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제언

 

 “식수문제, ‘빗물새활용’으로 해결하자”

물 적게 쓰고 분·뇨 분리 비료로 활용하는 ‘신개념 화장실’ 도입 필요
빗물은 깨끗한 공공재…빗물 모으고 이용하는 ‘레인시티’ 구축 시급하다

 

▲ 한 무 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 새활용과 신개념 화장실에 의한 SDG 달성방안 
                                                
물·위생문제, SDG 상위목표로 설정

‘물과 위생문제(Water and Sani-tation)’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로 정해졌지만 그동안 하위 목표에 머물렀으며 해결에 많은 실패가 따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tinable Development Goals, SDG)의 상위목표로 설정됨에 따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물과 위생문제의 핵심은 식수 공급 및 유지의 문제와 화장실의 구축방법 및 관리이다. 이에 기술적·경제적 관점의 진단을 통해 물과 위생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빗물과 화장실 문제를 점검코자 한다.

물과 위생문제의 핵심인 식수와 화장실은 개발협력 분야의 기초이자 기본이다. 식수 및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마을은 제대로 자립할 수 없다. 여성과 어린이가 식수와 화장실에 특히 취약하며, 주민과 마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식수와 화장실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다른 개발협력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바탕이 된다.

물과 위생문제의 실패원인은 △서양식 생활기준 적용 △원인 대신 결과 위주의 사고 △현지 사정 미 고려 및 현지인의 능력 과소평가 △비용 의존적인 대규모 시설 위주 방식 △현지주민들의 능력 배양 부재 등이 있다. 이에 △한국식 생활기준 적용 △빗물, 화장실 등의 근본적인 원인 고려 △현지 사정에 맞는 현지인의 지혜 이용 △비용 자립적인 소·중규모 시설 위주 △현지주민들의 능력 배양 등의 한국식 SDG를 적용시켜 해결해야 한다.

물의 원천 빗물, 다양한 분야 적용 가능

도시화·현대화를 거치면서 생명과 풍요의 상징이었던 빗물은 재난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빗물을 홍수, 가뭄, 산성비 등의 악재와 관련지어 연상시키는 동시에 버려야할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빗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생명과 같은 존재로 물의 원천으로 빗물을 잘 모아서 관리하면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빗물을 중시해 벽골제·수산제·우림제 등에서 빗물을 모아쓰고 관리하려 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조선 전기의 측우기를 통해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우리 민족에게 빗물은 모아야 하는 존재였으며, 곳곳에서 내리는 비의 양을 측정하는 등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이는 오늘날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유사하다.

빗물을 분산적으로 관리하면 모인 빗물을 바탕으로 「자연재해대책법」·「수도법」·「하천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먼 곳에서 물을 정수해 끌어오는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수 있어 각 지역의 물 자급률과 물순환에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빗물은 모든 물의 근원으로 물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50여 개의 지자체들은 도시 전체의 차원에서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으고 이용해 빗물 관리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빗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생명과 같은 존재로 물의 원천인 빗물을 잘 모아서 관리하면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성비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

빗물의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할 때 흔히 ‘빗물재활용’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빗물은 한 번도 이용된 적 없는 깨끗한 공공재로, 다시 사용한다는 재활용·재이용의 의미보다 새롭게 활용한다는 의미의 ‘빗물새활용(Rain-water Upcycling)’에 가깝다.

산성비에 대한 오해로 빗물은 상당수의 양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서, 정부 문서, 학계 원로의 저서 등 많은 자료에서 산성비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많이 사용해 국민 대다수가 산성비의 피해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중등학교 교재의 산성비 실험을 살펴보면 실제 강우조건보다 큰 조건에서 실험해 피해 및 영향이 과장된 경향이 있으다. 이처럼 산성비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pH 측정장치를 이용한 간단한 실험을 거친 결과 빗물은 실험 장소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비는 땅 위나 먼지 중에 부유하는 알칼리성 물질과 섞이면 내리는 즉시 중화된다. 내린 빗물은 산성, 받은 빗물은 알칼리성, 모은 빗물은 중성으로 나타나므로 수자원으로 활용 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험 결과 산성을 띠는 하늘에서 내린 빗물은 pH5.0으로 나타났다. 콜라 pH2.5, 맥주 pH4.0, 우유 pH6.4∼7.6, 오렌지 주스 pH2.2∼3.0, 식초 pH3.0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pH 수치는 낮을수록 산성, 높을수록 알칼리성을 나타내며, 중성은 pH7 정도이다. 수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콜라는 산성비보다 약 500배, 오렌지주스는 산성비의 약 100배 정도 산성이 강하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음용하는 음료보다 빗물의 산성도는 낮은 편이며, 실제로 ‘2012 부산 국제물협회 총회’에서는 빗물로 만든 차에 대해 맛을 인정받기도 했다.

