리기본법(안)」토론회’모습.

2013년 19대 국회 때에는 함진규 의원이 17·18대 정부안과 동일한 내용의 의원입법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종료됐다. 이후 지난해 7월 정우택 의원이 정부안과 함진규 의원의 발의 내용과 동일한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추가 개선해 발의했으며, 11월에는 김상희 의원과 양창영 의원이 각각 물순환 관련 내용 추가, 환경부 주도의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발의했으나 아쉽게도 임기만료로 모두 자동으로 폐기됐다.

최근에는 지난 6월 함진규 의원이 19대 입법안과 기본원칙 등을 동일하게 유지하며 국토교통부 주도의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 입법 발의를 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폐기 처리됐다. 이후 8월 1일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동일한 발의안이 현재 진행 중으로, 19대 국회 때 발의된 내용과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기본원칙 추가 필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시도에만 그친 데에는 준비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분석된다. 부처 간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으며 이에 따라 기본법에 국가 차원의 철학과 원칙을 담아내는 것도 무리였다고 판단된다.

기존 「물관리기본법」 법안들에 대한 총칙과 기본 원칙을 그 유사성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정부·김상희·함진규 의원안(이하 정부안) △양창영 의원안 △정우택 의원안으로 구분된다.

총칙에는 △물관리 △수자원 △유역 등의 기본적인 항목이 공통적으로 포함됐으며, 정부안에는 물산업 항목이, 양창영 의원안에는 환경부의 의견이 반영된 △물순환 △물환경보전 △수생태계 건강성 △환경생태유량 △권역 등의 항목이, 정우택 의원안에는 △물순환 △권역 등의 항목이 담겼다.

정부안의 기본 원칙에는 △통합 물관리 △유역별 관리 △균형 배분 △물수요관리 우선 △비용부담 등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포함됐고 여기에 김상희 의원이 물순환 촉진과 대체 수자원 개발 등의 내용을, 함진규 의원이 정보화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양창영 의원은 환경부 주도의 물관리 일원화를 강조하면서 △유역 기반의 통합 물관리 △기후변화 대응 △물환경 보전 등을 반영했다.

정우택 의원은 정부안과 양창영 의원안을 모두 고려해 공통적인 기본 원칙 외에 △물의 공공성 △이해당사자 참여 △생태환경의 보전 △기후변화의 영향 고려 △물관리 집행의 분권화 등의 내용을 더했다. 특히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물의 공공성까지 강조해 기본에 충실한 법안으로 평가받았다.

 
원칙·목표·방법 등 물관리 체계 변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법안을 △생산형 수요관리 △모으는 물관리 △다목적 물관리 △통합 물관리 등 4가지의 물관리 기본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정성적으로 도식화한 결과 정부안은 국토부 주도의 통합 물관리, 환경부 주도의 생산형 수요 관리 등에 힘을 실었고 양창영 의원안은 환경부의 환경생태유량, 생태 유지 등의 생산형 수요관리에, 정우택 의원안은 양은 적지만 골고루 배려하자는 다목적 물관리에 충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기본법의 원칙, 목표, 방법, 규모 및 범위를 기준으로 기존의 물관리와 새로운 물관리에 대한 비교·분석을 실시한 결과 기본원칙은 크게 수자원의 공급·소비 관리에서 생산형 수요관리로, 추진 목표는 기후변화 적응에서 기후변화 회복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물관리가 상하수도 지표 등의 정성적인 부분을 관리 지표로 드러냈다면 새로운 물관리 체계 하에서는 1인당 하루 물사용량(LPCD) 등 정량 지표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보이는 물관리에만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증발산, 지하수 등 보이지 않는 물까지 모두 고려하게 됐으며 사후 물관리에서 발생원 물관리로 추진 방법이 바뀌었다.

