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부영양화 막고 어류 산란 공간 등 제공

팔당호 경안천 수역에는 인공으로 만든 식물섬이 있다. 이른바 수초재배섬.

   
▲ 국립환경과학원 변명섭연구사


물풀을 심을 수 있는 틀과 이를 물위에 띄울 수 있는 부력재질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상수원으로 쓰이는 대형 호수의 부영양화를 막고, 어류의 산란이나 서식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팔당호 외에도 진양호, 화진포, 의암호, 파로호 등에 설치되어 있고, 외국에서도 응용이 활발한데, 주로 수중동물과 육상동물의 서식지 제공, 철새와 곤충의 보금자리 조성, 파도나 배의 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연안의 침식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팔당호의 수초재배섬은 지난 2000년 5월 인공토양을 만들어 수초를 심고 물 위에 띄워 놓음으로써 설치를 마쳤다. 갈대, 달뿌리풀, 줄 등 21종의 수생식물이 뿌리를 내렸고, 부처꽃, 노랑꽃창포, 질경이택사, 여뀌 등 꽃이 고운 식물도 자라고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수초재배섬의 진가는 조류발생을 줄이고 수중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이 인공섬에 심은 수초는 뿌리를 물로 내려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염류를 흡수한다. 물속에 질소나 인이 과다하면 부영양화가 일어나 수질이 악화되기 쉬운데, 수초재배섬의 풀은 질소나 인을 흡수하며 자라기 때문에 성장한 풀을 잘라내면, 질소나 인을 물 밖으로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수초재배섬은 빛이 직접 수면에 닿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식물 플랑크톤, 특히 여름철 수돗물의 불쾌한 맛과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남조류의 성장을 억제한다. 반면, 수생세균이나 동물 클랑크톤의 수는 월등히 높아서 수중생태계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든다.

   
▲ 팔당호 수초재배섬

물 속에 사는 수생세균의 수가 많다는 것은 오염물질을 빠르게 제거하거나 분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수초재배섬에 분포하는 수생세균의 수와, 세균이 분비하는 효소의 활성도 등을 조사했더니, 수초가 자라지 않는 유역에 비해 살아있는 세균수는 31.6배, 효소활성도는 7.4배가 더 높았다. 또 물 1리터당 동물 플랑크톤의 수도 수초가 자라지 않는 유역보다 약 5배 정도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처럼 동물 플랑크톤이 많이 서식하면 식물 플랑크톤을 많이 잡아 먹기 때문에 녹조현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수초재배섬의 뿌리 부분에서는 징거미새우, 고추잠자리 유충, 아시아실잠자리 유충 등의 물속에 사는 곤충이 다수 채집됐다. 이들은 수중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다. 섬 주변 수역의 서식어류는 24종으로, 경안천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초지대의 어종수와 같은 분포. 특히 소형어종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물고기 산란장이나 어린 물고기 사육장, 때로는 피난처로 이용됨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아무르산개구리, 두꺼비와 유혈목이 등의 양서파충류, 붉은머리오목눈이, 흰뺨검둥오리, 물닭, 쇠물닭, 왜가리 등 텃새 및 철새가 서식하고 있어 수초재배섬 설치 후 6년이 경과한 현재는 수중생태계 뿐 아니라 육상생태계 역시 안정된 형태로 발달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 소양호와 충주호 등은 수위변동이 심해서 물가가 사막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다. 수초재배섬은 이런 대형호수의 생태를 복원하는데 활용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강물환경연구소는 우리나라 18개 수초재배섬을 비교분석해 수초재배섬이 생태적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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