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개 다국적 강·하천, 물 사정 악화되면 언제라도 전쟁 야기할 수 있는 ‘지뢰밭’

전문가 “21세기 전쟁은 ‘물’”…30여개국서 물 분쟁


세계적인 에코페미니스트이자 물리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지난해 발간된 「물전쟁」이라는 저서에서 현재 지역, 종교, 민족간 대립으로 보이는 전쟁의 본질은 ‘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크고 작은 물 분쟁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 역시 요르단강의 수자원을 둘러싼 싸움이었고, 나일강의 아스완댐은 이집트와 수단, 에티오피아 사이에 끊임없는 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구상에 흐르는 214개의 다국적 하천은 물 사정이 악화되면 언제라도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지뢰밭이다.

1995년 당시 세계은행의 부총재였던 이스마일 세가겔딘(Ismail Serageldin)은 미래의 전쟁에 대해 “20세기의 전쟁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

라고 말했다. 이 말은 매우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이 경고를 과장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허투루 들어 넘겨 버릴 일이 아니다. 물 분쟁을 겪은 나라들은 물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석유보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인화력이 훨씬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석유는 그나마 대체재라도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물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석유 없이 수십만년을 살아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석유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곳들이 많다. 그러나 물 없이는 어느 국가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의 위험은 그만큼 더 크다.


요르단강, 중동지역의 화약고


1967년 요르단강을 놓고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전쟁이 있었던 것처럼 물 전쟁은 예고된 것이었다. 요르단강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이 목을 대고 있는 ‘생명수’로, 1967년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인 단(현재 이스라엘 지역)에 댐을 건설하려고 하자, 이스라엘의 강으로 물이 흘러오지 않을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의 위기의식이 3차 중동전을 촉발시킨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전체 급수량의 30%를 차지하는 갈리리호의 주요 수원지로서 안보적 상황 못지않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시리아와 평화 협정의 대가로 골란고원 반환을 추진한 바 있는 이스라엘은 “땅은 돌려주되 물은 지키고 싶은”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골란고원을 반환하더라도 갈릴리 해변에는 완충지대를 설정, 상수도 보호원과 함께 주변국이 수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협상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2년에는 인접국인 레바논과도 용수 이용을 둘러싸고 심각한 대결을 벌인적이 있다. 분쟁의 진원은 레바논에서 발원해 이스라엘로 흘러 들어가는 하스바니강과 그 지류인 와자니강. 하스바니강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을 거쳐 갈리리호로 유입되는 이스라엘 수자원의 원천이다.
분쟁은 레바논이 2001년 3월 만성적 가뭄지역인 국경지역 2개 마을에 관개용 파이프 매설 공사를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물론 관련 기업과 언론까지 가세해 레바논에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1982년 레바논 침공을 지휘했던 아리엘 샤론 총리는 레바논의 수로공사가 전쟁도발 행위에 해당한다며 군사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이라크 문제에 이어 중동 물 분쟁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미국의 중재로 양국 간의 대결은 피했지만 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터키·시리아·이라크 3각 물전쟁

터키는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아쿠아댐을 건설, 시리아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을 차단한 뒤, “아랍 국가들이 원유를 무기화할 경우, 우리는 물을 무기화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양국은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20세기 들어서 국토가 황무지로 바뀌는 ‘사막화 현상’을 겪으면서, 자국에서 발원하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에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아타투르크댐을 지어서 수자원 확보에 나섰다.

터키 정부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그리고 남동부의 다른 하천 유역에 19개 수력발전소와 22개 댐을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기념비적 ‘가프’(Gap) 계획을 세워 오는 2017년경 완성한다는 목표아래 320억 달러를 예산으로 책정했다. 지난 1970년대에 시작된 이 계획은 터키 국토의 10%에 해당하는 170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립됐다. ]

터키는 아타투르크 댐 이외에도 유프라테스강 상류 케반과 카라카야, 그리고 하류 비레치크와 카르카미스에 각각 댐이 건설됐다. 특히 카르카미스댐은 시리아 접경에서 불과 수 ㎞ 거리에 자리잡고 있어 시리아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같은 대대적인 터키의 물 사업계획이 인접국들과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터키가 두 나라로 흐르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의 통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터키는 유프라테스강의 통수량을 최소한 1초당 500㎥ 이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1983년 의정서를 지적하면서 현재의 양은 이 기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라크는 강물의 양을 3국간에 균등 배분해야 한다면서 이를 협상에 회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아랍연맹도 시리아, 이라크에 가세해 이 문제에 관한 협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터키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의 물 분배개념을 거부하고 그 대신 3국간 ‘공동사용’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 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하류지역의 이라크와 시리아의 ‘생명수’를 위협하는 결과가 되어서 이들 국가 간의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나일강 물 분쟁도 위험수위

