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 두산중공업 워터BG 상무


해수담수화 시장 개척 위한 투자재원 마련 필요

해외 선진 기업들 자국 시장 바탕 신규 기술·경험 축적하여 해외서 사업 활발
두산, 부산 기장에 국내 최초 대용량 식수공급용 해수담수화 플랜트 성공적 수행


▲ 이동혁 두산중공업 워터BG 상무
Part 01. 해수담수화 산업 육성 방안

두산, 해수담수화 EPC 점유율 1위

세계 물시장은 2012년 574조 원에서 오는 2018년에는 726조 원으로 7년 동안 약 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인프라 투자 수요는 철도 540억 원, 도로 2천450억 원, 통신 6천460억 원, 물 7천720억 원으로 물관련 인프라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2020∼2030년에는 1조370억 원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담수화산업의 전반적인 메가 트렌드(Mega trend)는 △통합 솔루션 제공 △민·관 협력 확대이다. 통합 솔루션은 재원조달부터 설계, 건설, 운영까지 모든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것으로, 세계시장은 이제 이러한 ‘통합 One-stop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

민·관 협력 확대의 지속도 메가 트렌드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해수담수화 부문에 있어 국가적으로 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G to G(정부 대 정부)’ 지원을 크게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는 사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국가 예산으로 무료로 지원해 통합 솔루션 업체에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으로 프랑스나 이스라엘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시장 진출의 기회를 더욱 쉽게 잡을 수 있다. 

▲ 두산중공업은 RO 방식을 도입, 부산 기장에 RO 플랜트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대용량 식수 공급용 해수담수화 플랜트(사진)를 구축했다.

2010∼2013년 동안 두산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EPC 시장 점유율은 19%로 1위를 유지했으며, 이어 프랑스 Veolia (베올리아), 이스라엘 IDE, 스페인 Acciona Agua(아씨오나 아구아) 순으로 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해수담수화 시장 경쟁의 심화로 머지 않아 순위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규모 사업 증가…중소기업 기회

현재 세계의 해수담수 업계는 기존의 발주 방식 및 선호기술 등의 관점에서 많은 변화를 거치고 있다. 해수담수화 업계의 트렌드는 크게 △투자사업 △플랜트 규모 다양화 △RO 방식 시장 확대 △경쟁 심화로 정리된다.

투자사업은 2010년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GCC  (걸프협력회의) 국가나 메나(MENA) 지역에서의 발주 물량이 떨어지면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EPC 부문에서는 미래의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동반한 투자사업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동안 담수화 플랜트가 주로 1조 원, 수천 억 원 대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됐던 것에 비해, 최근 플랜트 규모가다양화되면서 중·소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추세이다.

중소기업에게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진출에 앞서 기업이 글로벌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해외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발식 지고 RO 방식 떠올라

또 다른 트렌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역삼투압(RO) 방식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으로, 기존의 증발식에서 RO 방식으로 기술이 변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시장의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공장에서 직접 중간재를 생산해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었으나, 바뀐 트렌드 속에서 증발식 제조업체들은 대형 제조공장을 갖춰야 하므로 새로운 담수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증발식 담수화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FISIA(피지아), 일본 Hitachi(히타치)와 SASAKURA(사사쿠라), 프랑스 SIDEM(시뎀), 두산중공업이 한정적인 경쟁을 펼쳐 수익이나 프로젝트 규모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 지금까지 시장의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증발식과 RO 방식으로 생산된 물의 수도요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트렌드가 RO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담수화 산업의 후발주자들이 저렴한 비용의 RO막 생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중공업도 RO 방식을 도입, 부산 기장에 RO 플랜트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대용량 식수 공급용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구축했으며, 해수담수화 기술의 국산화 및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RO 기업들 입찰 경쟁 심화

▲ 싱가포르의 하이플럭스는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싱가포르 내 RO 플랜트 100% 수주를 달성하고, 자체 멤브레인을 개발해 자국에서 적용한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플럭스가 운영중인 싱가포르 최대의 투아스프링(Tuaspring) 해수담수화 플랜트.

증발식 담수 플랜트의 대표업체는 5개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RO 담수 플랜트의 대표업체는 이스라엘 IDE, 미국 Xylem(자일럼), 싱가포르 Hyflux(하이플럭스), 프랑스 Veolia(베올리아) 등 상당수 있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예를 들어 7개사가 경매에 참가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Jubail) RO 4단계 플랜트 수주 입찰 경쟁을 보면, 실제 수주금액 9천870만 달러 대비 최저가 및 최저가 대비율이 각각 124%, 213%로 2배 가량 차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선진기업은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신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베올리아는 현재 프랑스 정부에서 8.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50년 동안 자국 내 플랜트 운영을 통한 O&M 실적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하이플럭스는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싱가포르 내 RO 플랜트 100% 수주를 달성하고, 자체 멤브레인을 개발해 자국에서 적용한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IDE는 2007년 이후 발주된 이스라엘 내 대형 RO 플랜트 4개를 모두 수주하는 등 자국에서 쌓은 대형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각국을 대표하는 물기업들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는 점으로,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이러한 정부의 지원 사례가 없다.
 
해외진출 ‘통합솔루션 모델’이 해답

▲ 해수담수화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체 수자원으로서 지속적인 국내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발주를 통해 국내 대·중소기업의 핵심기술 개발 및 수행 실적 축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사업은 설계, 시공, 운영, 조달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설계와 시공이 합쳐진 턴키(Turn-key) 형식의 발주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운영부문은 여전히 민간기업을 배제한 지자체나 공기업 등 운영위탁업체에 의해 이뤄지며, 자본조달은 지자체 및 정부가 담당한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 요구하는 선진 사업 수행 모델은 설계부터 시공, 운영, 조달의 모든 과정을 ‘One-stop’으로 진행하는 통합솔루션 모델이다.

해수담수화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체 수자원으로서 지속적인 국내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발주를 통해 국내 대·중소기업의 핵심기술 개발 및 수행 실적 축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해수담수화 정책 정비를 통해 초기 개발부담 해소를 위한 부지를 제공하고, 운영비 감소를 통한 물값 경쟁력 향상을 위해 농업용 전기 사용을 허가하며, 민간의 장기 컨세션(Concession) 계약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해수담수화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들이 지분 투자로 신규 시장에 진입하게 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워터저널』 2015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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