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현실적·효율적인 상수원수 수질정책 필요”

우리나라 상수원수 목표수질 너무 낮게 설정…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
안전하고 깨끗한 물 확보 위해 상수원을 상류 하천·호소로 이전 바람직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안전하고 깨끗한 상수원수 확보대책


우리나라는 상수원수를 하천 또는 호소에서 취수하며,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은 생활환경기준이라는 명칭으로 설정되어 있다. 생활환경기준은 하천의 경우에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8개 항목에 대해, 호소의 경우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각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표 1] 참조).

생활환경기준은 수질을 ‘Ⅰa’, ‘Ⅰb’, ‘Ⅱ’, ‘Ⅲ’, ‘Ⅳ’, ‘Ⅴ’, ‘Ⅵ’의 7개 등급으로 구분하여 각 등급별로 생태계의 상태를 정의하고 정수방법별로 사용 가능한 용수를 구분하고 있다.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질은 최소한 Ⅲ등급 이상이며, Ⅳ∼Ⅴ 등급은 고도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다([표 2] 참조).

 

 

 
상수원수 목표수질 잘못 설정

우리나라 모든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은 ‘Ⅰa’ 등급으로 설정되어 있다.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상수원수 취수장은 587개소이며, 그 중 수소이온농도(pH), BOD, COD, 부유물질량(SS) 등의 단일 목표수질 항목별로 상수원수 목표수질을 달성한 곳은 있으나, 해당되는 모든 수질항목에 대해 목표수질을 달성한 상수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상수원수 취수장 587개 중 해당되는 모든 수질항목에 대해 ‘Ⅰa’ 등급의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이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상수원수 수질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은 현재 상수원수 목표수질이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과 인력, 시간 등의 낭비, 사회적 갈등의 야기 등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특별대책지역 지정, 수변구역 지정 등 상수원수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종류의 지역 지정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불가능한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한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의 고도처리와 비점오염원의 과도한 관리 필요성으로 인한 국가자원의 낭비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이 잘못 설정된 것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과 함께 목표수질이 불필요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BOD는 목표수질이 불필요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대표적인 예다.

BOD는 물 속의 용존산소(DO)의 지표로서 우리나라 하천과 호소의 경우 그 농도가 3㎎/L 수준이면 ‘Ⅰa’ 등급의 DO 수질인 7.5㎎/L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수원수로 사용되는 하천과 호소 중 목표수질이 설정된 pH와 DO는 정부와 민간의 적정한 노력으로 현재 모두 그 목표수질을 달성하고 있다.

목표수질 불필요하게 낮게 설정

현실적인 상수원수 수질정책은 목표수질을 불필요하게 낮게 설정하지 않는 것이고, 효율적인 상수원수 수질정책은 목표수질을 최소의 비용과 노력으로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을 불필요하게 낮게 설정한 대표적 수질항목인 BOD의 경우 상수원수의 그 농도는 3㎎/L 이하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적·경제적으로 무리가 없는 수질인 2㎎/L까지 그 목표수질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천과 호소의 경우 BOD와 DO의 상관관계를 보면 BOD의 농도 1.0∼3.0㎎/L의 범위에서는 DO의 농도가 12.1∼13.4㎎/L의 범위를 보이고 있으며, BOD의 농도 3.1∼6.0㎎/L의 범위에서는 DO의 농도가 10.1∼7.1㎎/L의 범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BOD의 농도 6.1∼14.0㎎/L의 범위에서는 DO의 농도가 9.5∼6.1㎎/L의 범위를 보이고 있다. DO ‘Ⅰa’ 등급의 수질농도 7.5㎎/L을 달성하기 위한 BOD의 최대 허용농도는 9㎎/L 수준이다([그림 1] 참조).

 
상수원수의 BOD 목표수질은 DO와 관계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그 목표수질을 3㎎/L 수준으로 설정한 예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BOD 외의 항목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현실적·효율적인 목표수질을 설정해야 한다.

상수원 상류 이전 검토 필요

안전하고 깨끗한 상수원수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은 상수원수를 상류의 하천이나 호소로 이전하는 것이다. 중·하류의 하천이나 호소의 수질을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에 맞추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우리나라의 현실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중·하류의 하천이나 호소의 수질 중 특히 COD의 농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인구, 산업 등의 대형 점오염원과 도시화지역, 농경지 등 토지개발로 인한 수많은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이러한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중에는 날로 그 사용이 증가하는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 중에는 현재의 정수기술로서는 제거할 수 없는 환경호르몬과 같이 인체에 극히 유해한 많은 미량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미량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상수원수 목표수질에 자연적으로 도달되어 있거나 그 목표수질의 달성이 적정기술의 사용으로 가능하며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유일한 방법은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강수계의 경우 상수원을 소양댐, 충주댐, 횡성댐, 괴산댐 등 상류의 호소나 하천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들 상류 호소들의 수질은 수질항목에 따라 자연적으로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고 있거나 목표수질의 80∼90%가 달성된 경우가 많다.
 

▲ 한강수계의 경우 상수원을 소양댐, 충주댐, 횡성댐, 괴산댐 등 상류의 호소나 하천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은 충주호 전경.

우리나라 4대강 유역 중 가장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의 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오염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는 곳이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이다. 이것은 이들 유역에서는 상수원수의 대부분을 오염에 취약한 중·하류의 호소나 하천에서 취수하기 때문이다.     금강유역의 상수원수는 상류의 대청댐이나 용담댐 등 대형 호소에서 대부분을 취수하고, 영산·섬진강유역은 주암댐, 동복호 등 상류의 대형 호소에서 상수원수의 대부분을 취수함으로써 상수원수의 수질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맑고 풍부한 상수원수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상수원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은 수자원의 양과 수질이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깨끗한 상수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수원수를 상류에서 취수하기 때문임을 유념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6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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