빗물저장시설로 지하수 활용도 증가

빗물에 대한 오해는 정부와 국민의 수자원관리에 영향을 미쳐 빗물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음에 따라 홍수와 가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동시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쳐 저탄소 녹색성장을 저해한다.

빗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공공재로 수돗물을 대신하게 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지하수는 현재 식수원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의 살처분 및 해당 매몰 지역의 침출수 등으로 많은 오염이 우려된다. 아직도 도서지역에서는 개인 관정이나 간이 상수도 등과 같은 지하수를 이용해 생활하는 지역이 많이 있음을 고려해 지하수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하수의 무분별한 사용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적으로 지하수위가 매년 낮아지면서 하천이 마르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원인 중 하나로 지하수의 경쟁적인 이용이 논의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자 빗물 침투, 빗물 모으기 등의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상류 지역의 저류습지 조성 및 빗물저장시설은 지하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하수 함양량이 높아지면 하천의 유지수량이 많아지고 수질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는 빗물저장시설의 대표적인 예이다. 지하에 3천㎥ 규모의 빗물저장시설을 지은 후,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 등으로 활용해 가구 수도요금을 절약하고 주변 지역의 잦은 침수문제를 해결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빗물식수화, 기술적·경제적 측면 접근

개발도상국 인구의 1/3 이상은 접근성의 어려움, 중금속 문제, 지나치게 높은 가격 등으로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권을 갖지 못한다. 빗물을 활용해 간단한 살균을 거치면 접근이 가능하고 청결하면서 경제성 및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빗물식수화는 기술적 측면에서 △수질의 혼탁도 △소독·살균의 문제, 경제적 측면에서 △저비용·저에너지 문제 △유지의 편리성, 사회적 측면에서 △사회적·문화적 요인 △사회의 협력 등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빗물저장탱크 안의 빗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자를 제거해 활용될 수 있다. 미세입자 교란을 방지해 무동력 부유물을 제거하고, 수면 아래에서 취수하면 부유물이 함유된 빗물의 이용을 방지할 수 있다. 바닥 슬러지의 분산을 억제시킴으로써 저장탱크의 관리가 용이해지고, 미생물에 의한 자체 정화가 가능해진다.

▲ 빗물저장탱크 안의 빗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자를 제거해 활용될 수 있는데, 미세입자 교란을 방지해 무동력 부유물을 제거하고 수면 아래에서 취수하면 부유물이 함유된 빗물의 이용을 방지할 수 있다.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빗물의 태양열 소독 방식도 있다. 태양열은 비용이 들지 않는 공공재로 현지의 재료와 지역 주민들의 노동력을 결합해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소독에 이용되는 미생물 또한 비용이 들지 않아 ‘빗물새활용’에 적합하다.

탄자니아의 경우 마을에 지식을 보급해 적용하도록 했으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술적 혁신으로 두 가지 저수탱크를 활용했다. 저수탱크는 수위에 따라 1단계 마을사람들과의 공유, 2단계 학교에서만 활용 3단계 제한 사용, 4단계 긴급상황에서의 사용으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 저수탱크는 1·2·4단계를 활용했으며, 두 번째 저수탱크는 1·2·3단계를 활용했다.

