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구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장)

 

“수도사업 광역화·전문사업조직 육성 시급”

다국적 물기업, 한국 등 아시아 물시장 집중 공략
지자체 재정 열악…품질개선 위한 재원조달 어려워

 

   
물 산업은 21세기의 황금시장(Blue Gold)으로써 산업화된 5%의 물산업은 무려 500조 원으로, 석유시장의 40%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물기업은 상하수도 서비스를 위주로 하고 있고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공공부문의 예산을 절감하며 시장을 침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 소수 다국적기업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민영화된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민영화된 주요 상하수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다른 주요 물기업을 지배하기도 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특히 물, 에너지, 통신, 운송, 미디어 등 사업범위를 다각화하는 것은 물론 댐, 상수도, 하수도 조사,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및 관리 등 상하수도 관련 서비스를 총망라 한다.

1. 다국적 물기업 규모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외국계 물 기업은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 세계 물 기업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은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미 한국의 하수처리 부문과 공업용수 분야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외국계 물 기업의 시선은 한국의 상수도 시장을 향하고 있다.

   
▲ 세계 물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 물기업들의 회사 로고.
185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베올리아는 매출액 16조3천억 원으로 세계 물 기업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물 서비스 분야를 2위 업체인 수에즈와 함께 양분하고 있고 남미와 중국, 동남아 등 100여개 국가의 물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베올리아는 2000년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과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공업용수 시설에 대해 20년간 장기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하수처리 사업분야에도 진출했다.

또한 2002년 인천 송도·만수 하수처리시설 사업에도 진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작해 ‘삼성베올리아인천환경주식회사’를 세웠다. 삼성엔지니어링이 19.9%, 베올리아가 8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베올리아가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하는 조건이다.

 세계 2위 물 기업인 수에즈 역시 매출액 10조 원으로 물 사업 분야에서 13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 진출한 수에즈의 자회사 온데오는 2001년 한화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양주시 신천·장흥·곡릉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에 진출했다. 하수처리장이 완성되면 소유권은 정부로 이관하지만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2006년 7월까지 상하수도 부문에 대한 국제표준(ISO/TC224)이 제정될 계획이다. 특히 세계 상하수도 서비스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물기업들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설비와 서비스의 기준을 ISO를 통해 관철시키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벌이고 있어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면 이를 도구로 한 거대 다국적 물기업들의 개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 상하수도 산업 국제화

상하수도 시장의 급격한 확대로 전체 환경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하수도 장비와 약품시장은 미국과 일본, 서유럽은 80%(연 3∼4% 성장), 향후 동남아시아, 남미, 중국, 중동지역은 연간 10∼20% 이상 성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 상하수도 시장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다국적 기업은 아시아 상하수도 시장에 대한 국제지원프로그램을 지원 받고 있다.

   
▲ 다국적 물기업의 매출 규모
현재는 환경서비스의 분류에 폐수처리 등 일부 분야만 포함되었지만, 수도서비스를 WTO의 환경서비스에 삽입하자는 새로운 분류안을 EC가 제안했다. 다만,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여 제공되는 서비스는 제외했다(예 국영독점인 경우의 전력, 수도사업).
국제표준화기구(ISO)는 프랑스 국립표준원(AFNOR)의 제안으로 2002년 9월부터 상하수도 서비스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3. 국내 수도사업 현황

■ 현황   국내 수도산업은 서울·부산 등 7개 특·광역시가 수도시장의 절반(54%)을 점유하고 있고, 160개 시·군의 급수인구는 12만7천 명에 불과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적 여건에 따라 수도요금, 상수도 보급률 등 상수도 서비스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또한 직영기업 관리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접 통제로 책임경영이 곤란하며, 소규모 수도사업자는 제정능력 미흡으로 인력 및 기술개발, 시설개선을 위한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 지난해 3월 18일에 준공된 한국수자원공사 국제수돗물종합센터. 수공은 수질관리 항목을 250개로 정해 이 센터에서 급수과정별 수질을 엄격하게 검사하고 있다.
■ 문제점   전국의 수도요금을 비교해보면 전국평균은 톤당 532.9원(생산원가 596.6원)이지만 강원도 정선군이 1천31.4원(1천843원)으로 제일 비싸며, 과천시는 278.6원(919.4)원으로 제일 싸다. 특히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으로 품질개선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전주시의 상수도 개선에 필요한 금액은 연간 200억 원이지만  실제로 사용되어지고 있는 금액은 30억 원에 불과하다.

또한 중복 과잉투자로 시설가동률이 저조하고, 정수장 운영인력의 평균 근무기간이 2년에 불과해 책임경영이나 전문성 확보가 곤란하다. 게다가 관로시설이 노후화되어 경제적 손실이 크며, 수질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로 수질의 안전성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동향   국민의 관심은 수돗물의 양적 요구에서 질적 욕구로 변화되고 있고, 하수도 민간 위탁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도입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은 하수도 민간투자사업과 상수도 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4. 수도산업 경쟁력 제고 방향

우리나라 수도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첫째, 국제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 표준 설정시 국내 수도 서비스 수준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설정 및 적용을 통해 서비스 수준의 제고가 필요하다.

둘째, 상수도관의 누수 등의 문제를 파악하여 관로 교체 및 블록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고 셋째, 전문인력에 의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수질관리가 요구된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수질관리 항목을 250개(법정관리 항목은 55개)로 정해 급수과정별 수질검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2003년 3월에 바이러스 검사기관 및 2003년 4월에는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넷째, IT를 기반으로 한 선진운영관리 시스템(MIS, SCADA, GIS, 관로 수리모델)을 구축·운영이 필요하며, 다섯째, 국내 수도시장의 개방에 대비하여 세계 우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능력의 확보가 필요하며, 소규모 수도사업자의 통합 및 광역화 추진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 수도사업의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되 책임경영을 위한 전문사업조직 육성도 필요하다.

여섯째, 수도사업의 규제기능과 운영관리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수도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수돗물 품질 및 가격 등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전문사업조직이 수도사업 운영관리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일곱째, 대규모 사업자를 중심으로 권역 내의 소규모 사업자 통합 또는 위탁관리를 확대하는 등 시장에서의 필요와 경쟁에 따른 자율적인 관리체제로 개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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