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구 한국수자원공사 기획조정실

특화된 상하수도 운영·관리 전문기관 늘어나야 물산업 발전

   
지난 2월 14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환경부가 수립한 ‘물산업 육성방안’이 의결되었다. 정부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물산업을 현재의 2배 가까운 연간 20조 원 규모로 키우고, 세계 10위권 물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2006년 범정부 차원의 수도사업 구조개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한 점은 더 더욱 반갑다. 그동안 정부의 수도사업 구조개편 정책 제시와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하여 산업적인 성장이 지연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산업은 그동안 건설 중심의 패러다임과 함께 성장해 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한 대대적인 시설 확충의 결과로 2004년에는 전국적인 시설 보급률이 상수도 90%, 하수도 80%를 넘어섰다. 또한 상하수도를 합친 수도산업의 규모가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의 1.3% 수준인 연간 1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신규 시설 건설 중심의 물산업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하수도 시설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인프라 확충 투자는 2011년이면 대부분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수도의 경우 2004년 신규 시설 공사비는 전체 세출의 15.5%에 불과한 8천391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 개량 및 유지관리 비용이 52.1%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물산업이 추가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진국형의 관리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여 새롭게 건설할 시설의 수요가 없는데 건설에만 연연해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기존 시설의 효율적인 관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국민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면 물산업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시설의 유지보수와 개량 등에도 상당한 규모의 잠재적인 투자 수요가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업계는 선진국 진입에 대비한 서비스 수준의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2006년 2월 산업연구원의 ‘한국산업 발전비전 2020 프로젝트’ 공동연구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년대 후반 마의 2만 달러 장벽을 돌파하여 2020년이면 최고 5만 달러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서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07년 7월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표준을 발간할 예정에 있어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은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나라 물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별로 공무원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상하수도 사업의 구조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건설 시대에는 상하수도 서비스의 신속한 보급 확대 중심 이였고, 시설공사 발주와 수도시설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관리가 요구되었다.

그러나 관리시대에는 기존 시설을 어떻게 유지보수하고 개량하느냐에 정교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전문기술과 노하우가 필수적이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 지자체의 경우 상하수도 사업을 전문기관에 위탁 경영하는 것이 더욱 더 요구된다.

2006년 6월 30일부터 개정 「수도법」이 시행되면 특·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도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조건으로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유수율 제고 분야에 경쟁우위가 있고,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고도정수처리 도입 등 수질 분야에 비교우위가 있다.

이들 상수도사업본부가 전문기관으로서 하루 빨리 국내 위탁시장에 참여하여,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우리나라 상하수도 서비스 수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 물시장에 진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운영관리 업무에 특화된 우리나라의 물 전문기관들이 늘어나야만 국내·외 시장에서 건설, 설비, 엔지니어링 등 하부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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