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의 꿈

   
▲ 이규용 환경부차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계절마다 생각나는 추억거리가 있다. 그 중 요즘같은 무더운 여름이면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곤 했다.

하지만 요새 도시에 사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 파하자마자 또다시 학원으로 가는 발걸음을 보면 내 마음조차 무거워진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교육환경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그 옛날 우리세대가 누렸던 자연환경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엾다.

다슬기는 맑은 냇물의 돌이나 호수 바닥 모래위에 씨알굵게 많이 붙어 있어 족대나 그물 없이도 맨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잡은 다슬기는 집에 가져가 삶아서 뒷꽁무니를 잘라 입으로 빨아먹거나 바늘로 꼭 찝어서 먹곤 했다.

끼니 외에는 먹을거리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아이들에게 다슬기는 훌륭한 군것질 거리였다. 또한 다슬기로 끓인 된장국은 어른들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좋았다.

다슬기는 바위나 자갈에 붙어 있는 조류(藻類)나 물고기의 배설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오염된 하천을 깨끗하게 해주고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강에 다슬기가 살고 있다는 것은 수생태계(水生態系)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물속에 손만 넣으면 잡을 수 있던 다슬기가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직 다슬기가 살고 있는 섬진강에서도 강바닥을 훑는 무분별한 채취로 다슬기의 자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시금 다슬기가 우리 곁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물이 맑아져야 하고, 서식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1989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4대강 물관리종합대책’을 추진하였다. 그동안의 꾸준한 노력과 투자의 결실로 한강, 낙동강 등 큰 강의 수질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아직 생물이 서식하기에는 여건이 충분치 않다. 섬진강에 350개의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으나 고깃길이 설치된 곳은 49개에 불과하며, 그 중 제대로 구실을 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굽이 흐르는 하천을 인위적으로 직선화하고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아 물에 사는 생물의 서식환경은 나날이 악화되었다.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으로 다시금 깨끗해진 전주천, 무심천 등 많은 하천들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다슬기가 되돌아 올 때 비로소 강이 진정 우리 곁으로 다가온 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누렸던 자연의 선물과 추억이 책 속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득하길 바라며 물장구치며 다슬기 잡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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