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알프스

   
▲ 이규용 환경부차관
화가의 눈을 가진 시인 ‘헤르만 헤세’에게 2천여 점이 넘는 그림을 그리도록 매혹시킨 스위스. 그토록 아름다운 스위스에서도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며 유럽여행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한여름 융프라우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겨울로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알프스의 만년설. 이곳은 연중 한겨울이다. 한여름 두껍게 쌓인 눈밭 위에서 스키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융프라우의 만년설을 떠올리면 시원한 마음에 더위가 물러서곤 한다.

하지만 계절을 뛰어넘으며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던 융프라우가 최근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눈과 빙하가 1년에 평균 6미터씩 녹아 내리면서 하얀 설경 대신 검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더 이상 알프스의 만년설을 영원히 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유난히 4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개성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풍기던 자연경관도 기상이변에 흔들리고 있다.
봄인가 하면 어느새 여름옷을 입어야 하고, 무더운 여름이 선선한 가을바람을 삼켜버릴 만큼 긴 여름이 지속되기도 한다.

반면 겨울은 짧아졌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대신 온난화 속 따뜻한 날씨가 거듭된다. 직장생활을 하며 첫 월급을 탔을 때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첫 월급을 탄 자녀들이 부모님 선물로 1순위를 꼽던 빨간 내복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난방기구가 발달한 원인도 있겠지만 요즘 겨울은 예전처럼 혹독한 추위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0세기에 지구는 평균온도가 0.6도, 우리나라는 1.5도가 상승했다. 이로 인한 자연재해가 막대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세계는 지구온난화 원인인 온실가스를 규제하고자 지난 2005년 ‘교토의정서’를 발효했다. 이에 따르면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2012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평균 5.2% 이상을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환경부가 청정기술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을 지원해 기후변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이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듯이 지구도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탈이 없다. 무분별한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저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지구를 위해 열병 앓는 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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