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개슨

[창간 12주년 특집①]  . [스페셜 리포트] 글로벌 물시장 현황·향후 전망

 

“IoT 기반 플랫폼 활용해 해외 물사업 확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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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북미 등 진입장벽 높아 외국기업 진출 부진…개방형 국가 진출 고려해야
  식수·하수·폐수·폐기물시장 신기술 적용해 새로운 가치 창출하려는 움직임 활발”

 

글로벌 물 전문 조사기관인 영국의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현재 세계 물시장 규모는 600조 원을 넘어섰으며, 2년 후인 2018년에는 약 6천890억 달러(약 8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연평균 성장률 약 4.2%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사업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등 글로벌 물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외교부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물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재외 공관을 통한 해외진출 지원, 관계부처·유관기관·민간기업과의 협업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물산업 해외진출 국제 컨퍼런스’를 지난 10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요르단 수자원관개부 청장, 사우디 해수담수화청 부청장, 이란 에너지부 국장 등 10여 개 국가의 수자원 분야 관계자와 국내 인사가 참석해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영국 GWI 크리스토퍼 개슨(Christopher Gasson) 편집장이 초빙되어 ‘글로벌 물시장 현황 및 향후 전망’에 대해 특별강의를 했다. 특강 내용을 특집으로 게재한다.    

[취재·정리 = 배철민 편집국장·동지영 기자]

 

“중국·인도·러시아·유럽·북미 등은 물시장 진입 장벽 높아
해외시장 공략 앞서 글로벌화 진행된 국가·지역 파악이 우선
물부족 중동·아프리카 대다수 국가 물기술 절실…물시장 개방”


▲ 크리스토퍼 개슨(Christopher Gasson)•영국 GWI 발행인 겸 편집장•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학사·경제학 석사•World Economic Forum(다보스포럼) 물 분과 위원
운영비용, 설비투자보다 약 1.8배 높아

세계 물시장은 △수자원 개발 △수처리 △배·급수 △폐수처리 및 수질 관리 등 그 분야가 다양하다. 특히 세계 시설용수 및 산업용수 시장은 올해 기준 약 7천139억1천600만 달러 규모로 이 중 약 2천555억9천900만 달러(약 35.8%)가 자본지출(설비투자), 약 4천583억1천700만 달러(약 64.2%)가 총 운영비용으로 소요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총 자본지출은 프로젝트에 의한 설비투자가 약 92.1%로 산업용 설비투자(7.9%)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에 의한 설비투자는 약 2천353억2천500만 달러 규모였으며, 이는 각각 △폐수관(33.0%) △상수관(24.6%) △폐수처리(22.2%) △수처리(11.6%) △수자원 개발(7.4%)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같은 비용을 기술 차원에서 분석하면 △폐수관(30.4%) △상수관(22.7%) △일반 생산·기타(10.5%) △부유물질 처리(9.8%) △유기물질 처리(7.2%) 순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국제기업 진출 활발한 시장 파악 중요

한편, 산업용 설비투자 부문에는 비율이 가장 높은 기타(30.1%) 분야를 제외하고 △식음료(23.2%) △업스트림 오일·가스(12.9%) △전력 생산(12.1%) 등의 순서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총 운영비용은 △노동(35.0%) △기타(22.9%) △제3자 수도서비스(13.9%) △에너지(11.5%) 분야 순으로 사용되었다.

이 중 관련 장비 시장은 △파이프·펌프 및 밸브(46.0%) △기타·전문가(19.9%) △A&C(건축 및 시공)·테스트·계량기(15.2%) △슬러지 처리(4.2%) 순으로 활성을 보였으며, 그 규모는 올해 기준 약 1천437억1천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관련 화학제품 시장은 응고·응집제(50.5%)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살생·살충제(15.5%) △스케일(물때) 억제제(13.3%) △부식 억제제(12.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장의 세계화는 곧 외국계 회사의 진출 기회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시장을 공략하기에 앞서 글로벌화가 진행된 곳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제 기업이 진출한 사례가 드문 파이프 산업과 달리, 현재 산업용 설비투자 분야 전반을 비롯하여 폐수처리 및 수자원 개발 분야, 관련 기술·장비 분야 등 일부 시장에서는 국제적 계약 하에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동향을 파악해 어느 분야가 시장 가치가 높은지 분석해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입장벽 낮은 개도국 공략이 합리적

물산업 시장의 성장률을 토대로 진출 가능성을 나타낸 ‘기회 지도(The opportunity map)’는 전 세계 국가를 성장률과 시장 환경에 따라 각각 높음·중간·낮음과 개방적·폐쇄적으로 분류해 그 종류에 따라 색을 달리 한 지도이다.

