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진 /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특집] 2014년 하반기 물종합기술연찬회

 


물산업 해외진출 위해 KWP 구축 필요

네덜란드 NWP·프랑스 FWP·독일 GWP 구축 해외진출 지원
물산업, 정부 주도 공공사업 많아 국가차원 지속적인 지원 필요

[특강] ②물산업 해외진출 위한 민·관 협력 강화 방안

 


▲ 이시진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우리나라의 정수처리나 하수처리 기술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며, 하수처리율은 93%에 달한다. 이미 물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민간회사가 진입할 시장은 그만큼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포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수처리시설이 필요한 곳이 전 세계에 40%나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 주목해야 하며, 지난 35년 간 국내 물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이익을 창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적 정수기술로 해외시장 진출

세계 물산업은 연평균 4.9%씩 성장해 2007년 기준 3천620억 달러에서 2025년 8천65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체 물 시장의 85% 이상은 상수·하수 시장이다. 이미 물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노후 상수관망 개선이 주요한 시장이며,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이 중심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취수, 공급, 재생을 거치는 물의 흐름에 따라 국내 물산업을 제조, 건설, 운영으로 크게 나누어 봤을 때, 취수는 주로 수자원 관리에 속하고, 공급은 정수처리, 재생은 하수처리 분야에 속한다.
이 중 우리나라 정수처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현재의 물 기술을 가지고 태국,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는 수돗물 사용이 아직까지 꺼려지는 만큼, 우리 기술이 진입할 해외 시장 기회는 아직 많다는 전망이다.

▲ 물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노후 상수관망 개선이 주요한 시장이며,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이 중심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아프리카 알제리 하수처리장 전경.

민간기업 운영시장 참여 기회 필요

2007년 기준 세계 물시장이 반도체 시장(2천800억 달러)과 조선산업(2천500억 달러)보다 큰 규모의 시장으로 성숙한 만큼 세계 물산업 패러다임 역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물산업은 △종합서비스 산업화 △민영화 및 분산화 △광역화 및 통합화 △글로벌화 및 전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산업은 단순히 수자원을 확보하거나 정수·하수처리하는 과정을 떠나 종합서비스 산업화가 되고 있으며, 수자원 확보부터 홍수예방, 유역개발 등 물 순환 체계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민영화가 매우 민감한 사안 중 하나지만, 전 세계적으로 민영화 및 분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물산업 등 모든 분야가 민영화된 지 200년이 넘었으며, 런던 시내의 수돗물을 프랑스 회사가 생산하는 등 자유롭게 외국시장으로 진출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 회사인 베올리아(Veolia)사가 국내의 하수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민영화를 통해 민간기업에 정부 주도의 중앙 집중된 상하수도 운영관리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분산화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광역화 및 통합화도 세계적인 물산업 추세 중 하나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중·소규모 상하수도 사업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광역화 및 통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중·소규모의 하수처리장을 각각 따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세계 물산업 현황 및 전망

물산업 육성책 있지만 해외진출 부진

글로벌화 및 전문화 역시 피할 수 없다. 물산업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문화된 기업이 세계 물시장을 주도하는 대규모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했다.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면, 프랑스는 IOW(International Office for Water)를 설립해 자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물산업 허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술력, 운영 능력의 강점을 활용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즉, 주요 국가마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을 내놓고 있고,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기관이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 국내기업 물산업 해외 수주 현황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물산업 육성방안이 2006년에 마련됐으며, 이듬해인 2007년에는 ‘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이 수립됐다. 2009년에는 물산업 육성과 해외진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고, 2014년에는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및 KWP(Korea Water Partnership)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의 물산업 해외 수주는 1965∼2010년까지 약 37억 달러 규모로 1980년 전후 중동지역 수주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미흡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리비아 대수로 사업을 하며 급격하게 계약금액이 치솟은 적이 있었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물산업 해외진출의 특징은 전체의 88%가 담수화 사업으로 중동지역에 치중해 있다는 점이다. 또, 시설 및 건설 분야에서 건설이 완료되고 나서 5년 정도는 시설운영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운영관리 분야로의 진출이 미흡하다는 점이 있다.

