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물과 같은 액체를 눌러서 전기를 발생할 수 있을까?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박혁규 교수 연구팀은 미량의 물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1g(그램)의 물을 가지고 6개의 LED 전등을 동시에 밝히는 데 성공, 이 원리를 세계 최고 과학전문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2월 12일자)에 발표했다.

▲ 부산대 박혁규 교수[사진제공 = 부산대]
물과 접하는 고체의 표면은 많은 경우에 특정한 전하를 띤다. 동시에 이 전하들과 반대의 극을 띤 이온전하들이 접촉면 근처의 물속에 분포하게 된다. 이렇게 물과 접하는 고체 표면을 경계로 반대의 극을 띤 전하들이 마주보고 정렬된 모습이 축전기(콘덴서)와 비슷해 ‘전기이중층 축전기(Electrical Double Layer Capacitor)’라 부른다.

만일 외부에서 힘을 가해 물과 고체 사이의 접촉 면적을 바꾸게 되면 축전기의 전기용량이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하의 분포가 변하면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박 교수팀은 물과 고체 사이에 형성된 전기이중층 축전기의 전기용량 변화에 의한 전류 유도를 이용해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물과 고체 사이의 접촉부분에 전하들이 층을 이루며 존재하는 것을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 물방울을 진동시킬 때 이온과 전자의 이동에 의해서 전류가 흘러 전등에 불이 오는 원리. 2개의 전극 사이에 위치한 물방울을 진동시키고 전등이 연결된 상태(위), 상도에서 물방울 속과 전극에서의 전하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그림(아래)[사진제공 = 부산대]

최근에는 진동이나 소음, 사람의 움직임, 공장의 폐열, 빛과 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수확기술(Energy Harvesting)’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 음악 콘서트장에 설치된 스피커, 가정에서 쓰이는 믹서기 등 버려지는 역학적 에너지는 주위에 많이 있다. 이러한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을 이용한 에너지 수확기술로서 획기적인 발견이다. 또한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든 장치를 신발 밑창, 움직이는 팔, 쉬지 않고 뛰는 심장 근육 등 사람들의 몸에 부착하면 휴대용 전화기와 같은 소형전자장치에 계속해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 수평방향으로 배치한 그림[사진제공 = 부산대]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량의 물을 이용한 에너지 수확기술을 세계 최초로 이론적, 실험적으로 구현한 독자적 연구로서 순수한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권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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