빗물 관련 기술을 논의할 때 외국의 사례가 의외로 적은 것이 발견된다. 최악의 자연조건은 최고의 기술을 만든다고 사료된다. 지진에 대해 세계최고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며, 간척에 대해 세계최고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네덜란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다소 험준한 지형에서 측우기의 활용 등 예로부터 ‘빗물새활용’을 적용시켜 왔음에 따라 빗물에 대해 세계최고기술을 보유했다고 판단된다. 이에 지속가능한목표(SDG)를 적용해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

 
초절수형 변기, 물 20% 이상 절약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의 분(糞)과 뇨(尿)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을 위생(Sanitation)으로 정의한다. 물과 위생문제에서 위생의 핵심은 화장실로 분과 뇨의 안전한 폐기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폐기물의 처리뿐만 아니라 접촉의 예방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위생 수단이다.

물사용의 수단은 화장실, 샤워, 식기세척, 세탁, 손소독, 그 밖에 다른 위생목적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중 화장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오염원의 관점에서 살펴본 요인인 화장실, 상수도, 중수도, 오·폐수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화장실의 비중이 가장 높다.

화장실의 문제는 물 과소비, 에너지 과소비, 천연비료의 낭비, 미량오염물질로 인한 하천오염 등이 있다. 가정 수세변기는 한 번 사용 시 약 13L를 사용한다. 1인당 하루 평균 화장실 이용횟수를 6번으로 가정하면 1인당 하루 약 78L의 물을 사용하며, 4인 가구 기준으로 변기 이용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300L인 이상인 셈이다. 다중이용화장실의 경우 하루 100번 이상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약 1.3㎥를, 20여 년이 지난 후 누적되는 양은 약 1만㎥에 달한다.

변기에 공급되는 가정용수는 댐수 공급 시 0.25∼1kWh/㎥, 담수화시설 공급 시 5∼10kWh/㎥, 하수재사용수 공급 시 1.2∼3kWh/㎥를 소요한다. 변기를 사용한 후 하수처리는 2∼3kWh/㎥를 소요해 물 1㎥에 3∼15kWh를 사용되는 셈이다. 약 13L를 사용하는 기존수세변기를 4.5L를 사용하는 초절수형 변기로 바꾸면 가정용수의 2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분뇨에는 많은 양의 질소와 인산이 포함되어 천연비료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물을 이용해 버리면서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한편 소변은 의약물질, 환경호르몬을 포함한 미량오염물질이므로 하천에 무방비하게 버려지면 수질오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선조들은 ‘오줌장군’을 이용해 분뇨 분리·비료 이용·적은 양의 물사용 등을 실현했지만, 서양식 변기가 도입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물관리 패러다임 바꾸는 ‘레인시티’

이상적인 변기는 물을 적게 사용하면서 분과 뇨를 분리해 비료로 환원하는 시설이다. △사이펀(Siphon) 없는 물절약 화장실의 실현 △분리형 친환경 화장실 △119 토일렛 등을 적용할 수 있다. ‘119 토일렛’은 접을 수 있는 튼튼한 골판지와 텐트 등으로 구성되어 어디서나 쉽게 용변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긴급구호용 접이식 종이 양변기이다. 악취 등을 예방하는 생화학제와 생분해 비닐팩을 넣어 물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며, 지난 네팔 대지진 당시 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에 지원된 바 있다.

▲ ‘119 토일렛’은 접을 수 있는 튼튼한 골판지와 텐트 등으로 구성되어 어디서나 쉽게 용변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긴급구호용 접이식 종이 양변기이다.

우리나라는 물과 위생문제의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의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후·지형 등의 최악의 자연조건을 극복하고 삼천리 금수강산을 이룩했으며, 오줌장군·해우소 등 위생문제에 대한 여러 전통 및 철학을 지녔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측우기 등을 활용했듯이 빗물관리의 철학적·기술적 우수성 역시 갖추었다.

이를 바탕으로 선조들의 철학과 개념에 IT(정보기술)·NT(나노기술)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연구·개발되어야 하며, 전 세계 측우기 네트워크 및 해우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빗물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인지하고 빗물을 모으고 이용하는 도시가 되도록 제도와 규정을 정비해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레인시티(Rain City)’의 실현도 필요하며, 개발도상국의 물과 위생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가적인 전략으로 UN에 제안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SDG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워터저널』 2015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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