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지키기 고유 목적을 수입규제 수단으로 일부 오해

농림부는 14일 제2차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수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검역을 국내 농업 보호의 수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 왔다. <편집자 주>
                

   
▲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참살이(웰빙) 추세 속에서 안전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기름을 붓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량 수입식품이다. 우리는 가장 최근에 일어난 중국산 김치 문제를 비롯해 납 꽃게, 돼지고기에서 검출된 다이옥신, 병원성대장균 O157, 수입 소시지에서 검출된 리스테리아균 등 오염된 수입식품으로 인한 파동을 경험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조치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역은 수입되는 농산물과 식품이 유해 병해충 및 잔류물질에 오염되어 있는가를 검사해 통관 여부를 결정하는 조치다.

외래 병해충 유입 방지 목적도

검역의 기본적인 기능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농약 등 화학물질이나 세균 등에 오염돼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식품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래 병해충으로부터 우리의 농작물 및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해 병해충 및 오염식품의 유입은 국민 건강은 물론 농작물과 자연환경에 피해를 미칠 뿐 아니라, 병해충 구제와 질병에 걸린 가축의 처리를 위해 많은 비용 발생을 초래한다.

우리는 이미 구제역, 솔잎혹파리, 벼물바구미 등 외래 병해충 유입으로 인한 농작물 및 환경적 피해를 경험했으며, 오염된 식품의 수입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검역은 제2의 국방’이라는 인식 아래 동ㆍ식물 검역 조치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20~30%에 불과할 정도로 싼 중국의 축산물, 과일 등은 과연 50%도 안 되는 관세 때문에 못 들어오는가? 칠레의 값싼 사과와 배는 왜 수입이 되지 않는가? 이들 농산물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가격이나 관세 때문이 아니라 유해병해충 때문에 수입이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검역조치는 WTO 동식물검역 규정에도 합치되는 조치이다. 이런 까닭에 농산물 시장개방을 우려하는 농업인들은 검역조치를 점점 더 매력적인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농업인들은 검역의 고유 역할을 넘어서 수입 장벽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학적 근거없이 검역 이유로 수입제한 안돼

그러나 검역조치의 기본적인 목적은 무역장벽이 아니라 외래 병ㆍ해충 및 오염식품 유입으로부터 농업과 자연 그리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수입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는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이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하다가는 WTO 규정 위배로 통상마찰을 불러오게 된다.

개방화의 진전과 신규 WTO 가입국의 증가로 농산물 수입은 양적인 증가와 함께 수입선의 다양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교역량과 교역 대상국이 증가함에 따라 유해병해충 및 오염식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물 수입을 둘러싼 국제분쟁의 가능성도 증가한다.

따라서 검역조치는 투명성과 과학성에 근거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나 이러한 조치를 수입규제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을 소비자와 농업 생산자 모두가 충분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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