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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Part 01. 한국형 적정기술 모델 가능성과 시사점
독고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2015년 07월 03일 (금) 16:05:37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Special  Report]


“개도국에 적정기술 보급,  ‘과학 한류’ 조성 이바지”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과총·서울대·단국대 등 캄보디아에 ‘물 적정기술센터’ 설립
지역개발형·생존형·시장형·현지형 적정기술 개발…안전하고 깨끗한 물공급 앞장

 

   

▲ 독고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Part 01. 한국형 적정기술 모델 가능성과 시사점

우리나라는 60여 년 만에 국가원조 수혜국에서 공혜국이 된 유일한 나라로, 1960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94달러에서 2012년 2만1천600달러로 성장하는 등 전 세계에서 이례 없는 경제발전을 이뤄낸 국가이다.

우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술자들과 많은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 이러한 수혜를 직접 전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나라로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소외된 90% 위한 친환경 나눔 기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지역사회에서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중간기술로 정의되며 △소규모 △분산형 △노동집약형 △저에너지 △친환경적인 특징을 가진다. 특히, 지구촌 소외된 90%를 위한 ‘나눔과 기술’로 적용되는 적정기술은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산화탄소 저감기술 등 친환경 기술과도 접목된다.

적정기술의 대표 제품인 휴대용 정수기필터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 즉 ‘생명의 빨대’는 간단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매우 많은 첨단기술이 융합되어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냉온수 정수기가 평균 280만 원 정도라면 주요 필터 등 적용되는 기술을 모두 포함한 ‘라이프 스트로우’의 가격은 아마존 기준 평균 25달러에 불과하다. 나아가 빠른 교통수단과 IT 발전으로 향상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제품은 대량 보급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이보다 더 훌륭한 기술을 개발해 현재 캄보디아 센터를 운영하는 데 적용하고 있다. 국산 개발 기술인 ‘웰스프링(Well Spring)’은 소형·저에너지·기술 집약·저렴한 가격을 모두 고려한 신개념 적정기술로, 사용 중 필터가 막혀도 주사기 하나로 역세척(Back Washing) 후 재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다. 무동력으로 운영되는 정수 시스템이며 가격은 약 5달러 수준으로 현재 이화여대가 캄보디아에 설립한 이화슬랑 초등학교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 적정기술의 대표 제품인 휴대용 정수기필터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 즉 ‘생명의 빨대’는 간단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매우 많은 첨단기술이 융합되어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신개념 적정기술’ IT·정보통신 융합

이러한 적정기술은 예전에는 ‘후진’ 적정기술이었다면 요즘은 ‘신개념’ 적정기술로 표현할 수 있다. 지금의 신개념 적정기술은 기존에 현지 지역 생산물로 자급자족하던 전통적 기술의 형태에 소형화·기술직접화·친환경적·저에너지·저가의 외부 요소기술을 접목해 현지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첨단기술들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첨단기술과 적정기술이 지역경제 수준으로 인한 격차로 경제력이 있는 소수의 부류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어 왔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IT와 정보통신기술, 교통기술의 발달로 두 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신개념 적정기술의 예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드론(drone)’을 들 수 있다. 과거 470억 원에 이르는 전투기가 국방 무기가 되었다면, 이제는 40만 원에 불과한 드론 한 대가 이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예로, IT와 의료기술을 접목한 원격 진료도 가능하다. ‘피크 레티나(PEEK RETINA) 기술’을 사용해 안구질환의 정확한 판별이 가능하며, 진단 후 현지에 치료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멀리 떨어진 개발도상국 환자의 건강을 보살필 수 있다.

   
 
   
▲ 국산 기술로 개발된 신개념 적정기술인 ‘웰스프링(Well Spring)’은 소형·저에너지·기술 집약·저렴한 가격을 모두 고려한 무동력 정수 시스템으로 가격은 약 5달러 수준이다. 사진은 이화여대가 설립한 캄보디아 이화슬랑 초등학교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웰스프링.

개도국 적정기술 적용 가능성 기대 커

기술개발을 통해 요소화·단순화·소형화·저렴화가 가능해지고, 정보통신 및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정보이용이 가능해진 덕에 적정기술이 역혁명(Reverse Innovation)의 기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베스트 셀러 서적 등을 통해 검증된 후 확대되고 있다.

