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 소장)

 

잘못된 물 수요량 추정, 국가적 낭비·재앙 불러

물 절약·재활용,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2020년 생활·공업용수 80억㎥ 넘지 않아
댐 건설, 대표적인 환경파괴적 개발 행위



   
수자원장기종합계획(건설교통부, 2001)에 의하면 <표1>에서와 같이 우리나라의 연간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수요량은 2001년 105억6천400만㎥에서 2020년에는 134억6천800만㎥로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절대량으로 29억400만㎥이 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2020년의 물 수요량을 같은 해 우리나라 추정인구 4천995만4천명(통계청, 2004)으로 나누면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745L가 된다.

이 중 생활용수 수요량은 2001년의 73억1천200만㎥에서 2020년에는 90억2천100만㎥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공업용수 수요량은 2001년의 33억4천500만㎥에서 2020년에는 45억5천300만㎥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시지역 생활용수 큰 변화 없어

도시지역의 생활용수는 가정용수, 업무용수, 영업용수 및 욕탕용수로 구성되고 가정용수는 화장실용수, 목욕·샤워용수, 세탁용수 및 주방용수로 구성된다. 가정용수 사용량은 나라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194L(서울), 최소 139L(전남)로 전국평균치는 172L(2002년)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독일 145L, 영국 160L, 미국 225L, 일본 239L 등이다. 업무용수는 최대 82L(대구), 최소 18L(울산)로 전국평균치는 39L이고, 영업용수는 최대 60L(서울), 최소 18L(제주)로 전국평균치는 46L이며, 욕탕용수는 최대 10L(서울), 최소 1L(제주)로 전국평균치는 7L이다. 무수수량은 최대 59L(전북), 최소 17L(경기)로 전국평균치는 38L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평균 생활용수량은 302L가 된다.

   
국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지금까지의 물 사용 추세나 물 사용구조에 비추어 볼 때 장래에도 증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생활용수 중 가정용수의 예를 들면 사람의 하루 용변회수, 샤워회수, 옷 갈아입는 행태, 세끼 밥 먹는 행태 등이 변하지 않는 한 국민 한 사람의 생활용수 사용량은 지금이나 20년 후에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업무용수, 영업용수, 욕탕용수 등도 모두 가정 밖에서의 용변, 식사, 목욕 등과 관련된 것이므로 장래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업용수 수요량 증가 크지 않아

공업용수는 공장의 공정수와 제품수로 사용되는 물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공업용수 사용량 통계를 보면 <표2>에서와 같이 연평균 약 15억 톤 수준이며, 그 사용량 추세는 지난 5년 간 큰 변화가 없다. 2001년 공업용수 사용량은 15억444만5천㎥로 국민 1인당 1일 평균사용량은 87L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공업용수 사용량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래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IT 산업 등 3차 산업부문의 확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됨으로 장래 공업용수 수요량이 크게 증가한다는 요인을 찾기 어렵다.

   
2020년의 국민 1인당 1일 생활용수 수요량을 302L, 공업용수 수요량을 87L로 추정하고, 추정인구를 4천995만6천명이라고 하면, 연간 생활용수 수요량은 55억700만㎥, 공업용수 수요량은 15만8천600만㎥ 등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총 수요량은 70억9천300만㎥이 된다. 이와 같은 추정치는 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누수나 증발과 같은 손실이 전혀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경우이므로 실재로는 적정수준의 손실량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수돗물의 누수율은 1995~2002년 기간 중의 통계를 보면 19.5%에서 12.3%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2020년에 적용하여 누수율을 10.0%로 가정하면, 실재로 필요한 물의 양은 생활용수 61억1천900만㎥(336L/인/일), 공업용수 17억6천200만㎥(97L/인/일) 등 총 78억8천100만㎥이 된다.

