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가축사체, ‘매몰형’보다  ‘공장형’ 처리가 바람직”


인위적 처리 없이는 침출수로 가축매몰지 주변 토양·수질오염 유발
가축사체 고온·고압서 가열·멸균 후 반응생성물 재활용 등 대체기술 개발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가축매몰지 대책

우리나라 가축매몰지 현황

‘가축매몰지’란 구제역,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에 의해 폐사한 가축의 사체를 묻은 토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가축매몰지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나 그 정확한 숫자는 파악된 바 없다. 돼지의 경우 2002년 4∼7월 기간에만 3만9천56마리, 2003년 3∼5월, 8월, 10월 기간 동안 9만6천407마리가 각각 폐사하였으나 그 매몰지의 숫자와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조류독감에 의한 가금류 폐사의 경우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축산농가 392곳에서 529만 마리, 2006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460곳에서 280만 마리, 2008년 4∼5월 1천500곳에서 1천20만 마리가 각각 폐사했으나, 그 매몰지가 파악된 것은 2008년 1천20만 마리를 매몰한 389곳뿐이다.

이후 2010∼2011년 기간 중에 4천799개소의 매몰지가 조성되었으며 이들 매몰지에는 소와 돼지 348만 마리와 가금류 647만 마리가 매몰되었다. 2014년 이후 조성된 매몰지는 709개소이다([표 1] 참조).

 
적정한 조치 없을 시 수질오염 우려

적정한 인위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가축매몰지 주변의 토양과 지하수는 가축사체의 부패에 의해 발생한 침출수로 인해 오염될 수 있다. 2014년 이후 조성된 가축매몰지 709개소 중 일반매몰방식, 호기성호열균방식, 대형 액비저장조·FRP·HDPE방식은 각각 42개소, 266개소, 401개소이다.

호기성호열균방식은 특수 미생물의 번식을 이용해 가축사체를 분해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에 의해 침출수를 증발시키는 방식이며, 대형 액비저장조·FRP·HDPE는 미생물을 이용해 가축사체를 분해해 발생하는 액체 등 분해산물을 저장하는 용기다.

‘일반매몰방식’이란 △혼합토에 의한 매몰지의 바닥면과 측면 포설 △침출수배출용유공관 설치 등의 요건을 갖춘 방식을 말한다.

현재 가축사체의 처리방식은 기술적인 문제와 운영·관리상의 문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느 방식을 사용하든 가축사체의 완전분해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완전 분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가축매몰지가 농토나 하천인근지역에 설치된 까닭에 농지와 하천의 심각한 오염원이 되고 있어 가축매몰지 운영·관리의 부실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오염의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2011년까지 조성된 가축매몰지 4천799곳 중 3천151곳에는 관측정도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가축매몰지 반경 300m 안에 있는 관정 3천 곳을 조사한 결과 143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아울러 2015년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4년간 가축매몰지 주변 지하수 관정 수질조사 결과’ 자료에 의하면 수질기준 초과율은 28.7%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먹는물로 사용되는 지하수는 수질기준 초과율이 46.8%로 높게 나타났다.

매몰지 설치 제한·금지가 최선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가축전염병에 의해 일시에 많은 가축의 사체가 발생했을 때 가장 현실적이고 손쉬운 처리방법은 가축의 사체를 땅속에 묻는 것이다. 그러나 가축사체의 땅속 매몰은 심각한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이라는 환경적인 문제와 더불어 농지 등 유용한 주변토지의 점용으로 인한 토지소유자와의 분쟁 등 사회적인 문제, 그리고 가축사체의 불완전한 처리라는 기술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축매몰지의 설치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가축사체의 다른 처리방법과 기술의 개발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매몰지 관련 관리기술 개발 요구

이와 다른 가축사체 처리방법·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현재 설치되어 있거나 장래 설치될 가축매몰지의 수질오염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가축매몰지 관리기술의 개발이다. 가축매몰지 관리기술은 크게 취약매몰지 관리기술 및 종료매몰지 관리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취약매몰지 관리기술은 △취약매몰지 판정기술 및 소멸기술 △토양정화기술 △침출수 전처리 및 누출확인기술 등이 있으며, 종료매몰지 관리기술은 △매몰지 안정성 판정기술 △순환형 대체매몰지 관리기술 △농업환경 회복기술 △운영 및 관리기술 △확립기술 등이 있다.