2015년도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투자액은 약 2조3천억 원으로 0.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적정기술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청년과 실버기술자들에 대한 현지 활용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외국에서도 최근 빌 게이츠가 약 240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도상국에 기술개발을 지원했으며, 특히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개선을 시급하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의 파트너로서 높은 선호도를 가진 국가로 많은 나라가 발전 노하우를 전수받길 희망하고 있다. 또, 국내 산업은 해외진출 다양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청년 및 실버 기술자의 해외 창업·취업 기회 등이 증가해 향후 개발도상국에서의 적정기술 적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캄보디아에 설립된 물 적정기술센터(iWC)는 지난 2013년 미래창조부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한 사업으로 위생시설이 열악한 현지의 물을 개선함으로써 안전한 물을 공급하자는 차원에서 설립됐다. 현재는 최의소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센터장으로 부임하고 있으며, KOICA(코이카)의 지원을 받는 3명의 기술 인력이 현지에 나가 기술개발 및 사후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캄보디아 iWC 통해 ‘자립 생태계’ 구축

주 사업은 크게 △연구개발 △현지화 △교육인력 양성 △현지시범사업 및 사회적 기업화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후속조치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운영된다. 대표적으로 현재 캄보디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물 적정기술센터(iWC) 사업이 있다.

iWC 사업은 물 적정기술 거점센터 설립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물 관련 적정기술개발 및 시범사업, 교육, 글로벌 네트워크 확립, 사업화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안전한 물’ 보급을 가장 기본적이고 시급한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 필로스에서 개발한 ‘웰스프링’은 사용 중 필터가 막혀도 주사기 하나로 역세척 후 재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는 개도국이 적정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인 생활문제 개선, 지역개발, 수익 창출 등이 가능한 ‘자립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도와 과학 한류 조성에 이바지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대학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곳에서 ‘라이프 스트로우’와 같은 생존형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생존형 적정기술’이란 개인 혹은 가정단위의 적정기술로, 생존이나 최저빈곤 탈출을 목적으로 하거나 재난 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빈국, 개도국 빈민지역, 환경난민 등을 대상으로 하며, 현지주민과 NGO, 국내 기술팀 및 국내 NGO 등이 주체가 되어 빗물이용·식수·위생 기술 등을 개발한다.

   
▲ 지속적인 광발전 기반의 가정용 화장실 및 폐수처리 시스템.

   
▲ 물 적정기술센터(iWC) 전경.

시장형 적정기술로 삶의 기반 마련

지역개발형 적정기술로는 새마을운동 등 마을개선사업을 위한 적정기술이 주로 개발되고 있다. 올해 KOICA가 지원하는 새마을운동 사업의 대상국가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으로 현지대학과 개발도상국 정부 및 지자체, 국내 대학, 중소기업, 현지 NGO 등이 힘을 합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상하수도나 분산형 오수처리시설, 물·에너지 통합기술 등 현지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
 
   
 

   
▲ 지역개발형 적정기술의 설치 사례.

생존형·지역개발형에서 나아가 현지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시장형 적정기술도 연계해 개발 중이다. 시장형 적정기술은 사회적 기업을 통한 지역발전을 목표로 하는 기술로,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산·학과 대상국의 산·학·연·관 등이 추진체계가 되어 태양열 담수화 시설이나 막여과·UV 정수시설과 같은 패키지형 정수시설, 중대형 하수 및 오·폐수처리장, 바이오가스 시설 등을 개발하고 있다.

   
▲ 그린엔텍에서 개발하여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보급하고 있는 태양열을 이용한 정수시설(시장형 적정기술).

세계 빈곤층 40억명…전 세계 72%

세계 경제 피라미드에서 하부를 차지하는 인구는 약 40억 명으로, 세계인구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적정기술은 생존형과 지역개발형이 포함된 기술이며, 피라미드 상부로 갈수록 지역개발형 적정기술과 저에너지 및 소형화 요소를 고려한 시장형 적정기술의 수요가 발생한다.

iWC 현지 적정기술 개발내용은 크게 △빗물·지하수 겸용 무동력 정수장치 △퇴비 화장실(Eco toilet) △자갈필터 시스템(Rock filter system) 등이 있다. 빗물·지하수 겸용 무동력 정수장치는 하루 1인당 2L를 기준으로 설계유량 500L를 처리하기 위해 멤브레인 필터 2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처리수 저장을 위해 500L 탱크 2개를 설치했다.
 