장래 물 수요량 과다 추정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추정한 2020년의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수요량은 134억6천800만㎥으로, 생활용수 수요량은 89억1천500만㎥, 공업용수 수요량은 45억5천300만㎥이다. 이 수치는 여기서의 추정치 78억8천100만㎥보다 55억8천700만㎥가 많은 숫자다. 이와 같은 차이가 생긴 이유는 첫째, 수자원 수요량을 추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는 인구추정치가 서로 다르다. 여기서는 2020년 인구추정치를 49,954천명으로 한데 반해, 종합계획에서는 52,358천명으로, 240만4천명, 즉 4.8% 많게 추정하였다. 둘째, 2020년 국민 1인당 1일 평균 생활용수 수요량을 여기서는 302L로 추정한데 반해, 종합계획에서는 472L로 추정하여, 여기서보다 56.3% 많게 추정하였다.

   
셋째, 2020년 국민 1인당 1일 평균 공업용수 수요량을 여기서는 87L로 추정한데 반해, 종합계획에서는 238L로 추정하여, 여기서보다 2.86배 많게 추정하였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사용한 추정치가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 외에도 간단한 기초자료의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10년간 수돗물의 유수수량은 국민 1인당 1일 평균 252L로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중 누수율이 1996년의 19.6%에서 2003년의 13.6%로 감소함에 따라 수돗물 총 생산량은 58억3천600만㎥에서 57억2천300만㎥로, 오히려 1억1천300만㎥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업용수 사용량의 추이도 <표2>에서와 같이 장래 대폭적인 증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부존량’과 ‘이용가능량’틀려

물 수요량의 과학적인 추정은 수자원수급계획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장래 물 수요량 추정이 잘못되면 계획의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러한 물 수요량 추정치를 근거로 한 모든 정책이 허구가 되어 인력과 예산 및 시간의 낭비는 물론, 장래의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국가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2020년의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수요량 증가분 29억400만㎥에 대해 수도요금인상, 노후관개량, 중수도 및 재이용, 절수기기설치 등 수요관리에 의해 13억3천400만㎥를 충당하고, 댐건설 등 신규수자원개발에 의해 나머지 15억7천만㎥를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신규수자원개발계획에는 다목적댐 건설 12개소(9억9천100만㎥), 용수전용댐 건설 9개소(9억5천300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댐 건설은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댐 건설에는 막대한 국가재원이 투입되어야 함은 물론, 댐 건설은 생태계의 파괴, 지역주민의 이주, 문화재와 농경지 수몰 등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환경파괴적 개발행위다.

우리나라의 수자원 부존량 산출방식은 연간 수자원 평균 재충전량을 1천276억㎥로 보고, 그 중 증발산량과 바다 유실량을 뺀 나머지인 하천수, 댐용수 및 지하수 충전량을 합한 수량으로 하고 있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그 부존량을 337억4천100만㎥으로 잡고 있고, 거기에는 생활용수 72억1천900㎥, 공업용수 33억4천500만㎥이 포함되어 있다.

생활용수 부존량과 공업용수 부존량을 합하면 105억6천400만㎥이 되어 여기서 추정한 2020년 수요량 78억8천100만㎥을 훨씬 초과하게 되기 때문에 장래 우리나라의 물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부존량과 이용가능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존량은 연간 자연에 의해 재충전될 수 있는 양이고, 이용가능량은 재충전된 물 중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개발, 운반, 처리, 분배, 사용이 가능한 양을 말한다.

우리나라 물 문제는 수질문제

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수질이 해당 물 용도에 적합해야 한다. 오염된 물은 수량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질문제가 없다면 물을 두 번, 세 번 재사용 내지 재활용할 수 있게 되어 수량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장폐수, 생활하수, 축산폐수, 비점오염원 등 인위적,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물이 오염되기 때문에 정수를 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 귀중한 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물 절약과 재활용이 수자원장기계획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호 전경.
오염된 물을 정수 하는데는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따른다. 오염물질에 따라서는 현재의 정수기술로는 그 제거가 어렵고, 기술적으로 제거가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고도정수처리기술 개발이 수자원수급대책의 우선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수처리 외에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수질오염원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방류하여 공공수역의 수질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하수와 폐수를 정화하는 데도 역시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따르며, 경제성 있는 고도 하·폐수처리기술 개발이 우선과제로 등장한다.

