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해설] 10년 마다 조사…지속가능개발에 필요한 자료 생산

   
   
▲ 서민환 국립환경과학원 경관생태과장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산하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종다리, 하늘다람쥐 등을 이제는 만나기 어려워졌다. 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증거다. 동·식물이 떠나도 우리는 변함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우리의 생태계를 백척간두에 서 있는 양 위태롭게 한다. 생태계가 더 악화하기 전에 보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일이 시급한데 보전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생태계 현황을 정확히 아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은 1973년부터 전국 단위의 생태계 기초조사를 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여러 분야에 걸친 생태계 조사를 하고 있다. 선진국 마다 나름대로 생태계 조사를 하는 이유는 생태계의 현황파악이 모든 국토계획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 나라보다 늦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자연환경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체계적 자연환경조사


올해는 제1차 전국자연환경조사 사업이 시작된 1986년으로부터 꼭 20년째 되는 해이며, 제3차 조사가 시작되는 첫 해이기도 하다. 전국자연환경조사는 자연환경보전법에 10년마다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도록 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지형, 식생, 동·식물상 등 자연생태계 분야의 내노라하는 전문가가 총동원되는 최대 규모의 국가 자연환경조사이다.


제1차 조사가 시작된 1986년만 해도 변변한 생태계조사조차 거의 한 적이 없었다. 학계 혹은 일부 단체에서 간헐적이고 국지적인 조사만 있었을 뿐이다.


1990년까지 5년간 이어진 제1차 조사에서는 20억 원을 들여 최초로 전국단위의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자연환경조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계 지도인 녹지자연도와 현존식생도를 제작해 최근까지도 각종 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로 하고 있다.


제2차 조사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육상생태계뿐 아니라 해안이나 무인도서까지 포괄해 수행했다. 조사결과는 취합하여 자연환경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생태·자연도를 만들어 체계적 국토관리의 초석을 다졌다. 또 조사 결과를 토대로 153개의 무인도서를 특정도서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반도 생물 변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올해부터 2010년까지 계속될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는 250여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전국의 전문가 400여 명이 동원된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하는 동·식물은 현장에서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으로 출현지점을 입력해 정밀한 동·식물 분포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산이나 하천 등의 경계에 따라 권역을 구분해서 조사를 하다 보니, 일부 경계지역에 대해서는 조사가 소홀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3차 조사에서는 전국을 일정한 크기의 격자로 구분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입력 시스템이 2007년부터 도입되면 자료 입력시간을 줄이고, 조사 결과를 바로 지도 제작에 반영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앞으로 실시할 조사결과와 비교해 생물상의 변화를 정확히 알아내고,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의 생물상 변화를 파악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이용 계획 수립에 필수적


전국자연환경조사란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생태계를 조사하고, 앞으로 생태계가 바뀌어나갈 방향에 대한 예측까지 포함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와 예고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조사에 임해 준 수많은 전문가의 노력 없이는 지금까지의 성과는 얻을 수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자연환경조사 결과는 생태·자연도, 국토환경성 평가도 및 토지피복지도 등 국토이용 계획을 세울 때 필수적인 도면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검토 등에도 널리 이용됨으로써 국토의 균형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앞으로 5년간 400여 명의 전문가와 함께 우리나라 생태계의 정확한 모습을 그려내는데 온 정성과 열정을 쏟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국토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전략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내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만으로는 국토 보전이라는 목적이 모두 달성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쓰는 생태계는 후손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생태계의 이용이 이루어질 때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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