가축매몰지의 핵심 관리기술 중 하나는 가축사체의 분해기술이다. 예를 들어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공법은 가축사체에 대해 다기능성 아미노산 생합성을 유도함과 동시에 유기화합물을 탄소원과 질소원으로 활용하여 사체의 조기분해를 촉진하는 복합대사의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그 밖에도 ‘식물을 이용한 토양정화방법’, ‘식물차단벽을 이용한 친환경 지하수 정화방법’ 등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가축매몰지 맞춤형 원격모니터링시스템 △가축매몰지 통합운영관리시스템 △가축매몰지 운영관리 SOP 관리시스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축매몰지 운영관리 및 관리지원시스템’, ‘매몰지 침출수 및 지하수의 현장판별기술’ 등도 현재 개발 진행 중인 가축매몰지 관련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축매몰지 대체 기술 개발 절실

가축매몰지는 적지의 발견·조성·관리와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가축매몰지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관리가 취약하거나 사용이 종료된 가축매몰지를 이설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축매몰지의 이설과정에서 악취 발생을 방지하고 생물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유미생물 저감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가축매몰지에서 가축사체를 다시 발굴하여 잘게 부수어 분해단면적을 증가시키고, 교반과정을 통해 미생물의 호기성 분해를 촉진시키는 ‘생물학적 환경정화(Bio-remediation) 공법’이라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현재 가축매몰지 처리방법의 결함을 보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축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가축매몰지의 설치는 많은 문제점 때문에 그 대체기술의 개발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다. 가축사체의 비(非)가축매몰지 처리방법으로 ‘가축사체 열 가수분해 처리시스템’이라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의 원리는 가축사체를 고온·고압에서 가열·멸균한 후 반응생성물을 공공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부지가 전혀 소요되지 않으며 처리기간이 짧고 설비의 활용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사체 소각 시 대기오염·악취 유발

가축사체의 ‘소각’ 처리방법은 800∼1천℃의 고온연소에 의해 가축사체를 직접 연소·산화하는 것으로 부지소요가 없고 처리기간이 짧다는 장점 대신 대기오염과 악취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가축사체의 ‘호기호열’ 처리방법은 호기호열성 미생물을 이용해 가축사체를 분해·발효시켜 퇴비화하는 기술로 FRP 탱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고상 및 액상의 부산물을 발생시키며 사체저장소 등 부지가 소요된다. 대기오염이 없고 부산물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대신 처리·분해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퇴비화 등의 어려움이 있다.

가축사체의 ‘렌더링(Rendering)’ 처리방법은 가축사체를 고온·저압에서 가열·멸균 후 잔여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하거나 매립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고상 및 액상의 부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부지가 소요된다. 처리기간이 짧고 일부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잔여 부산물의 처리와 퇴비화 등 재활용 부산물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축사체 처리기술 개발의 방향

▲ 우리나라의 가축사체 처리기술은 ‘매몰형’ 처리기술보다는 ‘공장형’ 처리기술이 더 바람직하다. 사진은 2010년 12월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가축사체를 매몰처리하고 있는 모습.

가축사체의 가축매몰지 처리방법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소각 처리, 호기호열성미생물 처리, 랜더링 처리, 열 가수분해 처리 등의 처리기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의 개발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들로는 △대기오염물질 발생 △악취 발생 △고상 및 액상 부산물의 재활용 및 매립 등 2차 처리에 따른 어려움과 높은 투자비용 등이 있다.

그러나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사체의 가축매몰지 처리방법이 너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처리기술이 반드시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한 처리기술은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의 처리와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가축사체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가축사체의 수집·운반·보관·처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가축사체의 수집·운반 기술은 가축사체의 현장 수집부터 최종처리시설까지의 운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을 차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며, 보관·처리는 가축사체의 최종처리시설의 보관시설과 처리시설을 말한다. 최종처리장의 보관시설은 일시에 많은 양의 가축사체를 보관할 필요성에 대비하는 것이고, 처리시설은 가축사체를 파쇄·분해·재활용 또는 종말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축사체가 발생하는 시기, 규모, 지역 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종처리시설의 위치, 규모 등을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종처리시설의 위치, 규모 등이 적정하지 않으면 유사시 가축사체 처리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축사체 처리기술은 ‘매몰형’ 처리기술보다는 ‘공장형’ 처리기술이 더 바람직함을 유념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6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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