장래 우리나라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 중 하나는 물 절약과 물의 재활용이다. 물 절약과 재활용은 앞에서 말한 수질문제와 수량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물 절약은 곧 수질오염물질 발생량의 감소를 의미하며, 발생량 감소는 공공수역에 대한 수질오염물질 부하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물 절약은 원수 취수량을 감소시켜 하천의 유량을 증대시킴으로써 그 자정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물 절약은 정수비용의 절약을 의미함으로 경제적인 이득도 크다.

생활용수의 절약은 생활습관 내지 행태 변화와 기술적인 문제해결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하다. 일반 샤워기의 물 유출량은 분당 18L인데 비해 절수용 샤워기의 분당 물 유출량은 10L이고 한 사람의 평균 샤워시간을 3분이라고 하면 절수용 샤워기를 사용할 경우 1인당 1일 24L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샤워용수의 경우 샤워습관에 따라 물 사용량에 큰 차이가 난다. 앞의 경우, 샤워시간 내내 물을 틀어놓을 경우 30L가 소비되지만 몸 적시기→(샤워기 잠그기)→비누칠하기→(샤워기 틀고)→헹구기의 순서로 샤워를 하면 샤워시간은 약 반으로 줄어들 수 있으므로 1인당 1일 39L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절수전략을 화장실, 세탁실 등에 사용하면 전체적으로는 현재 생활용수 사용량의 30%인 1인당 1일 90L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이 양을 전 국민에 대해 계산하면 생활용수 부문에서만 연간 약 16억㎥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을 재활용하면 물 절약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수도 등에 의한 물의 재활용 양은 연간 800만㎥에 불과하고, 2020년의 물 재활용 양도 9천600만㎥으로 예상하고 있다(수자원장기종합계획, 건교부 2001). 현재 우리는 거의 모든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단 한 번 사용한 후 버리고 있다. 2020년까지 물 재활용률을 10%로 올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8억㎥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물 절약과 물 재활용만 제대로 되면 2020년의 물 수요량은 추정량보다 물경 24억㎥가 절약되어 물 문제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물 사용 습관의 개선과 물 절약 기술개발이 전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물 공급량 증대 최소한에 그쳐야

물 공급량의 증대는 물 절약과 물 재활용과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물 사용이 증가하면 오염물질 발생량과 부하량은 증가하고 물 정화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의 공급량 증가는 상대적으로 유지용수를 감소시켜 하천 등의 자정능력을 감소시키고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가피하게 새로운 수자원을 개발할 경우에도 환경적, 경제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우선적으로 물의 재활용 성격이 강한 강변여과수나 복류수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강변여과수는 하천 유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적당량의 개발·사용은 유지용수의 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강변여과수 및 복류수 사용량은 연간 약 5천만㎥ 수준이다. 강변여과수의 개발은 물 공급량 증대를 위한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신규댐 건설은 수자원수급대책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막대한 재원과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새로운 댐은 물 절약과 재활용, 강변여과수나 복류수의 개발 등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수단을 모두 동원해도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만 그 건설을 고려하되, 그것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물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신규 댐 건설은 불필요하다.

우리가 수질개선, 물 수요량 감축과 재활용량 증대, 강변여과수 개발 등과 같은 환경친화적인 물 수급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 물 문제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물 수요량 감축은 국민의 물 절약 의식과 실천행동이 물론 중요하지만 절수기술 및 기기의 개발로 물 사용량의 감축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재활용량 증대를 위해서는 중수도 외에 공업용수의 상당부분을 재활용용수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귀중한 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물 절약과 재활용, 새로운 수자원 개발의 가능한 한 억제, 이것이 우리나라 수자원장기계획의 기본적인 방향이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