규모 및 범위 차원에서는 기존의 유역·권역 단위의 물관리가 마을·행정·유역·권역의 물관리로 확대됐으며, 인공계 물관리에서 인공계 및 자연계 물순환 관리로 규모가 확대 전환되어 통합 물관리의 실현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물의 대순환 관리에서 물의 소순환 관리에 집중하고 중·대규모 수공구조물보다 중소규모의 다목적 구조물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기본원칙 주요내용·핵심 파악이 우선

「물관리기본법」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본원칙의 주요 내용과 키워드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또한 어느 부처, 어느 누구의 법이 아닌 우리나라 물관리 철학과 원칙이 녹아있는 법안이어야 한다.

물관리의 기본원칙은 크게 △생산형 수요관리 △모으는 물관리 △다목적 물관리 △통합 물관리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생산형 수요관리의 키워드는 대체수자원을 이용한 물절약, 물순환으로 관리지표로는 LPCD를 제시하고 있다. 모으는 물관리는 발생원 관리를 통한 유출 저감을 목표로 물 자급률을 관리평가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다목적 물관리는 증발산 등 수량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을 모두 관리하고 맞춤형 수질관리를 통한 재난안전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 물관리는 부처별, 요소별 융합을 통해 보이는 물을 비롯한 보이지 않는 물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물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 가뭄, 폭염, 수질, 녹조 문제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물문제의 근본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물관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부처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수자원·관리 범위·부처간 통합 요구

네 가지 기본원칙에 대한 세부 추진 방향은 △통합물관리(Integrated Water Resource Management, IWRM) △생산형 수요관리(Prosumer) △발생원에서 다목적 물관리(Source Control) △물 관련 요소별 융합(Nexus) 등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통합 물관리(IWRM)는 물과 토양, 그리고 관련한 자원을 유역 기반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정부는 이를 위해 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을 모두 관리함으로써 수자원을 통합하고 물관리의 범위를 인공계 및 자연계 물관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공계 물관리는 그린 인프라 시설 및 저영양개발(LID) 시설 등의 운영을 통한 물관리를, 자연계 물관리는 발생원에서의 물관리를 각각 의미한다. 이 외에도 수량, 수질, 재난안전, 물안전 확보 등 부처간 통합을 단계적으로 이뤄 나갈 계획이다.

생산형 수요관리 개념의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개념으로 생산형 수요관리의 핵심이다.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을 지표로 한 참여형 물수요 관리를 바탕으로 대체 수자원 확보, 수원의 다변화를 추진 목표로 하며 스마트워터그리드(SWG), 물절약, 토양 침투, 가상수 등 보이지 않는 물관리를 통해 새롭게 물을 재창조·재생산하도록 추진 방향이 설정됐다.

발생원에서의 다목적 물관리는 발생원에서의 유출 저감을 통해 증발산과 토양수분을 증가시키고 마을·행정·유역·권역 단위의 물 자급률을 확보해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를 갖고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지역적·계절적인 불균형도 해소하기 위해 맞춤형 물관리를 실시함으로써 발생원에서 다목적 물관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적 물관리 철학과 원칙 정립해야

기본원칙 추진방향의 마지막은 물관련 요소별 융합(Nexus)으로, 이는 워터(Water)·에너지(Energy)·푸드(Food) 등 물 관련 요소의 연계·융합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문제, 도시화에 따른 에너지 문제,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문제 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이 세 가지를 연계해 융합하려는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시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반영도 검토되고 있다.

상생의 물관리를 강조하는 요소별 융합은 물, 토양, 자원 등 통합 물관리(IWRM)의 핵심 요소에 식량과 에너지를 합해 △식량 △에너지 △토양 △자원 △물을 음양오행으로 간주한다. 음양오행은 본래 우주의 운행 원리로, 에너지의 흐름을 의미하므로 상생의 물관리는 곧 이러한 음양오행을 이용한 물관리를 뜻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물관리의 철학과 원칙을 토대로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뭄, 폭염, 수질, 녹조 문제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물문제의 근본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물관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부처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어느 누구, 어느 부처만의 기본법이 아닌 우리나라만의 물관리 철학과 원칙이 녹아있는 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할 때다.

[『워터저널』 2016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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