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물재이용, 기후변화 대응할 효과적인 방법”

기후·사회변화로 인한 위험요소 증가로 예측 어렵고 불확실성 증대
‘분산 도시 수자원 시스템’ 지속가능성 확보에 가장 적합한 구조


▲ 최 영 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수도연구부장
도시 물재이용의 현재와 미래

물재이용 가능 수자원 긴장상태

구글(Google)의 전자책 프로젝트인 Ngram을 이용해 ‘Water Reuse(물재이용)’를 검색한 결과 물재이용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며, 특히 1970년대에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2000년대에 다시 물재이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물부족 상황 진단 시 단순히 국가의 보유 수자원량을 수학적 계산을 이용해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보유 수자원량 뿐만 아니라 개발·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지표 및 경제적 부분, 물안정과 관련한 정치적·사회적 부분 등을 포괄해야 실질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물관리연구소(IWM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부족 현상이 없는 국가로 분류되지만, UN의 자료에 의하면 물재이용이 가능한 수자원 현황에서 긴장상태(Stress)인 국가로 표시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풍부한 수자원과 재정적, 기술적 능력 등을 갖추고 있으나 물재이용은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결과라고 판단된다.

수자원 요구·물수요 지속 증가 전망

국가표준원은 EU 규제를 대비해 ‘물발자국’ 국가표준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은 물의 흐름을 나타내는 다차원적인 지표로 지표수 및 지하수와 연관되는 청색물발자국, 농작물 소비 빗물을 나타내는 녹색물발자국, 하수재이용·해수와 관련된 회색물발자국으로 나뉜다.

서울시의 물관리를 살펴보면 청색물발자국 분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하면 녹색물발자국의 양이 약 3∼4배가 더 많은 실정이다. 이에 진정한 물사용 패턴을 분석하려면 물리적 산출 방법, 재정적 방법, 기술적 방법 등 다양하고 통산적인 방법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등 육류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곡물 소비량 등이 늘어났고, 수자원에 대한 요구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물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수자원 생산을 위한 에너지 비용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물재이용에 대한 전 세계적인 필요성과 중요성을 시사하는 바이다.

 
한국, GDP 대비 물사용량 높아

도시화는 물재이용에 대해 압력으로 작용한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는 현재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앞선 상태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82%가 도시에 거주하는 실정이다.

GDP(국민 총생산) 대비 물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의 물사용량은 싱가포르, 도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GDP는 약 2만 달러로 가장 낮았다. 수입에 비해 물사용량이 많다는 점은 현재 서울시에 측정된 물값이 현저히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의 수도요금은 1㎥ 당 500∼600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 서울시는 물재이용량을 향후 14.4%로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는 약 3.4%로 낮은 편에 속한다. 사진은 서울 중랑하수처리장 최종 방류수.

서울시의 2020년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물재이용량을 향후 14.4%로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는 약 3.4%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를 종합하면 물재이용에 대한 필요성과 물재이용량 증가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버리는 물’에서 ‘에너지와 자원’ 전환

물재이용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재이용의 개념은 처리가 아닌 생산의 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서울시는 하수처리장을 물재생센터로, 정수처리장은 아리수정수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센터에서 수자원 및 에너지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처리 공정이 아닌 생산 공정으로 인식을 바꾼 결과이다. 
하·폐수의 경우 이용수의 개념을 적용, 곧바로 버리는 물 대신 한 번 사용한 물로 인식하는 재사용이 필요하다. 하수는 에너지와 자원이 풍부해 하수처리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10배가 포함돼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유럽의 선진화된 하수처리장의 경우 에너지 자립률이 100% 이상인 곳도 존재한다.

▲ 하수는 에너지와 자원이 풍부해 하수처리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10배가 포함돼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유럽의 선진화된 하수처리장의 경우 에너지 자립률이 100% 이상인 곳도 존재한다. 사진은 스페인 바로셀로나 하수처리장 하수재이용 시설.