이 지도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러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의 경우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폐쇄적인 시장으로 나타나 외국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유럽은 까다롭고 복잡한 자체적 기준을 설정해 자국 기업들에게 이를 맞추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제품을 개발 및 영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한편, 개방형 국가는 폐쇄형 시장에 비해 진입은 쉽지만 개발 수준이 하위권인 국가가 많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 대다수는 자국 내에서 물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으로, 외국계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원활히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의 문을 개방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어떤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을 것인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외국 기업에 친화적인 시장을 선공략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이집트, 시장 성장 잠재력 평가 1위

시장의 규모뿐만 아니라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설용수(utility water) 및 시설폐수, 산업용수 및 산업폐수 등을 고려한 총 규모를 조사한 결과, 중국이 3천억 달러가 조금 못 미치는 규모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이 각각 약 2천200억 달러, 1천500억 달러로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시장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연평균복합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을 활용한 결과 시장 규모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연평균복합성장률은 여러 해 동안의 성장률에 대한 평균 개념으로, 매년 성장률을 기하평균으로 환산한 수치이다. 해당 지표의 증감 추이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산술평균이 아닌 기하평균을 활용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복합성장률은 △이집트(34.3%) △인도네시아(22.3%) △이란(18.9%) △베트남(15.8%) △모로코(14.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규모 면에서 최상위권으로 나타난 중국과 미국, 일본은 각각 7.4%, 3.7%, 3.5%를 기록해 전체 중 상위 10개국에도 들지 못했다.

 
우리나라 EPC 인프라 기반 경쟁적

한편,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입지 및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프로젝트 개발자 및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업자 보유 수준 △장비 및 기술 수준 △수출 지원 등의 항목을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의 국가와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개발자 보유 수준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았다.

 EPC 계약업자는 독일과 미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었으며, 장비 제공보다는 보유 기술에서 더 강세를 보였고 수출 지원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은 수출을 관장하는 곳을 별도로 설치하여 직접적인 수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스(PF)까지 지원하고 있어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수출을 더 가속화시키는 등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우리나라도 보다 체계적인 제도 마련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급업자(Supplier) △EPCs(설계·구매·시공 산업) △자금(money)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산업구조상 수출시장 진입 시 중소기업이 공급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EPC 계약업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체 시장으로 뻗어나가기가 어렵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두산 등 대기업을 비롯한 EPC 인프라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 점을 경쟁력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IT 플랫폼 통한 해외시장 확대 기대

미래의 세계 물시장은 크게 △사물인터넷(IoT) △중국의 거대자본 △공업 사업자들의 물의 중요성 인지 △폐수 및 슬러지 증가 △담수화 기술 발전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물 공익사업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좋은 IT 플랫폼을 마련한다면 이를 대형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사업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몇 년간 중국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외국 자본이나 비즈니스를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다. 이에 세계적인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밝히며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추세로, 중국의 거대 자금이 세계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물을 공익사업으로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산업 개발자들이 기술을 이용해 물에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해 내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식수뿐만 아니라 폐수처리 등 국제적으로 점차 성장 중인 시장 분야에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하·폐수, 폐기물 등의 부문은 앞으로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이며, 담수화 기술은 생각보다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상태로,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20년 전에는 바닷물 1㎥를 담수로 바꾸는 데 10달러가 소요됐다면 현재는 1달러 이하선에서 가능하다. 끓여서 증류하는 방법을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분리막에 흘려보내기만 하면 담수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 크리스토퍼 개슨(Christopher Gasson) GWI 발행인 겸 편집장은 “미래의 세계 물시장은 크게 사물인터넷(IoT), 중국의 거대자본, 공업 사업자들의 물의 중요성 인지, 폐수 및 슬러지 증가, 담수화 기술 발전 등이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정수처리 플랜트 조감도와 싱가포르 최대 투아스프링 해수담수화 시설.

미래 물재이용 관련 사업 잠재력 높아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특강 발표가 끝난 후 자리에 참석한 물산업 전문가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마련됐다.

Q 한화건설은 현재 이라크에 정수장, 하수처리장 등을 건설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하수처리장과 정수장 위주로 접근하기에는 물시장의 규모가 너무 크다. 오일 및 가스의 어떤 분야에 물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적용되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A 해양산업에서는 기름이 바다의 물을 끌어 채취되는 만큼, 오일과 가스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름과 물을 분리하는 과정에 있어 고도의 처리기술이 요구되며 물을 다시 바다에 방류하기 전 나노여과(nano filtration)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내륙 산업은 크게 재래 분야와 현대 분야로 나뉜다. 재래 분야는 단순한 수압 관리를 의미하며, 여기에서 사용되는 탱크에 물과 기름을 함께 넣어 막으로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현대 분야에서는 물재사용과 관련한 사업의 잠재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프래킹(Fracking)이라고 불리는 파쇄공법 등 물재이용에 필요한 다양한 고도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몇몇 기술은 기술 차원에서 가치는 높으나 비싼 가격 탓에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EPC 계약 참여 기회 활용

Q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데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대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EPC 계약업자로 참여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국가마다 개발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진출 기회의 정도는 장담할 수 없다. 독일은 자국 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물산업 또한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유럽 대륙의 중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대서양과 북해에 접해 있어 지리상 물의 중요성을 매우 인지하고 있는 나라로, 수도요금에 물의 사용량이 아닌 1%의 추가 비용을 의무적으로 부과·징수하고 있다. 요금 인상을 통해 시장을 발전시키고, 모인 재원을 국제 자금으로 활용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수도요금의 인상 등 물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육성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해외의 좋은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워터저널』 2016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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