   
▲ 현지형 적정기술의 설치 사례.

이 장치는 처리수 저장고에서 물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바닥으로부터 40㎝의 공간을 주고, 그 위에 원수 저장고를 설치하는 간단한 프레임을 갖고 있다. 청소는 주사기를 사용해 물의 흐름 방향과 반대로 처리수를 주입, 필터에 걸러져 있던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지 개발기술 사업화 방안 마련

한편, 캄보디아를 비롯한 개도국 인구의 80%가 개방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iWC 연구진은 캄보디아 국립기술대학(NPIC) 내에 시범 설치한 에코 화장실을 기반으로 가정에 공급이 용이한 모듈형 퇴비 화장실을 개발했다.

퇴비 화장실은 구입이 편리하고 저렴한 현지 재료를 조합해 모듈을 제작할 수 있으며, 총비용이 300달러 이하로 제작이 가능해 비교적 화장실 제작비용에 대한 금전적 거부감이 적다.

   
▲ 가정에 공급이 용이한 모듈형 퇴비화장실.

연못과 하천 수질을 70∼80%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갈필터 시스템은 주먹만한 돌을 1.5∼2m 정도 쌓아 오염된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돌 위로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미생물막이 돌에 코팅되면서 성장하고 이를 분해해 수질이 점차 개선되는 원리이다. 이러한 방법은 살수여상(Trickling Filter)이라고 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하수처리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iWC 현지 적정기술의 사업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병물(bottle water) 사업화 추진 계획은 사회적 기업과 연대해 현지 주민이 물을 한 병 팔 때마다 일정 금액을 회수해 재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에코 화장실 보급사업 추진계획 또한 유지관리 회사를 설립해 연계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 자갈필터 시스템은 주먹만한 돌을 약 1.5∼2m 쌓아서 상부로 오염된 물을 펌핑해 돌위로 흘러내리게 하면 미생물막이 돌에 코팅되면서 성장하고 이를 분해해 수질이 점차 개선된다.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램 발주로 전환

적정기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프로젝트 발주방식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발주방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기존 프로젝트 중심의 발주가 국내 공급자 중심의 기술제안이자 외형적·가시적 성과 중심의 단기간 지원이었다면, 분야별 프로그램 중심 발주는 현지 기술생태계 조성이 중점이 된다.
중기간 동안 현지 교육기관 협력과 사업화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사후관리 시스템이 미흡했던 기존의 방식에 비해 사후 지속적인 관리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적정기술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는 △CRS 등 사회책임 △교육 분야 △관련 전문가 △비즈니스 등으로 구성되며, 협력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업 및 소비자 모임 등 사회책임 단체를 통해 지속적인 자금흐름을 유지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

또, 학생들의 경진대회를 통해 제안된 새 기술의 설계를 개선시켜 상품성을 높일 수 있으며, 현지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모니터링 및 문제점 보완 등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현지 사회적 기업·NGO 등을 통해서는 개발된 기술의 현지 사업화를 도모하고 있다.

   
 
2년 단기계약 아닌 장기파견 필요

국내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창의설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5월 개최한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에는 78개 팀이 참여했는데, 이는 작년 48개 팀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이러한 관심은 교육 분야에서 일컫는 STEAM(Science·Technology·Engineering·Art·Mathematics), 즉 과학·기술·설계·예술·수학과 함께 연계되는데,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지원해 우수 작품을 현지 시범사업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술의 완성도가 높으면 사업화가 가능하다. 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디자인이다. 제품의 외형이 좋지 않으면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진행되고 있다.
적정기술 상용을 위해선 사업을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하고, 센터를 다변화·다각화시켜 국내의 청년 및 실버인력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핵심 적정기술의 현지화 방안과 적정기술 협력사업의 모델을 마련하고, 적정기술 사업의 추진방향과 방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이러한 인력 투입이 2년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인력이 장기적으로 대상국가에 머물며 그 나라에 기여하고 과학기술의 한류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워터저널』 2015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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