아프리카 동북부로 흐르는 나일강 유역도 국제적 물 분쟁이 있는 지역 중 하나로 위험수위에 있다. 하류의 이집트와 물 소비를 늘리고 있는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의 상류국 사이의 마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수단과 우간다가 댐 건설 등으로 강물을 차단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1950년대에는 이집트와 수단간의 군사적 마찰을 통한 양국 간의 나일강 물 분배협약이 맺어지기도 했다. 결국 1995년 탄자니아에서 나일강 유역 국가들이 모여 물 분배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서 물 분쟁을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하여 나일강의 물 문제는 일단락 되었으나, 국가간 갈등의 여지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인도·방글라데시, 물 확보전 치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갠지스강을 놓고 수십년간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의 물 부족 현상은 국내외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국제물연합(GWP)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경작지의 3/4이 물 부족으로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해 전체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린 적도 있다. 마실 물이 없어 더러운 물을 식수로 사용하다 보니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980년대에는 인더스강 상류에 위치한 펀자브 지방에서 강물을 공유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간 분쟁이 발생해 무려 1만5천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인도와 함께 열대 몬순 기후에 속하는 방글라데시 역시 심각한 물 부족에 고통 받고 있다. 국토의 80%가 물에 잠길 만큼 홍수와 태풍이 매년 휩쓸고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지하수위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 사용 가능한 물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처럼 두 나라 모두 물 부족에 허덕이는 가운데 양국을 동시에 통과하는 갠지스강에 대해 물꼬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갠지스강은 인도 북동부를 지나 벵골만 하류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로 들어간다. 인도인들의 종교적 중심지이면서 중요한 수자원인 갠지스 강은 방글라데시의 젖줄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에 갠지스강 물이 벵골만 하류에 도달할 즈음이 되면 상류의 인도 농부들이 물을 다 써버려 물줄기가 말라버릴 지경이다.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의 합류인 파드마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방글라데시 농부들은 말라붙은 강줄기를 원망하며 농사를 망치기가 일쑤였다.

이처럼 물 부족에 시달리던 양국은 갠지스강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고심 끝에 인도는 갠지스강 유역이자 방글라데시 국경 근처에 댐을 건설하여 방글라데시로 통하던 강물을 막아버렸다. 1970년대 초 인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파라카댐을 건설하여 갠지스강의 물길을 강의 지류이자 인도의 경제·산업 중심도시인 콜카타로 이어지는 후글리강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후글리 강의 유량이 늘어나자 콜카타 지방에는 관개용수와 식수가 제공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방글라데시에 유입되는 수량은 1/4로 급감했다.

인도의 물막이 댐으로 인해 파드마 강이 고갈되자, 방글라데시는 더욱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게다가 강물이 줄어들자 바닷물의 유입이 늘어나니 바닷물에 섞인 염분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농토가 황폐화되고 말았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인도의 파라카 댐 건설과 관련해 항의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물 분쟁은 두 나라의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마침내 1977년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물 공동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은 파라카댐에서 측정한 수위의 이용도를 기초로 매년 건기에 필요량을 측정하여 방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십 년 동안의 분쟁이 공식 종료되고 강물 사용이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결정지어진 것 같지만, 인근 주민들의 눈에는 그다지 물 부족 실태가 개선된 듯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 대통령 한때 방미 연기

멕시코와 미국간 물 분쟁으로 2002년 6월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한 적이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멕시코 북부 치와와와 타마울리파스주 등을 관통하는 브라보강을 소유한 멕시코 정부는 연간 4억3천100만㎥의 물을 미국에 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연간 18억5천만㎥의 물을 받는다”라는 내용의 ‘물 조약’을 1944년 체결했다. 미국은 콜로라도강을 막지만 않으면 그 물을 멕시코의 소노라와 티후아나, 바하 칼리포니아주 등에 자연스럽게 공급하게 된다.

문제는 멕시코나 미국이 모두 물을 받는 쪽이나 물을 주는 쪽의 지역주민이 서로 다른데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멕시코 북부와 텍사스주 지역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멕시코의 물 공급이 차질을 빚은데 있다. 미국이 물을 주는 멕시코 쪽의 주민은 가뭄에 크게 시달리는 않는 반면 멕시코가 브라보강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치와와와 타마울리파스, 코아우일라주 지역은 극심한 한발로 자체 용수마저도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멕시코는 미국에 공급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미국에서 받았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브라보 강물을 마음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 때문에 브라보강 하류 지역인 미국 텍사스주 농민들이 미국-멕시코간 접경도로를 차단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등 거세게 반발을 했다.

<사진설명 designtimesp=11037> 나일강.
당시 멕시코가 미국에 갚아야 할 물의 양은 21억5천800만㎥에 이른다. 지난 수년간 누적된 이 물을 갚아야만 접경지역 주민간의 갈등은 물론 양국 관계도 다시 원만해질 수 있다. 폭스 대통령은 이 문제를 2002년 6월 말까지 해결하기로 부시와 약속까지 했으나 브라보강 곳곳에 설치된 댐과 저수지의 수위가 형편없이 낮아진 터에 약속을 지키기란 불가능한 형편이다. 따라서 약속도 못지킬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를 방문했다가는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도 몰라 그의 방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한 달 후인 2002년 7월에 멕시코 정부는 자국쪽 브라보강의 물줄기를 터 300억 갤런의 물을 미국 텍사스 쪽으로 방류해 텍사스 농민들의 해갈에 도움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모두 이번 해결방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다행히도 텍사스주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가뭄이 해갈되면서 미국 쪽 농민의 불만은 가라앉았지만 이 지역에 가뭄이 다시 발생할 경우 물 분쟁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또 콜로라도주 샌환 산지에서 발원하여 뉴멕시코주 중앙을 남쪽으로 향해 종단하는 리오그란데강을 두고 오랜 전부터 물 분쟁을 일으켰다.

유럽의 경우 다뉴브 강을 두고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카롤강을 두고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각각 대립하고 있으며, 남미의 자루밀라강은 페루와 에쿠아도르의 분쟁 대상이다.
이와함께 이란과 아프카니스탄은 헬만드강을, 중국·태국·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는 메콩강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나와는 초베강을 두고 물 분쟁은 계속 되고 있다. <배철민 기자 designtimesp=11045>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