현재 수자원 부족의 양적 문제 및 수질 저하의 질적 문제 등 수자원은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며, 물재이용은 위기를 극복하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중랑천의 하천유지용수로 20만㎥를 공급하고 있으며, 공급되는 유지용수를 위해 음지침전을 거쳐 재이용수를 사용한다. 향후 유기물, 미량 유기물질, 용전성 물질 등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활용도가 더욱 높은 재이용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하수 재충진 혹은 지표 저류조를 통한 지하침투 등 자연적 과정과 결합해 재이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재이용수 설계 요소는 △재활용이 힘든 오염물질의 감소 △물의 저류 △저류수와 수자원 형태 혼합 △모니터링(monitoring) 및 피드백(feedback) 등이다. 오염물질은 원인 제어, 배·급수 시스템 관리 등의 예방, 기존처리 공정, 고도처리 공정, 공학적 자연 시스템 등의 과정을 통해 감소가 가능하며, 저류수는 지표저수지, 지하대수층, 하천, 관·수로 등이 해당한다. 저류수와 수자원 형태를 혼합시켜 정수지, 배·급수관망 등의 형태로 이용이 가능하며, 전체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친 후 재이용수를 설계할 수 있다.

 

 
강변여과 등 재이용 기술측면 주목

재이용수의 기술적 측면은 △지하수 충진 △지표 살포 △강변여과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하수 충진 과정은 산업·거주지 원천제어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며, 1차·2차처리, 소독 등 기존 하수처리 과정과 MF-RO(전처리 역삼투압공법), UV-AOP(자외선 고도산화공법) 등 고도하수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후 지하 대수층과 직접적으로 충진해 저류·혼합되며, 지하수를 추출해 소독한 후 수자원으로 활용한다. 미국은 심층 저수층에 물을 6개월 이상 저류시켜 운영해야 한다는 설계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지표 살포는 지표에 저류를 형성해 저류조를 이용한 침투를 이용한 방법이다. 공학적 처리와 자연적 처리를 통합한 토양대수층 처리방식을 적용하며, 지하 대수층 재충진, 배급수 시스템에서의 혼합 과정을 거쳐 소독 후 재이용된다.

강변여과 과정은 처리기술을 더 많이 포함해 미생물학적, 화학적 안정성은 가장 높으나 비용이 높은 편이다. 강변여과를 통해 하천수를 수집·집수하는 과정이므로 하천수 모니터링 및 오염물 유출에 대한 초기 경보 시스템 등의 원천 제어 후 2차처리, 소독, 하천유출, 강변여과, 인공함양과 추출 등 다양하게 기존하수처리를 거친다.

이후 연수화 UV-AOP, BAC(생물활성탄) 공정, GAC(입상활성탄) 공정 등 다각화된 고도하수처리 과정을 거친다. 하천수와의 혼합, 천부대수층 함양, 관로 연결, 정수지에서의 혼합 등 지류·혼합 과정 또한 다양하며, 기존수처리를 경수지에서 소독한 후 재이용한다.

한편, 재이용 과정 시 △용존성 유기물 △병원성 미생물 △소독부산물, 난분해성 물질, 내분비계 장애물질 등의 미량 유해물질 △부영양화 조류를 발생시키는 영양물질 등에 대한 안전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분산 도시 수자원 시스템’ 도입 필요 
 
물복지는 경제적·기술적 부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지역편차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해 사회적 정의와 물복지의 보편적 수혜를 추구하고자 ‘분산 도시 수자원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요소가 증가함에 따라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증대했던 점도 원인이다.

분산 도시 수자원 시스템은 새로운 조건변화를 신속하게 알아내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향후 적응 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관련자들 사이의 협력과 공조를 통한 경험과 실험의 지식축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비용과 자원 사용이 감소하고 서비스 안전성은 증대해 실패 위험이 낮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역 경제·사회복지를 강화하며, 자연환경의 보호와 재생, 자연적 수자원 시스템의 재정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편, 분산 도시 수자원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구조로 판단된다. 지속가능성은 기본적으로 사회적·환경적·경제적인 3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각 영역은 서로 결합해 다양한 목표를 창출한다.

사회적 조건과 환경적 조건이 만나는 곳에 자연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사회적 조건과 경제적 조건 사이에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의와 평등한 권리를, 환경적 조건과 경제적 조건이 맞닿는 부분에는 환경이 자생적으로 생태를 유지하는 자립 형태를 추구할 수 있다. 이처럼 개별적인 목표가 이뤄질 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재이용은 기후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현재 서울시는 지역단위·개별단위 등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소규모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보다 큰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물재이용을 활성화해 물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물재이용은 기후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본 기고문은 지난 5월 6일 서울시·한국물환경학회 공동주최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물순환 도시, 서울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워터저널』 2015년 7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