체계적인 정보 수집·공유 필요

국내기업이 해외사업에서 부진한 이유는 △해외진출 추진 동력 부족 △사업정보 수집능력 및 정보 네트워크 부족 △사업 리스크 및 사업 타당성 분석 미흡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전략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산업 육성 정책은 싱가포르나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수립되었으나, 국가적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되지 못해 추진 동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 물산업은 내수 위주이며, 해외진출도 일부 분야에서 대기업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에 우리는 물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해외진출 통합 플랫폼(Platform) 구축 및 관리를 위한 사무국을 설치해 통합적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사업정보 수집 능력과 정보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부진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찰정보 및 사업·시장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집하거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개별기업이 별도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조사나 사업 발굴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해외사업에서 국내 기업 간의 경쟁 심화와 일부 기업의 저가 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중소규모 기업의 정보수집 자본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물산업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선 해외 고위인사 초청 사업으로 국내 기업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강화에 도움을 주고, KEITI(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해외환경협력센터 및 해외건설협회 해외지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대형 국책사업에 국내기업을 참여시켜 국제적인 실적 확보 및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영관리 분야의 수주를 확대해 건설 이후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해외사업 리스크·타당성 조사 필수

해외사업의 경우 투자환경 및 사회·문화적 특성 차이로 인해 위험이 큰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사업 리스크 및 사업타당성 분석 결과를 간과한다는 것도문제점이다. 대형 건설사가 해외에서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타당성 조사(F/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인데, 국내기업은 수익성이나 사업 실현의 가능성보다는 실적 위주의 수주로 인해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상사업에 대한 사업 리스크 및 타당성 분석 컨설팅 지원체계를 구축해 KEITI,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건설협회 등의 조사보고서를 함께 검토함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R&D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며,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다변화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진출을 위한 수주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개발 및 사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R&D를 외국에서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자금이 부족해 기술개발을 하지 못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공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 물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이 많으므로 국가차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해외진출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문경시 홍덕정수장 전경.

‘코리아 워터 파트너십’ 구축 필요

결국 물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정부주도의 공공사업이 많으므로 국가차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해외진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까진 물 관련 국제협력 창구로 ‘한국물포럼’이 설치됐으나, 조직이나 역량 측면에서 ‘워터 파트너십(water partnership)’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네덜란드는 1999년 ‘네덜란드 워터 파트너십(NWP)’을 조직해 2008년에는 물산업 해외수출 10조 원을 달성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도 각각 FWP, GWP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코리아 워터 파트너십(KWP)’을 조직해 물산업 협의체로서 기능하게끔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진출 관련 업무를 총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민간기업 등의 연계 활동과 R&D,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 집행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참여 대상은 각종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정책금융기관, 연구기관 및 민간기업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 안에는 경영지원팀, 사업전략팀, 사업지원팀, 정보분석팀 등을 구축해 행정부터 정보수집까지의 모든 업무를 포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KWP(Korea Water Partnership)는 △사업정보 수집 및 공유 △인적 네트워크 구축 △동반진출 지원 △컨설팅 지원 △브랜드 구축 및 마케팅 △자금 지원 등의 기능을 하게 될 예정이다.

▲ 주요 국가의 Water Partnership 현황

해외진출 중장기 지원방안 마련 필요

따라서 우리나라는 2014년 물산업 클러스터 및 클러스터 내 KWP 구축을 추진하고, 2015년 국내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 기간에 물산업 강국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2016년에는 산업지원기능을 심화하고 확대·개편해 중장기적인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대형 국책사업에 국내기업을 참여시켜 국제적인 실적 확보 및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영관리 분야의 수주를 확대해 건설 이후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물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 외에도 시장 다변화에 맞춰 중동에서 벗어나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워터저널』 2014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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